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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르타르 Jul 19. 2018

'힘 빼기의 기술'과 도(道)

김하나, <힘 빼기의 기술> 리뷰

목요일, [단숨에 책 리뷰]
일곱 번째 책 : <힘 빼기의 기술>


치열한 삶을 강요하는 세상 속에서 힘 빼기의 기술을 논하는 책이라니. 하지만 사실이다.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을 때는 될 일도 안된다. 힘이 과하게 들어가지 않아 너무 경쾌하게 읽을 수 있었던 책. 카피라이터 출신이라 그런지 자신의 경험도 멋지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에 지쳐 주말 동안 여유를 찾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1. 왜 읽었나?

모르겠다. 서점에서 책 제목을 보고. 그리고 뒤표지에 실린 황현산 선생님의 추천사를 보고 끌리듯 샀다. 

<힘 빼기의 기술>, 책은 서울시 성북구 안암동 <지식을 담다>라는 서점에서 샀다.

2. 어떤 내용인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김하나 작가가 한국에서 쓴 에세이가 1부를 구성하고 있고, 남미 여행을 하면서 쓴 에세이가 2부를 구성하고 있다. 살짝 힘을 빼고 바라본 세상을 경쾌하게 써 내려갔다.


3. 어땠나?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 프랑스와 크로아티아가 맞붙었다. 프랑스가 선제골을 넣었다. 그때부터 축구의 양상은 달라졌다. 프랑스 선수들은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힘의 완급조절이 느껴졌고, 수비를 할 때나 역습을 할 때 움직임이 경쾌했다. 반면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한골 들어가자마자 힘이 과하게 들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승전은 크로아티아 선수들에게도 꿈의 무대였을 테고, 꼭 이기고 싶었을 테다. 개인적인 소망이 아니더라도 전 세계의 시선이 여기에 쏠려있다는 것을 알면 한 골 차로 뒤지고 있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바로 그 점 때문에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힘이 과도하게 들어간 게 아닌가 생각한다.


축구뿐이겠는가. 맘에 드는 사람을 앞에 두고 좀 더 잘 보이려다가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데이트 신청이 거절당하는 일이 부지기수고, 면접장에서 잘해보려는 마음이 과하게 전달돼서 탈락을 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마 몸에 힘 좀 빼라'라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은 진리를 담고 있다. 김하나 작가의 글에서는 이런 인생의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힘을 빼다 보니 시선도 한층 여유가 있다. 우리가 무심코 놓치고 지나는 것들에 대해 잘 포착해주었다. 예를 들면, 

또 어느 날 아침에는 일어나 침실 문을 열었더니 날개가 처참히 찢어진 잠자리가 놓여 있어 식겁하면서 ‘티거가 잠자리를 물어다 놓은 걸 보니 가을이 오는구나’하고 기묘한 계절감을 느끼기도 했다. - <힘 빼기의 기술> 중 26쪽. (*티거는 김하나 작가가 키우는 고양이 이름이다.)

와 같은 문장으로 계절이 바뀌는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하기도 하고, 남미 여행 중 음악을 들으며 자동차 여행을 한 일을 두고는 [탱고 일렉트로니카를 커다랗게 틀어놓고, 우리는 자연이 편집한 뮤직비디오를 차례로 감상했습니다.]라는 멋진 문장으로 그 순간을 표현하기도 한다.


작가는 일상에서 여행에서 만난 매력적인 인물에 대해서 쓰기도 한다. 그중 '벨로주'라는 브라질 탱고 가수에 대해 서술한 장면이 인상 깊었다.

벨로주는 관객을 위해 노래하는 것 같지 않았어요. 무대 위가 아니라 자기 방에 혼자 있거나, 우리 머리 위 별들에게 일종의 아름다운 주파수를 보내는 듯하기도 했지만 우리에게 불러주는 건 아닌 것 같았어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숨죽이며 한 방향을 보고서서 그가 노래하는 모습을 ‘훔쳐보고’ 있었지요. 하늘에 별이 가득한 열린 공간이었는데 기묘하게도 비밀스럽게 느껴졌습니다. - <힘 빼기의 기술> 중

이 장면을 얘기하기에 앞서 1부에선 <장자>에서 도(道)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백정이 소 잡는 솜씨가 기가 막혀 백정에게 어떻게 이런 경지에 이르렀느냐 물었더니, 자기가 하는 일을 계속 연습하다 보니 어느새 내가 그 일을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그 일에 집중해있는 상태가 되었다는 얘기였다. 벨로주를 보면서 이 사람은 도(道)를 행하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니까, 힘을 뺀다는 것은 도를 행하는 일이었다. 내가 관객을 위해 노래를 하는 게 아니라 오롯이 나에게 집중해서 일을 하고 있는 행위,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 행위. 그때 몸은 더 경쾌해지고 퍼포먼스도 더 좋아지는 게 아닌가 싶었다. 결국 몸에 힘을 빼는 것은 대단한 내공을 필요로 하며, 그렇기 때문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멋진 깨달음을 준 <힘 빼기의 기술>이라는 책에 감사의 인사를!


보기만 해도 여유로워지는 표지 클로즈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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