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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연재 Sep 07. 2021

Frida Kahlo

프리다 칼로

Frida Kahlo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뭔지 알아? 그게 뭔데? 

남을 바꾸려 하는 거야. 그렇지. 어렵지

근데 그보다 더 어려운 게 뭔지 알아? 

그게 뭔데?

나 자신을 바꾸는 거.


어느 날 일어나 눈을 떴는데 

너의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해봐

발가락도 꼼지락거리지 않는다고 생각해봐

날숨과 들숨이 오갈 때마다 척추 뼈마디가 주저 앉는다 생각해봐


1925년 9월 17일

프리다 칼로는 이날 다시 태어났다. 

침대 위에서 헤엄치는 법을

침대 위에서 사랑을 나누는 법을

침대 위에서 나를 바라보는 법을

침대 위에서 색을 만드는 법을

침대 위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그리는 법을

침대 위에서 내 몸에 박힌 못들을 빼내는 법을

다시 배우고 일어났다.


나무처럼 가만히 있어도 

멀리 나가지 않아도 

우주선을 타지 않아도 

프리다 속에 자리 잡은 광활한 우주가 있어 외롭지 않았다.

아니 외로웠다 그래도 함께 나아갔다.


프리다는 귀에 속삭이는 리베라의 음성을 몸에 새긴다

리베라의 코끼리 같은  풍채를 아이처럼 작게 만들었고

리베라가 키스한 머리칼을 잘라버렸고

리베라가 가슴에 꽂은 칼, 화살, 못들을 부러뜨려 연고를 발랐다.


프리다는 그림으로 들어갔고.

그림 속 침대로 들어갔고

천장에 달린 거울 속 모습을 보고 한번 웃었다

프리다는 그릴 수만 있다면 마음껏 움직일 수 있었고.

춤을 출수도 있고

질투를 할 수 있었고

실수를 할 수 있었고

초콜릿의 달콤함을 맛볼 수 있었고

부러진 몸을 껴안아줬다. 


그림 그릴 때 신체적 제약에서 벗어나 온전한 자유를 찾았던 프리다 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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