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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르타르 Aug 02. 2018

물리학이 문과생에게 준 영감

카를로 로벨리, <모든 순간의 물리학> 리뷰

목요일, [단숨에 책 리뷰]
아홉 번째 책 : <모든 순간의 물리학>
물리학이 주는 통찰을 정통으로 맞아보고 싶다면!


1. 왜 읽었나?


서점에서 책을 살 때 두 가지를 주로 확인한다.


하나, 전문성 있는 작가가 쓴 책인가.

책을 한편 써내려면 전문성이 없던 사람이라도 상당한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런데도 확실히 그 분야의 전문가가 쓴 것과 최근에 관심을 가져서 쓴 사람의 책은 차이가 있다. 이 부분은 작가 소개를 보면 알 수 있다. 제목이나 차례에 쓰인 소재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인지는 이 부분을 보면 대개 판가름 난다.


둘, 많은 사람이 이 책을 봤는가?

이 경우는 책머리나 책 꼬리를 보면 알 수 있다. 흔히 00쇄라고 되어 있는 부분이다. 한번 찍을 때마다 '쇄' 앞의 숫자가 올라간다. 보통 한번 찍으면 1,000부 정도를 찍는다고 한다고 하니 10쇄 정도 됐다면 10,000부를 찍은 셈이다.


이 점을 확인하면 크게 실패하지는 않는다는 나름의 경험칙이 생겼다. 물론 이 외에도 책의 중간을 펴고 읽어도 술술 읽히는가, 차례가 꼼꼼하게 작성되어 있는가, 추천사는 어떤가 등등도 확인을 해보긴 한다.


다시 돌아와 왜 이 책을 읽었는가. 스티븐 호킹이 죽고 나서, 그의 업적을 소개하는 기사들이 많이 났었다. 그때 관심이 생겨 스티븐 호킹의 이론과 그가 쓴 <시간의 역사>를 끙끙대며 이해해보려 했었다. 여전히 우주와 물리학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그 학문 속 이론의 의미가 굉장히 아름답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그러다 얼마 전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조금 더 쉽게 현대 물리학의 토대를 훑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여전히 물리학 지식에 일천하지만, 위의 조건을 만족했기 때문이었다. 전문성 있는 과학자가 쓴 책이고, 책 뒤에 "쉽다, 아름답다, 명쾌하다!"라고 쓰인 추천사가 있었고, 12쇄나 찍은 나름 스테디셀러라는 생각이 들었다.(험한 책 시장에서 12쇄 정도 찍으면 나름 매력 발산에 성공한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도전해봐도 좋겠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집어왔다.

2년만에 12쇄라니. 이 정도면 많이 팔린 책이 아닐까.


2. 무슨 내용인가?

영어 제목은 <Seven Brief Lessons on Physics>라고 되어있다. 현대 물리학의 흐름을 일곱 개의 짧은 강의 형식으로 알려주는 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현대 물리학의 제일 중요한 두 이론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닐스 보어의 양자이론>에 대해서 소개한 뒤 두 상반된 이론으로 현대 물리학자들이 어떤 연구를 했는지를 간명하게 보여준다.



3. 어땠나?


간명하게 보여준다. 그건 분명 장점이다. 하지만 그래도 어려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물론 이거보다 어떻게 쉽게 말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평소에 에너지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공간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를 생각해보지 않았던 사람에겐 어려운 내용이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그건 중요한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전문적인 분야를 넘어가고 나니 그 이론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부분이 나왔는데, 추천사의 '아름답다'는 말이 왜 쓰였는지 알 것 같았다. 물리법칙은 꼭 인생의 지혜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저자가 <양자역학>의 의미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다.


그(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전자가 언제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저 다른 무엇인가가 전자들을 봐줄 때, 즉 무엇인가와 상호작용을 일으킬 때만 전자가 존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자는 어느 한 장소에서 무엇인가에 부딪히면 물질화되는데, 이때 물질화된 수치를 계산할 수도 있습니다. 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의 '양자 도약'은 실제로 전자들이 존재하는 방식입니다. 한 전자가 다른 무엇인가와의 상호작용으로 도약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방해하는 요소가 아무것도 없으면 정확히 어느 장소에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지요. p.38

우리 사는 세상도 그렇지 않을까. 타인과 상호작용하면서 사는 모습을 양자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이 흐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른다는 점을 알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진자 운동에 마찰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열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 진자는 무한 반복을 할 것이다. 진자운동을 동영상으로 찍으면 재생 버튼을 눌러도 되감기 버튼을 눌러도 뭐가 다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열이 발생한 경우 진자는 서서히 멈춘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재생 방식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재생 방식인지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열은 변화를 만들고, 열이 있기 때문에 과거와 미래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왠지 인간에 주는 통찰 같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살지 않으면 살아도 과거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어느 것에도 에너지를 쏟지 않고 아무것도 안 하면서 사는 삶은 변화를 만들지 않으니 과거와 미래를 구분할 수 없는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리학을 하면 할수록 인간이 점점 더 겸손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다른 무언가와 상호작용하는 존재고, 서로 영향을 끼치고 정보를 교류하면서 살아가며, 지구에서의 삶은 그저 우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것 중에서 한 가지를 맛보는 일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는 사랑을 하고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우리 지식은 성장할 것이라는 그의 설명은 굉장히 인상 깊었다. 물리학과 인문학은 통하는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리학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책이 무쟈게 얇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주말에 후딱 읽어버릴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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