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르타르 Jun 10. 2018

004. 너무 아쉬운 영화

<독전>을 보고

네 번째 영화 : 독전
장르 : 범죄, 액션 / 추천 : 하

*스포일러가 추가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독전. 평생에 한번 읽어본 적도 써본 적도 없는 단어를 제목으로 한 영화다. 마약전쟁이라는 점에서 毒戰이 제일 그럴듯한 설명 같다. ‘싸움을 북돋워줌’이나 ‘독화살’ 따위의 설명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영문 제목은 Believer인데 영문 제목이 오히려 주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믿는 사람. 한국 제목은 영화 소재에 대한 내용이고, 영문 제목은 영화 주제에 대한 이야기다.

#1. 왜 골랐는가?

그냥 요즘 스크린에 많이 걸려서 봤다. 


#2. 무슨 내용인가?

이 영화는 형사(조진웅)가 마약범죄 조직의 수장인 '이 선생'을 검거하기 위해 마약 조직 내부 조직원(류준열)과 협업을 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3. 어떤가?

좋은 영화의 기준은 뭘까. 반전이 있으면 잘 만든 영화인가? 배우 연기력이 좋으면 좋은 영화인가? 물론 필요한 요소다. 하지만 내게 있어선 무엇보다도 이야기 자체가 탄탄하게 구성돼야 한다. 탄탄함은 개연성에서 나온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영화에서 그려지는 세계나 설정이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점이다. 물론 나는 실제 마약조직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마약 조직원이 자기가 권력을 잡기 위해 공장 전체를 폭파시켜버린 일이나, 마약조직이 용산역 내부에 마약 제조 시설을 만들어 놓고 있다거나, 길림성에서 온 범죄조직 수장이 눈알을 씹어 먹고 한국 안에서 총을 마구잡이로 갈겨버리는 장면 등은 한국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 생각했고, 이런 비현실적인 장면들이 몰입감을 떨어뜨렸다.


또 아쉬운 점이 있다. 한국 영화는 언제까지 이런 소재에 의존해야 하냐는 거다. '믿음'을 다룰 수 있는 방법은 많았을 거다.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주제를 다루느냐(What)가 아니라 어떻게 다루느냐(How)니까. 독전의 소재는 진부했다. 마약, 범죄, 배신 같은 자극적인 설정만 가득했다. 길림성은 여전히 범죄의 온상으로만 그려지고 있다. 작년 영화 <청년 경찰>과 <범죄도시>가 개봉했을 때 조선족 사회가 던진 메시지는 다시 잊혀졌나 보다. 전체적으로 독전은 캡사이신 소스를 가득 넣고 매운맛만 강조한 음식 같았다. 그런 음식 먹고 나면 배탈 나본 경험 있지 않나? 이 영화는 그런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다.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것 같으니 상업적으로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각 에피소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어, 믿음에 대해 고민할 거리를 던져주고 싶었던 감독의 의도는 제대로 전해지는 것 같지 않다. 철학적일 수 있었던 그 메시지는 굉장히 혼란스럽게 전개된다. 결국 그 점에서 가장 아쉽다. 최근 한국영화의 성과라고 하면 볼거리와 철학적 사유를 둘 다 잡아가고 있는 점이라 볼 수 있다. 독전은 그런 의미에서 그 메시지가 너무 어설프게 담겼다. 우리 시대에 이룩한 영화의 업적이라고 보기에는 이래저래 아쉬운 영화였다.


독전 글로벌 포스터 [사진=NEW]


작가의 이전글 금융일기 004. 안갯속 미국 정치와 떨어지는 주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