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오늘은 '시래기 된장찌개'다.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겨울바람 때문에, 꽁! 꽁! 꽁!
지금 생각해보면 동요의 가사는 직설적이고 현실적이다. 그래서인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건조하고 차디찬 겨울바람이 손등을 스치면 예나 지금이나 손등은 벌게지면서 아려온다. 어릴 때는 손이 트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신나게 돌아다녔는데, 지금은 메마르다 못해 쫙쫙 튼 손등에 핸드크림을 수도 없이 바른 후 주머니에 감추기 급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손발은 꽁꽁 얼지만 대처하는 방법은 많이 달라졌다. 딱히 달라져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 달라져 있는 나를 보게 된다. 나에게는 음식에도 이런 순간이 있다. 어느 순간 달라져 있는 음식의 맛.
그래, 오늘은 '시래기 된장찌개'다.
강릉에서 사용하는 까막장은 다른 된장과 비교했을 때 유달리 까맣다. 색만큼 맛도 진하다. 그리고 간도 세다. 이러한 이유로 까막장을 사용할 때는 일반 된장을 사용할 때 넣던 간장과 액젓을 따로 추가하지 않는다. 육수에 까막장을 풀고 준비된 재료만 넣으면 되기 때문에 저녁에 재료를 미리 준비만 해놓으면 아침 메뉴로도 뚝딱 만들기 좋다. 뿐만 아니라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나 돼지고기 수육을 먹을 때, 구수한 한식 요리가 필요할 때도 언제든 뚝딱뚝딱 만들어 먹기 좋다.
[시래기 된장찌개]
1. 냄비에 육수를 끓인다.
2. 삶은 시래기, 버섯, 두부 등을 먹기 좋게 썬다.
3. 육수에 된장(까막장)을 풀고 (2)의 재료를 넣고 끓인다.
된장찌개는 보통 후식으로 먹지 주요 식사로 사 먹는 경우는 드물다. 엄연히 요리이건만 너무 일상적이기에 된장찌개는 그리 큰 대접을 받지 못한다. 아마도 일반적인 만큼 돈 주고 사 먹을 정도의 음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맛을 내기 쉽지 않은 요리가 된장찌개이다. 내 인생 첫 요리였기에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대학생 시절, 나름 요리를 해보겠다며 된장을 하나 사들고 방으로 돌아와 가지고 있던 아무 냄비나 꺼내 물을 붓고 끓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돼지고기 수육을 해 먹어도 되는 꽤나 큰 냄비였다. 육수도 내지 않은 뜨거운 맹물에 무작정 된장을 풀었다. 여기서부터가 문제였다. 아무리 풀고, 또 풀어도 된장찌개가 맹탕이었다. 이러다 사온 된장 한 통을 다 넣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로 된장 넣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한 입도 못 먹고 그대로 버렸다. 그때는 내가 이렇게 아침, 저녁으로 요리를 할지 꿈에도 몰랐다. 그 뒤로 엄마의 부엌에서 어깨너머로 열심히 배웠고 지금은 거뜬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리 쉬워 보이는 음식도 처음은 늘 어렵다. 다 넣고 끓이면 될 것 같은 된장찌개지만 처음은 어려웠다. 물론 지금은 정말 무턱대고 다 넣고 끓이고 있지만. 가스레인지 위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시래기 된장찌개를 보고 있자니 추억이 보글보글 끓어오른다. 참 별 볼 일 없는 음식이라면 별 볼 일 없는 음식이지만,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없어서는 안 되는 특별한 음식이기도 하다. 그때의 네가 없었다면 내가 지금 이렇게 주부로서 요리를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