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9일
대영박물관에서 전시품들은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그곳에 온 가족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어느 나라나 그런가 보다. 아빠는 카메라를, 엄마는 빵빵한 가방을 멨다. 아마 저 가방 속에는 물이나 사탕이나 손수건이 들어있겠지! 아빠들은 계속 한발자국 나가서 글을 읽거나 뭔가를 검색했다. 그리고 쫓아온 아이들에게 설명했다. 마치 오래 전부터 알던 것처럼.
아빠 생각이 났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아빠는 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다큐멘터리를 본다. 그래서 나는 아빠 생일마다 펜이나 공책을 선물했다. 아빠가 내가 모르는 것들을 설명해주는 게 좋았다. 요즘 나는 아빠가 “다솜아”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방어태세를 갖춘다. 이미 들어본 얘기는 “알아, 들어봤어.”로 끝내고, 잘 모르는 얘기에는 입을 꾹 다물고 궁금하지 않은 티를 팍팍 낸다.
아빠의 설명에 옆 친구까지 조용히 시키는 애기를 보면서 내가 괘씸해졌다. 생판 처음 본 택시 아저씨의 정치, 역사, 혹은 ‘왕년에’ 이야기에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고개를 끄덕이며 “정말요?”, “우와”라고 하면서. 뭐 얼마나 컸다고, 내가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