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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연재 Aug 21. 2022

18. 도라 마르 Dora Maar

피카소의 여인



파블로 피카소가 그린 여성들의 초상화들을 보다 보면 눈에 띄는 여인이 있다. 무엇이 그리 슬픈지 구슬프게 우는 모습을 하고 있거나 붉은 매니큐어를 손에 칠한 긴 손가락을 턱에 괴고 새침하게 앉아 있다. 우아한 포즈를 취한 듯하지만 피카소가 퍼즐 처럼 쪼개 놓은 얼굴과 손가락을 보면 인체의 어색함이 단번에 느껴진다. 이 여성은 도라 마르다. 피카소의 연인이기도 했으며 초현실주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포토 몽타쥬 작품들을 창조했다.


피카소가 그린 도라 마르의 초상화


만 레이, 작은 손을 가진 도라 마르의 초상화, 1936


바람둥이 피카소는 자신이 만났던 여러 애인들 중 도라 마르는 자신과 예술과 지성적으로 합이 잘 맞던 사람이라고 평하며, 마르의 뛰어난 창작 능력을 높이 샀다. 피카소는 그녀를 질투하기도 하고 마르의 아이디어에서 도움을 받기도 했다. 피카소의 후기 대작인 <게르니카> 작품이 완성될 수 있었던 데에는 마르의 도움이 컸다. 그녀는 사진 작가였기 때문에 피카소가 대형작을 완성하기까지의 단계들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또한 다크 룸에서 흑백사진으로 이미지를 합성하여 창조하는 방식은 피카소가 모노크롬 형식의 작품을 만드는데도 영향을 주었다.


도라 마르의 예술적 재능은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프랑스 출생인 어머니는 패션 부티크 샵을 운영하고 있었고 그녀의 아버지는 크로아티아 출생의 건축가였다. 그 덕분에 다양한 문화의 자극을 받으며 자라났다. 가족들의 지원으로 인해 여행을 다니며 교육을 받았고 일찍이 예술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1920년 대부터 사진이라는 매체에 빠지게 되면서 패션과 상업 사진을 찍으면서 금전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했다.

도라 마르와 파블로 피카소



도라 마르가 만들어내는 포토 몽타쥬 이미지는 초현실주의 적인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질감이 드는 두 가지 이상의 이미지들을 합성해서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가 나올 법한 시작점을 잡아낸다. 1934년 작 <무제: 손 소라껍데기>에서는 소라 껍데기에서 여자의 손이 나와 달팽이 같은 이미지를 만든다. 갯벌에서 돌아다니는 게를 생각나게 한다. 익숙한 이미지에서 낯선 점이 발견되었을 때 공포스러운데, 이러한 손들이 바다 모래사장을 기어 다닌다 생각하면 섬뜩하다. 


도라 마르, 무제 (소라 껍데기의 손)

도라 마르의 <우부 왕 Ubu Rois>는 마치 외계인을 사진으로 찍은 것 같다. 코가 길고 두툼하니 아기 코끼리 같기도 하고 어디서 많이 본 갑각류와 포유류 그 사이 어딘 가에 있는 동물인 듯하다. 딱딱한 등껍질을 가진 포유류인 아르마딜로의 태아 모습과 유사하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아니며 이 동물은 마르가 만들어낸 상상 속의 동물이다. 어떻게 이 사진을 만들었고 어떤 생물체를 만든 것인지 밝히지 않았다. 우부 라는 독특한 이름은 극작가 알프레드 제리가 만들어낸 잔인하고 욕심이 많은 왕 캐릭터다. 


도라 마르, 우부 왕, 1936




도라 마르는 인생 후반에는 자신을 세상으로부터 격리하며 외딴 곳에서 회화에 몰입하며 지냈다. 하지만 그녀의 회화 작품을 검색하면 피카소가 그린 마르의 초상화들이 대부분이다. 점차 도라 마르에 대한 전시나 글들이 더 많아져 미스터리한 이 작가의 작품 세계를 더 깊게 탐구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아트렉처 링크:








l    글쓴이: 허연재


테이스티 아트(Tastea Art): 일상 속에서 예술을 통해 풍요로운 삶을 만드는 미술사, 미술 인문학 강의를 하고 글을 씁니다. / <바라보니 어느새   내 맘에>2020 저자.


웹사이트 www.tasteaart.com


브런치 https://brunch.co.kr/@tasteaart


인스타그램 @tastea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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