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연재 Nov 05. 2020

<바라보니, 어느새 내맘에> 출간

출간과 출산 사이.

드디어 나의 첫번째 책 <바라보니, 어느새 내 맘에> 가 2020.10.29에 출간되었다.

‘출간'과 ‘출산’ 단어 하나의 차이지만 내게는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출산의 고통 만큼 나의 머릿속에  손을 넣고  휘저어 다시 활자로 정리를 해나가는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원래 국문학이나 영문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평상시에 일기를 매일매일 즐겨 쓰는 사람도 아니어서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내 스스로 원했기에 시도했던 것이기에 그 결과의 열매는 참 달았다.


출간하니 지난 해의 일화가 문뜩 떠올랐다.



작년 바람이 조금 쌀쌀할 시기였다. 친구와 이태원에서 녹사평 쪽으로 걸어가는 고가대로에 조그마한 타로, 사주집이 있어서 들어갔다.

몇 년 동안 끌어안고 끙끙대던 걱정거리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누구에게든 의지하고 싶었다.

사실 재미위주로 보지만 그날도 내심 좋은 말을 기대하기에 간다. 오만원을 지불하며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듣게 되면 돈이 아깝지 않지만, 그렇지 않을 거라는 마음의 준비도 해야 한다.

살짝 긴장되었다. 생년월일을 넣고 물 몇 모금 먹더니 아주머니가 나를 쓰윽 쳐다봤다.

“그래서 아가씨, 궁금한게 뭐에요?”

기다렸다는 듯, 나의 질문은 쏟아졌다.

“저 결혼 언제 해요? 저한테 맞는 직업은 뭐에요?
 제 인생이 언제쯤 더 나아져요? ”

2,30대 청춘 여자들의 공통질문이다.

아주머니는 삼분정도 지나더니 나의 올해 운세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주셨다.


다행스럽게도 5만원이 아깝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뛸 듯이 좋은 것도 없었다. 점을 보러 갔을 때 엄청 좋은 소식이란 멀지 않은 시일내에 바로 눈 앞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이여야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두 달 안에 시집갈 수 있겠네요’ 혹은 ‘3개월 내에 큰돈이 들어오겠어’ 뭐 이러한 것들말이다.

물론 그렇게만 말한다면 ‘사기꾼이겠지’ 하고 의심을 해보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아가씨, 내년에 출산하겠네. 피임이나 잘해요” 라고 말하는것 아닌가?

민망함과 동시에 함께 듣던 친구와 웃음이 터져버렸다.


대충 우스갯소리로 흘려 들었는데, 진짜 올해 함께 별을 볼 님을 만난 대신, 책을 ‘출산’한 것이다.


“응애” 하는 울음소리는 따로 없었지만 종이로 묶여진 책이 이 세상에 나왔다.

내심 그 아주머니 용하다 싶다. 애가 아니라 책이었을 줄은 그 아주머니도 몰랐겠지만.

내 자식이지만 한없이 예쁘다고만 하는 팔불출은 아니다. 다시 보면 매끄럽지 않은 문장들도 보이고,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한지 의심이 드는 부분들이 툭툭 책장을 넘길 때마다 튀어나온다. 탈고하기 전에 수십 번 읽을 때는 보이지도 않던 것들이 왜 이렇게 선명하게 잘 보이는지… ‘ 시간이 더 있었야 했나?’ 혹은 ‘열번은 더 읽어봤어야 했나?’ 라는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다. 이럴 때 보면 참 평정심을 찾고자 하는 냉정함이 보인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그 어떤 책보다도 한없이 소중하다. 신간 에세이 책 코너에 우두커니 있는 모습을 보니 내심 뭉클하면서도 계속해서 더 잘나고, 돋보이게 채워주고 싶었다. 이제 시작이니 조급증은 잠시 넣어두도록 나를 다독였다.


어언 20년이 넘게 함께 동고동락했던 ‘미술’이라는 것에 내가 어떤 생각을 담고 있는지 한번 보고싶었다. 나의 생각을 정리해보고 써 내려가는 고된 과정을 통해 다시 한번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설정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내 안에 있는 것을 쏟아내 보면서, 정리할 것은 삭제하고 더 떠올리고 싶은 것들은 조각들을 찾고자 이어본다.

어떤 때는 아! 하고 톱니바퀴가 맞물려 굴러가듯 글이 써지다가 도, 어떤 때는 마찰력이 강한 바퀴를 그냥 무식하게 끌고 가 듯 쓰기도 한다.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에 공감하는 부분과 더 확장하여 내가 사고 하는 부분들을 실질적인 활자로 펴내니 ‘승인’을 받는 느낌이 든다. 그 승인이란 나의 내면으로 들어가 내 자신에게 ‘지금까지 노력해온 길’에 대한 노력과 고생을 인정하고 다음 스텝을 이어가라는 '패스 도장'인 셈이다.


이 책에 수록된 앙리 마티스, 앙리 드 툴르즈 로트렉, 르네 마그리트, 조지아 오키프, 바바라 크루거, 트레이시 에민, 클레스 올덴버그 외에도 내가 사랑하는 아티스트들이 많다. 나중에는 다른 아티스트들에 대한 스토리가 또 쌓이면 더 나은 책을 출간해보고 싶다.

작년에 그 사주 아주머니에게 질문했던 고민들은 물론 아직 풀리지 않았으며, 해결이 되지도 않았지만 앞으로 만들어 나갈 일들이 조금 더 기대된다.



작가의 이전글 스토리 텔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