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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연재 May 24. 2022

15. 재즈 부기우기와 피에트 몬드리안

뮤지컬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 <라라 랜드> 에서 재즈에 대한 주인공들의 엇갈린 반응을 볼 수 있다. 미아는 재즈라는 장르가 시끄러워 듣기 불편하다고 말한다. 그러자 세바스찬은 미아의 말에 흥분하며 이렇게 대응한다.



“재즈는 꿈이야 충돌하고 화해하고 매 연주가 모두 다른 음악이라고!
정말 흥분되지 않아?”
- 세바스찬 <라라 랜드> 中



매 연주가 다른 음악을 만들어내는 재즈 라는 장르에 미쳐버린 아티스트가 있다. 그는 네덜란드 출생으로 신조형주의라는 회화의 기반을 잡은 피에트 몬드리안이다. 신조형주의는 De Stijl이라고 부르며 영어로 The Style이라는 양식이라는 뜻을 담는다. 신조형주의란 조형예술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만 환원하여 그림을 구성하는 것이다. 모든 형태는 선과 면이 만나면서 생기기 때문에 그 선과 면을 이루는 가장 기초적인 수직선 형태들이 모여 조형적 구성을 이룬다. 몬드리안의 작품들은 대부분 간결하고 모던하다. 




  ▲피에트 몬드리안, 구성: 빨강, 노랑, 파랑, 검정, 1921




처음부터 몬드리안이 음악에 대한 개념을 미술에 도입하여 시각적으로 표현했던 것은 아니었다. 원래 몬드리안의 초기 회화는 사실주의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1912년 파리로 가며 근대 미술의 입체주의를 접하게 되며 그의 작품은 드라마틱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이후 네덜란드 출생이라는 사실을 감추고자 미니멀화 되어가는 작품 처럼 원래 본명인 Mondriaan 에서 a를 하나 뺀 Mondiran으로 개명하며 활동했다.



▲사실주의 스타일의 작품: 피에트 몬드리안, 저녁: 빨간 나무, 1908-10


▲ 사실주의 스타일의 작품 : 피에트 몬드리안, 달빛에 비친 개인 강 옆 우지즈 풍차, 1903




몬드리안의 신조형주의 작품은 보편적인 미를 추구했다. 그는 당시 지식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신지학 협회에 가입하여, 일시적 현상들 속에서 보편적인 특성을 끌어냄으로써 신과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우리가 보는 모든 사물 속에는 모든 것을 관통하는 보편적인 본질이 내재해 있으며, 그 본질은 조화로운 상태를 이룬다고 파악했다. 몬드리안은 빨강, 노랑, 파랑 원색 그리고 무채색인 검정, 흰색과 회색만 사용하며 보편성을 구축 시켰다. 선은 가로와 세로 만 사용하며 마치 그래픽 작업 같이 깔끔하고 모던한 느낌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자를 대고 그린 듯 건축 설계 같은 회화 작품이 재즈 라는 장르를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 사실 재즈라는 음악 장르는 세바스찬이 말 한대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즉흥 연주가 많다. 따라서 매번 연주할 때마다 음악이 달라지며 상황에 따라 음이 탁구공처럼 이리저리 튀어 다니기 일쑤다. 이런 불협화음 때문에 재즈는 한시도 몸을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만든다. 몬드리안은 1940-41년 사이 잭슨 폴록의 아내였던 리 크래스너와 재즈 음악에 밤새도록 춤을 춘 역사도 있다.



▲피에트 몬드리안, 브로드웨이 부기우기, 1942-43



▲피에트 몬드리안, 빅토리 부기우기, 1944



이런 재즈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 <브로드웨이 부기우기>다. 원색인 노랑, 빨강과 파랑은 뉴욕의 밤을 화사하게 만들어주는 야경 조명을 연상케 한다. 색의 배열이나 선들이 모여 만든 네모의 크기들도 각기 다르다. 몬드리안은 이러한 원색들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시각적 에너지가 리듬을 만들어 내고, 뉴욕의 활기 넘치는 교통 상황의 모습과 닮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기우기 작품으로 <빅토리 부기우기> 가 있다. 이 작품은 1944년까지 만들어지다가 미완성으로 남은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브로드웨이 부기우기> 나 다른 회화 작품에 비하면 네모 모양이나 선의 형태가 절제되어 보이지 않는다. 반듯하게 각진 구역을 빠져나가기도 하고 색이 칠해지지 않는 틈도 보인다. 이 회화는 정말이지 숨가쁘게 튕기며 흐르는 재즈의 선율을 그대로 시각적으로 옮겨 논 듯 하다.



★부기우기 음악도 들어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pNs9Ga_TP40

https://artlecture.com/article/2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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