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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연재 Dec 24. 2020

#4 난드르바당

오랜 친구들과의 여행은 무계획이 계획입니다 @제주도

'드넓은 들'이라는 뜻의 난드르와 '바다'라는 뜻인 바당 (제주도 방언) 이 합쳐진 난드르바당은 이번 제주 여행에서 손꼽는 맛집이었다. 누군가 '제주 오겹살 집 맛집 좀 추천해줘'라고 물어본다면 단연코 여길 추천해드리리다.

숙소에서 걸어갈 정도로 가까웠던 난드르바당은 요즘 SNS으로도 유명한 제주 흑돼지 집이다.

맛도 맛이지만, 풍경이 주는 감동이 훨씬 더 큰 곳이었다. 서로 불판만 보며 구워지는 고기만 바라보는 일반 고깃집과는 차별화된 너무나 큰 메리트를 가진 곳이어서인지, 아직도 눈에 선하다.


테이블마다 번호가 있어 와서 몇 번 테이블에 착석하고 싶은지 미리 찜해놓으면 된다. 사람들이 붐비기 전에 제일 먼저 먹자 하여 오전 열한 시 반에 도착했더니,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시원한 바다 풍경을 여유롭게 볼 수 있는 제일 앞, 중앙에 위치한 테이블을 잡아놓고, 사진 촬영하기 바빴다. 사실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들이 많아서 살려둔 사진보다 버린 것들이 더 많다. 그 정도로 예쁜 컷을 하나 건지기에는 수차례의 표정 짓는 일련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사의 인내심 역시도.

눈에 담고 싶은 모든 풍경들을 핸드폰 카메라로 담으면서 놀자 어느덧 12시가 되었다. 

행복의 의자. 포토존

미리 생각했던 메뉴를 주문했다. 삼겹살 2인분, 김치찌개 1인분...

3명인데 왜 3인분을 안 시켰냐고? 친구 한 명이 여행 전부터 장트러블이 났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 역시도 올해부터 공식적인 '채식주의'에서 슬며시 탈피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여러 복합적인 이유에서 약 8년 전부터 채식을 해왔는데, 올해 중반부터 이러한 신념이 서서히 무너져갔다. 이유를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채식주의자나 비건이 아니다. '간헐적 육식'을 하기 시작을 했지만 아직까지 엄청 맛있어서 먹는 것은 아닌 듯하다.

물론 정말 우수한 품질의 고기는 너무나 맛있겠지만, 보통 일반적인 고기를 먹을 때 씹는 그 식감과 질긴 느낌이 별로다. 오이나 당근의 향과 맛, 식감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 않는가? 고기를 먹고 아삭아삭한 채소의 담백하고 상큼함을 재빠르게 되찾는 걸 보면 아직은 과도기다. 그러나 난드르 바당에서는 고기를 몇 점 먹으면서 바다 내음을 맡을 수 있으니 살짝 질겨 엉겨 붙는 그 식감은 나도 모르게 잊혀졌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풍경이 열일하는 곳

정신없이 맛있게 먹고 김치찌개로 입가심을 하니 너무나 아쉬움이 밀려왔다. 맛있는 음식이 빠르게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이 명당을 떠야 한다는 게 싫었다. 누군가에게 이 자리를 팔아야 된다는 생각과 함께, 남은 사이다를 찔끔찔끔 최대한 오래 마셨다. 엉덩이를 최대한 의자에 파묻었다. 두리 두둥실 떠다니는 구름이 섞인 하늘, 바다, 그리고 초록을 머금은 밭,  화강암의 색감들이 가로로 띠를 길게 이루니 마치 샌드위치 같았다. 자연 청정의 샌드위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풍경이라면 채식하는 이효리도 여기서 삼겹살을 채소처럼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오래 전의 여행은 아니지만 요즘 코로나 확진자가 1000명이 훌쩍 넘어 이동이 불가하니, 저 시간이 더더욱 그립다. 맛있고 멋있고 만족감 최고였던 곳이다.


고기 두께 좀 봐요! 사이드에 달걀찜과 콘치즈는 감동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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