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연재 Oct 23. 2022

20. 미래의 쉼터:현대모토스튜디오HabitatOne

현대모토스튜디오 부산

사람들의 쉼을 보장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혼자 조용히 있을 수 있는 방, 나만 아는 카페 혹은 타인의 사랑과 보살핌으로 키운 정원. 사람마다 다르지만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북유럽 사람들에게는 독서를 하고 단 일 분이라도 편하게 앉아 쉴 수 있는 의자라는 사물이 중요한 것 처럼 삶의 방식을 조금이나마 윤택하게 하는데 마음과 육체가 쉴 수 있는 쉼터는 중요하다. 


개인들을 위한 쉼터는 각자가 다르겠지만 조금 더 포괄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인류를 위한 곳은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지 싶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많겠지만 오늘도 플라스틱 컵을 몇 개를 썼는지 되돌아본다면 지구를 살린다는 것은 사실상 깨진 독에 물 붓기 같다는 허무함이 들기도 하다. 


이번에 부산 F1963에 간 김에 현대 모토 스튜디오의 전시 <Habitat One> 을 관람했다. <Habitat One> 은 탄소중립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세대를 위한 새로운 형태의 주거 솔루션을 제안하는 전시였다. 작품의 수는 많지 않았지만 소재와 제작 과정들을 글과 영상을 통해 함께 볼 수 있어 신선했다. 영상 빔을 쏘는 미디어 전시나 NFT와 같이 전통성보다는 트랜드에 치우친 전시들에 지쳤던 와중 이번 전시의 발견은 참신했다. 입구에 들어갈 때부터 미래의 도시에 들어가는 기분에 들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기괴한 형태의 나무, 자동차 에어백 같은 풍선으로 만들어진 구조물, 그리고 마치 과학자 실험실에 들어온 것 같이 마녀의 색 녹색 액체들이 벽 한쪽에서 들끓고 있었다. 전시되어 있는 이 구조물들은 우리 인간이 오염되어 가는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게 만든 임시 방편의 쉼터이다.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외관으로는 친숙한 나무와 숲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지렁이가 기어다니는 토양에 뿌리 박고 자라는 식물이 아닌 인공적인 식물들이었기 때문이다. 

전시는 에콜로직스튜디오와 바래의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에콜로직스튜디오의 <트리 원>

<트리 원>은 전시장에 입장하기 전 1층 외관에서부터 뿌리를 관람할 수 있다. 뿌리만 보면 이상한 구조물과 생소한 재료로 인해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2층 전시장으로 올라가면 나무 형상라는 것을 알게 된다. 거대한 이 나무는 3D프린터로 제작되었으며 조류 바이오 폴리머 소재로 만들어졌다. 바이오 폴리머에는 광합성을 하는 녹조류 알게가 첨가되어 실제 나무 처럼 산소를 배출하고 공기 중 탄소는 저장한다. 생명과 소멸이라는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여 환경 문제를 해결한다. 미적으로 아름답기보다 우주에 사는 에일리언을 떠올리게 한다.



▲에콜로직스튜디오 <트리 원>
▲에콜로직스튜디오 <트리 원>




에콜로직스 스튜디오의 <호로투스 XL 아스타잔틴.g>

이름도 어려운 이 작품은 도시와 자연 상생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보여주는 유기적 조직체이다. 개구리 알 같기도 하고 여자 가슴 같아 보이는 형상들이 자연의 곡선들을 모두 흡수한 것 같았다. 초록색 이끼처럼 보이는 이 미세조류는 젤리화 되어 조직 사이사이에 채워져 있다. 광합성을 활성화시키며 태양광을 산소와 바이오매스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해 빌딩숲에서 오염된 공기를 정화시킨다.



▲    에콜로직스 스튜디오, <호로투스 XL 아스타잔틴.g>



바래의 <에어오브 블룸>

<에어오브 블룸>은 자동차의 에어백 같은 풍선이 부풀어 올라 나무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이 구조물은 가까운 미래 도심 속 공공공간에서 휴식이 필요한 공간에 설치된다는 제안이다. 이 구조물은 모듈로 구성되어 있다. 에어리(Air) 라는 이름의 모듈들이 태양광 패널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여 충전이 끝나면 로보트 청소기 처럼 돌아다닌다. 의자가 필요한 사람은 이 작은 스툴처럼 생긴 에어리에서 잠시 쉬면 된다. 실용적인 기능으로 필요하면 핸드폰 충전도 가능하다. 해보니 사실 속도는 매우 느리지만 상용화 되면 유용할 것 같다. 사람, 자연, 사물을 모두 이어주는 공간을 만든다는 점이 참신하다.



▲바래 <에어오브 블룸>




예술이 밥 먹여주냐! 라고 말을 많이 하지만 불안정한 미래에 좀 더 나은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작품들을 보면 내심 든든하다. 또한 언젠가는 정말 이런 SF영화에서나 볼 법한 인공 숲에 인간이 의지해 살 우리의 미래가 더 명확해지는 듯 했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트리원>과 <포토신세티카 워크> 사이에 서 있으면 숲 속에 들어간 듯한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이 감돌았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씁쓸한 마음도 감출 수는 없었다. 사람은 흙과 나무로 이루어진 자연에 기대어 쉬는게 진정한 쉼 인데,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이런 인공적인 구조물에 의지하여 쉬어야 한다는 점이 어색하기도 하다. 




*전시정보:

현대모토스튜디오 부산 HABITAT ONE 전시

기간: 2022.7.7-2023.1.8

https://motorstudio.hyundai.com/busan/cotn/exhb/habitatOne.do?strgCd=04





l    글쓴이: 허연재


테이스티 아트(Tastea Art): 일상 속에서 예술을 통해 풍요로운 삶을 만드는 미술사, 미술 인문학 강의를 하고 글을 씁니다. / <바라보니 어느새   내 맘에>2020 저자.


웹사이트 www.tasteaart.com


브런치 https://brunch.co.kr/@tasteaart


인스타그램 @tasteaart





매거진의 이전글 19. 시카고의 랜드마크: 크라운 파운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