밤 산책

by 김소영

어둠이 오기 전에 길을 나서야 한다. 집을 나서 공원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다. 댄스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 산 입구에 들어서니 숲을 걷는 사람들이 한 두 명씩 보이고 개와 늑대의 시간처럼 사람들의 모습이 희미해진다.


그래. 운동을 해도 함께 떠들썩하게 춤추며 하는 사람들이 있고 혼자서 조용한 사색을 즐기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군. 세상은 다양하고 같은 일을 해도 방법이 모두 다르네?


어제는 생방송을 하다가 과거의 인연을 만나게 되었다. 선생님 그때 트레이너 일을 하셨던 그분 맞으신가요? 그 당시 나는 모든 사람과 인연을 끊다시피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시기여서 그분의 연락에 잠수를 탔던 터였다.


그때 나는 왜 그랬을까. 운동을 하는 방식이 서로 다른 것처럼 나의 인생의 암흑기를 나는 나 홀로 감당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하기야 나의 인생에서 햇빛이 얼마나 있었을까만은 해가 지기 전에 길을 나서려고 서두르는 것처럼 이 암흑기도 언젠가는 끝날 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동안은 나에게 집중하고 싶었다.


반가웠다. 진심으로 나는 반가워서 그분에게 잠시 내가 사라진 것을 용서해 달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생방 중에 일어난 일에 흥미를 느끼는지 떠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과거에 유명하지는 않았지만, 나를 드러낸 채로 살았던 삶에서 나는 나를 드러내지 않고도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그걸 즐겼다. 아무도 나를 모르지만 나는 활동하고 있었고 누구도 내가 한 일을 알 수 없을 거라고 과거로부터 단절된 싦을 행복해했나 보다.


이제는 과거의 나를 드러내도 되고 알아도 되고 몰라도 좋다. 내가 나쁜 짓을 한 건 아닐 테니까. 그냥 올바른 말만 되풀이하다가 사업이 잘 안 되었을 뿐이고 그 사업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나 자신이었으니까.


인생의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삶을 사는 것처럼 가을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었다.

그러나 숲에 이르자 바로 어둠이 짙어졌고 맨발로 숲을 걷던 사람들은 세족터에서 발을 씻고 있었다.

오늘도 밤 산책이 되어버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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