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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용신 Jul 01. 2024

긍정의 가면 뒤에서

나 #2

삶은 종종 우리를 억누르고 부딪히게 만든다. 내면의 두려움과 외부 상황의 압박이 교차하며, 우리는 이 속에서 스스로를 지탱하게 된다. 그러나 나는 항상 이런 억눌림 속에서도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나를 구원할 것이라고 믿어왔다. 긍정주의와 용기를 가지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 과정 속에서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될 것이라고 여겼다. 


나는 그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었다.


우리는 모두 인생 속에서 크고 작은 억압을 경험한다. 그때 긍정적인 태도는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유행하는 '럭키비키'라는 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삶에서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어려움을 성장의 기회로 삼는 태도는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 나는 어릴 적부터 '긍정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아마도 내가 자라온 가정환경 덕분이었을 수도 있고, 어쩌면 그것은 생존 본능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생각보다 여유롭지 못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래서 무언가를 얻는 것, 보상받는 것, 선물을 받는 것에 큰 의미를 두며 살았다. 주위 사람들의 작은 배려나 응원, 칭찬조차도 내게는 크게 다가왔고, 나는 그것에 힘을 얻었다. 작은 칭찬에 기뻐하며 더욱 열심히 노력했고, 그러한 모습을 보고 또 칭찬을 받는 반복 속에서 '밝은 척'이 내게는 습관처럼 자리 잡았다. 마치 '착한 아이 콤플렉스'처럼 말이다.


그러나 사실 나는 긍정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지, 누군가 나를 미워하진 않을지,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사고로 이어지진 않을지 걱정한다. 게다가 긍정적인 나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도 신경 쓰인다. 혹여 내가 진짜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들통 나서 그들이 실망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늘 있다. 그래서 긍정적인 사람을 만나면 그들이 오히려 안쓰럽게 느껴진다. 저 사람도 언젠가는 자신의 진지한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을 텐데, 늘 밝고 가벼운 역할을 맡게 되면서 본인의 감정에 솔직해지지 못하는 건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들 때면, 나는 내가 과연 맞는 방향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다른 사람들에게 미움받지 않고자 더 밝은 모습을 만들어내는 것은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일까? 아니면 단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고자 하는 욕심일까?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책임을 짊어진 삶을 살고 싶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억지로 긍정적인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아니면, 내가 정말 긍정적인 사람이라서 이런 모습을 유지해온 것일까? 이 고민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남아있다.


하지만 이제 나는 한 가지 결론에 이르렀다. 나는 여전히 밝은 사람이고 싶지만, 그 밝음이 가벼운 것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 글을 쓰게 된 이유도 어쩌면 그 부담감을 덜어내고, 진짜 나 자신과 마주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세상에 완벽한 정답은 없겠지만, 내가 지고 갈 수 있는 밝음이라면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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