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둥소리 Jan 22. 2021

박사과정 유학, 왜 가는 거야? (1)

직업으로서의 학문

인생의 고난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점철된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상을 지녀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삶을 지속할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학문은 대학원에 발을 디디는 사람들의 이상이다. 학문이 전부는 아니지만 적어도 학문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지 않았다면 대학원을 피하는 것이 보편적으로 나은 선택일 것이다. 그래서 대학원을 가기 전에 가장 먼저 스스로에 던져야 하는 질문은 "학문을 하고 싶은가?"이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좋은 대학교에서 만점에 수렴하는 학점을 받고 전공에 애착이 큰 사람들도 막상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가장 도움이 되었던 방법은 질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꿔보는 것이다. 내가 연구를 하고 싶어 하는지, 연구를 하고 싶어 한다면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싶은 분야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대답이 예스라면 일단 대학원에 발을 디뎌도 좋다고 생각한다. 좀 더 확실한 대답은 석사과정 2년을 통해 얻게 될 것이다.



이런 결정에 도움이 될 만한 또 다른 방법은 보편적으로 학문이란 것에 대해 좀 더 깊숙이 생각해보는 것이다. 학문에 대한 책들을 읽어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는데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학문],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학문의 즐거움] 읽어보길 추천한다. 평생 공부와 연구를 하는 것이 좋은 선택인지 대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학문에의 추구는 하나의 이상이다. 내가 과연 학문이라는 거대한 탑 위에 하나의 벽돌이라도 쌓을 수 있을지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많은 경우에 이 일도 결국엔 먹고사니즘으로 귀결되니까.



학문과 연구를 업으로 삼겠다고 마음을 일단 먹었다면 대학원을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중요한 이슈이다. 이 글에서는 왜 하필 유학을 가야 하는지를 학문이라는 관점에서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해보려고 한다. 당연히 다 맞는 말도 아닐 뿐더러 유학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하나의 참고가 되었으면 할 뿐이다.


일단 유학을 나가는 이상 영어에 자연스럽게 노출이 된다. 뜬금없이 왜 영어를 얘기하냐고? 학문과 연구는 기본적으로 보편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의 연구가 내 연구에 영향을 미치고 타국의 연구자들도 내 연구의 결과에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고 믿는다). 그래서 세계 다양한 국가들의 연구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한데, 쉽게 예상하듯이 이 교류는 영어로 이루어진다. 분야마다 커뮤니케이션에 중요도가 다를 수는 있지만, 확실한 점은 내가 모르는 것을 남들에게 묻고, 남들이 내 연구에 피드백을 주는 것은 어느 분야에서건 필수적인 프로세스라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이것이 기회의 발로이기 때문이다. 때때로 우리는 인생이 잘 풀려가는 지인들을 보면서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폄하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사람은 운이 좋은 것이 아니라 운을 얻을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있는 경우가 많다. 경험적으로 보면, 많은 커뮤니케이션은 많은 기회를 낳는다. 대화를 통해 좋은 인상을 받았던 사람과 같이 일을 하거나 좋은 자리가 있을 때 먼저 제의하는 건 인간사에서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영어를 잘하는 것은 이 업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더 많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더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고, 더 나은 동료들을 만들 수 있고, 더 좋은 오퍼를 받을 수 있다. 한국에서 박사과정을 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영어로 하는 의사소통에 부담을 느낀다. 영어로 대화하고 생각을 전달할 기회가 잘 없으니 당연하다. 여기에 부족함을 느끼는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박사과정을 마치고 해외에서 포닥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이가 든 후 1-2년의 해외 경험에서 학계에서 충분하다 여기는 수준의 영어능력을 달성하기는 너무 어렵다.


유학을 가면 좋은 또 다른 학문적 이유는 단순하다. 더 나은 연구자들과 더 나은 연구 환경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국어를 쓰고, 한국적 사고에 익숙한 것은 최적의 선택을 하는 데에 하나의 제약조건이 될 수 있다. 언어적, 문화적 장벽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어디서 공부를 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인가?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보편적으로는 미국이 꼽힐 것이다. 세계적인 학자들이 모여있고 최신의 연구들이 가장 먼저 논의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가장 학문적 성과가 뛰어난 사람들에게 직접 배울 수 있고, 최신의 working paper들을 열심히 공들이지 않아도 접할 수 있는 환경은 학문적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최상의 환경이다. 그래서 거대한 언어적, 문화적 장벽이 있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인생에서 5년 정도의 시간은 학문의 중심지를 경험해보길 추천하는 것이다. 물론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에서도 줌을 통해 해외의 세미나들에 참석을 할 수 있고, 때때로 해외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에 가서 학계 중심의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기회가 종종 있다. 그럼에도 항상 그 속에서 더 나은 연구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은 큰 이점임에 분명하다.


박사과정을 학문의 중심지에서 보내는 것이 학문을 하는 사람에게는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마다 이런 저런 제약조건이 있고, 국내의 연구 환경이 더 좋은 경우도 왕왕 있다. 개인이 가진 환경에서 일련의 장단점을 생각해보고 결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주제넘게 학문에 대해 얘기하다 보니 글이 너무 딱딱해졌다. 그럼에도 학문이 박사과정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이상이기에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 이상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냐는 또 다른 얘기겠지만... 다음 글에서는 조금 더 유연한 관점에서 박사과정 유학의 이유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작가의 이전글 박사과정 유학, 왜 가는 거야? (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