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들 과의 여행은 무계획이 계획입니다. @제주도
여행을 가면 언제나 빠지지 않는 것이 ‘점프샷’이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점프샷이 계획 중 하나인 양, “우리 점프샷 하자!”라고 말하는 친구의 제안에 다 같이 한마음이 된다.
무중력 상태에 하늘을 나는 내 모습을 보면 더 멋져 보이기도 하고, 언젠가 등 뒤에서 생길 것만 같은 날개 짓을 미리 해보는 느낌이라 좋다. 다시 태어나면 독수리 같이 넓고 커다란 날개를 가진 새로 태어날 것이다. 그게 안된다면 비행기의 날개의 부품이라도 되고 싶다. 유유자적 바다와 산을 레고처럼 바라보고 싶다. 부동산 문제니, 정치적 비리 문제니, 취업 문제 등 아등바등 사는 인간들의 틈바구니에서 벗어나 조금 더 높은 시야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혹은 언제까지인지 모르기에 땅을 밟고 다니는 시간이 언젠가부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에서 나의 발걸음이 빨라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 온 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점프 샷을 찍으면 진지함이나 어깨를 짓누르던 삶의 무게 따위는 잠시 잊어버린다.
휴대폰 카메라의 타이머가 5초를 센다.
‘5,4,3,2,1 찰칵!’
대략 3초 때부터 ‘뚜두두두두’ 알림 음이 숨 가쁘게 빨라진다. 폴짝 있는 힘껏 위로 뛰어야 하는 타이밍은 그 3초 지점부터다. 1초 남았을 때 뛰면 이미 늦었다. 찍힌 사진을 확인해보면 땅에서 뛰려고 하는 건지, 하늘에서 내려와 착지를 한 건지, 자세가 엉성하다. 그걸 보고 서로 재밌다고 깔깔댄다.
이번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또 뛴다. “야 뛰어!”
친구가 장풍을 쏘면 폴짝 뛰어 팔을 앞으로 쭉 뻗으며 다리도 ‘앞으로 나란히’를 해본다. 가랑이를 좌우로 힘껏 찢어보며 왠지 공중에서는 조금 더 유연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나노-초’ 동안 ‘김연아’가 된다.
“아 너무 늦었어. 나만 땅에 내려와 있어”
“야 너 왜 이렇게 빨리 뛰어. 속도 좀 맞춰봐”
“아, 무릎 나갈 거 같아. 언니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서로의 타이밍이 어긋난 부분을 분석하며 최대한의 합이 맞는 순간을 잡아보고 싶었다. 아니 이게 뭐라고 무릎이 나갈 정도로 이럴까 싶지만, 그 한 컷을 잡기 위해 굳은 몸을 내던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리고 명확하다.
우선 그 순간이 어린아이가 된 것 마냥 너무 즐겁다. 바보 같은 모습이지만 내가 어떻게 담길지 모르는 그 우연성을 즐기는 것이다. 어떨 때 보면 아직 땅에 발이 닿아 있기도 하고, 어떤 모습은 땅에 착지를 하는 것인지 도움닫기를 하는 중인지 헷갈리는 순간도 찍힌다. 예기치 못하게 숨겨놓았던 뱃살이 까꿍 내비치기도 한다. 카메라는 까르르 웃는 웃음소리와 친구들의 익살스럽고 바보스러운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다.
장풍을 누가 멋있게 쏘는지가 문제가 아니다. 하늘 높이 올랐을 때 나와 친구들의 표정을 보면, 세상 해맑다. 무거웠던 삶의 봇짐과 우울함의 그림자를 몇 초 동안만이라도 내팽개치고 오롯이 햇살과 가장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우리들의 바람이다.
하늘을 오를 때 그 못생긴 얼굴은 어쩜 제일 환한 표정인지... 점프샷으로 못 보던 표정들을 발견하는 일련의 과정이 참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