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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르타르 Aug 16. 2018

한국화를 감상하는 방법

오주석,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리뷰

목요일, [단숨에 책 리뷰]
열두 번째 책 :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한국화에 대한 통찰 한가득!!!!!


1. 왜 읽었나

2018년 8월 13일 한겨레에는 민화 전시를 소개하는 기사가 실렸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857335.html) 갤러리 현대와 서울서예박물관 각각에서 민화 전시를 한다는 소식이었다. 

한겨레에서 소개한 민화를 소재로 한 두 전시 <판타지아 조선>과 <민화, 현대를 만나다>

마침 ‘한국적인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나라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외국의 제도·문물을 많이 받아들였다. 최근엔 껍데기는 받아들였으나 실속은 한국적인 것으로 채우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이 들리고 있다. 대체 한국적이라는 모호한 말의 실체는 뭘까 생각이 들었다. 제도를 어떤 식으로 운영하면 한국적인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만들어가야 한국적인가? 어떤 표현기법을 써야 한국적인가? 이건 한국적인가? 저건 한국적인가? 하는 질문들이 꼬리를 물었다.


그러던 중 일단 그림을 통해서 한국적인 것이 뭔지를 찾아보자 생각했다. 그림은 한 장의 이미지니까 좀 더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은 그렇게 만나게 된 책이다. 서점에서 우연히 만난 책이었다. 흥미로워 보였지만 25,000원이라는 가격이 약간은 부담스러워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결론은 너무 만족한다. 한 권 구매해 두고두고 읽어야겠다 생각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이 호랑이도 달리 보인다. [사진 = YES24]

2. 무슨 내용인가

오주석 선생이 대중 강연을 한 것을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강의 녹취록이라고 생각하면 편하겠다. 선생의 말투를 그대로 살리고, 재밌었던 부분에선 ‘(청중의 박수)’라고 써놓아 현장 분위기도 잘 살렸다. 마치 그 강연을 듣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강의는 총 3부로 이루어진다. 첫 강의는 <옛 그림 감상의 원칙>, 둘째 강의는 <자연의 음양오행에 기초한 우주관과 인생관>, 셋째 강의는 <조선 사람이 그림에 담아내고자 했던 마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면 옛 그림 감상의 원칙을 설명하면서 <우리는 가로 쓰기에 익숙해서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그림을 보는 경향이 있는데, 옛사람들은 세로 쓰기에 익숙해있어 그림도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김홍도, <무동>

어렵지 않다. 이 작품의 제목은 무동이다. 우리에게 익숙한대로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그림을 보면 이 작품의 주인공인 무동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그림을 본다면? 자연스레 이 작품의 주인공이 눈에 들어온다.


책의 시작 부분에 있는 얘기였다. 책 시작부터 통찰 한 가득이라 생각했다. 이후 내용들도 어떤 식으로 옛 그림을 봐야 할 것인가 설명해주고 있다.


3. 어땠나

인간은 말을 어떻게 배우나. 태어나자마자 말하고 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먼저 보고 듣는다. 많이 보고 들은 후에 우리는 말할 수 있게 된다. 쓴다는 것은 더 논리적인 일이므로 더 후에서야 할 수 있게 된다.


한국적인 것으로 내용을 채워야 한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정작 한국적인 것이 뭔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선 한국적인 것을 많이 봐야 한다. 오주석 선생의 책은 그 길잡이가 되는 책이다. 어떻게 봐야 할지를 세세히 알려준다.


이 책을 보기 전에는 김홍도의 <씨름>을 이렇게 자세히 본 적이 없었다. 오주석 선생은 <씨름>이라는 그림의 요소요소를 정말 재미나게 설명해준다. 구경꾼들이 어떤 사람인지부터, 이 씨름판은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으며, 이 경기 결과는 어떻게 될지까지, 예전에 그냥 흘려 넘겼던 죽은 그림이 오주석 선생님의 설명과 함께 눈앞에서 생생하게 살아났다.

이 그림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궁금하다면?

이 책만 가지고 첫 목적이었던 ‘무엇이 한국적인가’에 대한 해답을 완벽하게 찾지는 못했다. 물론 책 한 권을 읽고 쉬이 알 수 있었다면 이미 한국 사회는 그런 사회가 됐을 것이다. 그건 여러 책을 보고 그림을 보고 생각하면서 오랜 시간 찾아가야 할 답이라고 생각했다.


그것과 별개로 이 책을 통해 한국 그림을 어떻게 감상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이 분야에 대해 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주석 선생님의 말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고흐의 그림과 김홍도의 그림 모두 귀한 그림이지만, 고흐의 그림이 김홍도의 그림보다 비싼 값에 팔리는 이유는 고흐의 그림을 알아보는 후손들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평하며 남긴 말이다. 


"문화라는 것은 그것을 향유하는 국민 전체의 눈높이가 높아져야지 몇 사람의 노력으로만 창조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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