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오늘은 '참나물 비빔밥'이다.
"추우니까 조심히 다녀." 요즘 들어서 출근하는 남편에게 꼭 하는 말이다. 비 오니까, 눈 오니까, 추우니까, 차가 많으니까, 사람이 많으니까... 조심해야 할 이유도 많다. 봄, 가을에는 보통 "안전 운전해."를, 여름에는 "더우니까 조심히 다녀."를 말하며 인사한다. 하지만 겨울에는 유독 다양한 이유를 들며 조심을 당부한다. 그건 아마도 겨울이기 때문이지 싶다. 겨울에는 한 해의 끝과 시작이 공존한다. 그렇기에 연말연시에 따른 행사도 많고, 사람들의 이동도 많다. 폭설, 화재, 한파 등으로 인한 사건, 사고도 빈번하다. 가뜩이나 기온이 낮아 문만 열면 몸을 움츠리게 되는 겨울인데 생각할 것도, 걱정할 것도 많아 더욱 곤두서게 된다. 아직 따스한 봄이 오려면 멀었는데... 봄이 그립다. 시작을 알리는 봄은 늘 스치듯이 지나가기에 오래 들여다보지 못한다. 늘 그렇듯 지나간 후에야 살랑였던 마음을 되짚어 보게 된다. 아무래도 오늘은 겨울 들판에서 푸릇한 봄에 대한 그리움을 찾아봐야겠다.
그래, 오늘은 '참나물 비빔밥'이다.
참나물은 생으로 쌈을 싸 먹을 수도 있고,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을 수도 있다. 참나물의 향을 제대로 느끼고 싶은 날이라면 쌈을 싸서 먹든 무쳐서 먹든 생으로 섭취하는 것을 추천한다. 씻을 때까지만 해도 본연의 향을 듬뿍 머금고 있던 파릇파릇한 참나물이 팔팔 끓는 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향을 잃어버린 채 축 처지기 때문이다. 물론 주먹밥 재료로 사용할 때는 잎이 생생하게 살아 있으면 잘 뭉쳐지지 않기 때문에 데치게 되지만 비빔밥 재료로 사용할 때는 굳이 데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야채를 데쳐서 먹는 것을 선호하는 나는 그게 주먹밥 재료든, 비빔밥 재료든 오늘도 데친다.
[참나물 비빔밥]
1. 손질한 참나물을 끓는 물에 데친다.
2. 데친 참나물을 쫑쫑 썰고, 소금과 참기름에 무친다.
3. 양념(다진 마늘, 소금, 후추)한 고기를 프라이팬에 볶는다. (생략 가능)
4. 그릇에 밥을 담고, (2)의 참나물과 (3)의 고기를 올린 후 깨와 참기름을 뿌린다.
(부족한 간은 개인 입맛에 맞게 간장을 뿌려 조절한다.)
5. 아침에는 볼(bowl)에 '밥, 쫑쫑 썬 참나물, 볶은 고기(생략), 소금, 참기름'을 넣고 주먹밥으로 먹는다.
강렬했던 본래의 싱그러운 향은 옅어졌지만 참나물은 참나물인지라 입에 넣었을 때 자신의 존재감을 과감하게 뽐낸다. 나뭇잎이 떨어지고 파릇함을 찾아보기 어려운 겨울 어느 날, 잊혔던 계절인 봄의 향기가 온몸에 퍼진다. 은은하게 퍼지는 참나물의 향이 오히려 나의 코끝을 간지럽힌다. 고소한 참기름도 한몫을 한다. 한 방울의 참기름이 대미를 장식해 주기 때문에 빠뜨리지 않도록 주의! 특히 나물을 무칠 때는 꼭 참기름이 들어가는 데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음식을 고소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윤기를 더해주니 입도 즐겁고, 눈도 즐겁다. 앞으로 다가올 봄이지만 12월 한복판에 봄 향기를 머금어 본다. 겨울에 즐기는 자그마한 봄 향기는 봄에 즐기는 만연한 봄 향기보다 더 귀하기에, 더 소중하기에 아끼고 아껴 몸에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