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니즘
이 stipend라는 것은 쉽게 말해, 박사과정생들의 월급이라고 볼 수 있는데, 지역마다, 과마다, 학교마다 천차만별이라 지원을 하기에 앞서 미리 찾아볼 필요가 있다. 취업준비생이 지원하는 회사의 연봉을 미리 알아보는 게 당연한 반면, 박사과정 지원자들은 이상하리만치 이런 정보를 찾아보는 경우가 드물다. 그래서인지 나중에 오퍼를 받은 이후에, 혹은 미국에 가기 위해 이것저것 알아본 이후에 실질적인 월급 수준을 인지하기 시작한다. 공부를 하러 가는데 돈이 뭐가 중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대학원생도 사람이고 연구도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적당한 경제적 수준이 뒷받침되어야 정신적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고 박사과정 또한 무사히 마칠 수 있을 것이다. 몇몇 주립대의 경우, 자립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힘든 수준의 stipend를 지급하는데 그로 인해 박사과정 내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를 많이 봤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공부 외적인 환경도 박사과정에 있어 꽤나 중요한 요소이다.
Stipend에 관한 정보는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다행히 불충분한 정보에 불만을 느꼈던 선구자들에 의해 지금은 이런 정보들이 많이 공개되어있다. 개인적으로 PhD Stipends(http://www.phdstipends.com/results)에 올라온 정보들은 믿을 만하다고 본다. 아래에서처럼 검색창에 학교 이름이나 과 이름을 입력하면 각 학교-과-연도에 따른 stipend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다. University of Chicago를 예로 들면, 2016-17년도 신경학과 입학자들은 48,420달러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오고, 시카고의 물가 수준을 고려하면 2.0 정도의 LW ratio가 나온다. 여러 지역의 학교들을 비교할 때에는 이 지표가 훨씬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반면, 사회학과나 화학과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stipend를 제공한다. 따라서, 단순히 학교에서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월급을 일률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생각은 나이브하다. 보편적으로, 공학, 경영학, 경제학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stiepend를 지급하고, 생물학, 인문학, 심리학, 사회학 등의 분야는 stipend가 비교적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
경제적으로 형편이 좋고 부모님께 금전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stipend 수준에 대해 별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먹고사니즘을 고민해야 하는 필자와 같은 사람이라면 지원을 할 때 경제적인 면도 반드시 고려하기를 권한다. 나의 경우 박사과정 지원 시 20개에 가까운 학교들에 지원을 했지만 stipend를 일정 수준 이하로 지원하는 주립대들은 모두 지원하지 않았다. 운 좋게 대여섯 군데의 학교에서 오퍼를 받아 연구 관심사와 교수진, stipend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택했고 현재는 아무런 경제적 어려움이나 불만 없이 지내고 있다. 반면, 함께 유학을 나왔던 한 친구의 경우 대도시에 있는 주립대에 진학하여 경제적 문제에 꽤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1-2년이라면 참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5년 이상의 기간 동안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연구에 온전히 집중을 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stipend가 박사과정 중의 경제적 상황을 오롯이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1년 차에는 코스웍에 완전히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기회를 찾기 힘들지만, 2년 차 이상부터는 부가적인 RA나 TA 일을 하면서 부족한 돈을 어느 정도 커버할 기회가 있다. 물론 모두가 이런 기회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모든 일이 그렇듯 운이 작용한다. 아는 교수가 먼저 제의를 할 수도 있고 학과에서 메일을 통해 이런 기회들을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 지원하는 학생들이 많아 기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운은 가만히 손 놓고 있는 사람에게 찾아오지 않는다. 필자는 2년 차부터 RA 일을 얻기 위해 다섯 명 정도의 교수들의 연구실을 찾아가며 지속적으로 컨택을 했다. 많은 경우, 이미 RA로 일하는 고년차가 있기 때문에 곧바로 기회를 얻기는 힘들다. 그러나 1여 년간 지속적인 노력 끝에 이후 그중 3명의 교수들에게 RA 일을 제안받았고 2명의 교수들과는 RAship을 발전시켜 공저자로서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다.
종합해보면 필자의 경우, stipend로 월 3,200달러를 받고 있고 RAship을 통해 시간에 따라 월 400-800달러의 부가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그 외에도 중간중간 몇 번의 grant를 받을 수 있었고 경제적으로 연구에 지장을 받은 적은 없다. 대도시에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월세가 높은 것도 아니어서 한국에 있는 직장인 친구들 수준으로 저축을 하고 있다. 혹자는 필자가 일반적인 케이스보다 훨씬 운이 좋다고 말할 것이다. 필자의 경우 비즈니스 스쿨에서 박사과정을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대기업 연봉 수준의 지원을 받는 그 친구들을 보며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본문에 썼듯이 주어진 환경 하에서 경제적 burden을 줄이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그러한 시도 없이 박사과정으로 입학한 지 한참이 지나서야 경제적으로 힘들다고 불평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환경은 박사과정 학생으로서 너무나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로써 정신적 역량을 온전히 연구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내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동시에 경제적 지원까지 해주는 학과와 교수님들께 늘 감사함을 느끼고 지낸다.
다음 글에서는 어쩌면 유학을 가기에 앞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요소인 커리어라는 관점에서 박사과정 유학의 이유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박사과정이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힘든 험난한 과정일지라도, 졸업 후 내가 평생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커리어로의 기회를 제공해준다면 그 비용은 아주 사소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