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아홉 걸음

춘천, 그 자체가 영화

by 춘천시민


| 촬영일 : 2025년 7월 23일 수요일 오후 7:19

| 촬영장소 : 거두교 아래 공지천 자전거길


산 너머로 해가 스며들고 있었다. 구름은 마치 물감을 푼 듯 어두운 붉은빛을 품었고, 석양은 그 틈으로 조심스럽게 얼굴을 내밀었다. 공지첨에서 시작해 학곡리까지 이어진 산책길에서 마주한 춘천의 석양은 그 어떤 말보다도 묵직하게 가슴을 적셨다.


저녁 무렵 산책을 시작하면, 마음도 자연스레 기대를 하게 된다. 오늘의 하늘은 내게 어떤 노을을 선물해 줄까? 어떤 빛으로 하늘을 물들일까? 그 질문은 매번 같지만, 대답은 단 한 번도 같았던 적이 없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면 오히려 허전함이 스친다. 그러나 오늘, 돌아오는 길에 만난 노을은 산자락 위로 서서히 내려앉고 있었다. 나는 그 빛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붙잡기 위해 자전거 페달을 서둘러 밟았다. 석양을 가리는 나무와 전봇대, 시간의 그림자들을 내 뒤로 보내고 싶었기에.



| 촬영일 : 2025년 7월 23일 수요일 오후 7:30



매일매일 나는 특별한 것들로부터 조금씩 멀어지는 것 같다.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어떤 날은 덤덤하게 흘려보내고, 어떤 날은 마음을 꽉 누르며 버텨낸다. 그러다 문득, 오늘은 뭐라도 특별하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솟아날 때가 있다. 그런 마음은 흔히 위로받는 순간이 아니라 스스로 위로를 만들기 위해 애쓸 때 찾아온다.


내가 만든 오늘의 특별함. 그건 어쩌면 평범한 하루 끝자락에 하늘과 내가 만든 작은 위로일지도 모른다.



| 촬영일 : 2025년 6월 17일 화요일 오후 7:17

| 촬영장소 : 상상마당 야외공연장


집에서 이곳까지는 걸어서 30분, 자전거로는 단 8분이면 닿는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거리. 어쩌면 너무 가까워서 그 소중함을 잊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의암호 위로 석양빛이 황금물결처럼 번지던 순간. 카메라로 다 담아내지 못할 만큼 황홀하고, 어떤 말로도 옮길 수 없을 만큼 부드러운 찰랑임.


어쩌다 정신이 조금 피폐해지고 있는 기분이 될 때, 작은 일에도 쉽게 예민해지고, 무기력함이 하루를 통째로 삼켜버릴 듯 무겁게 내려앉을 때. 그럴 때마다 나는 늘 같은 방법을 택하곤 한다. 생각을 멈추고, 몸을 움직인다. 정신적인 어려움은 물리적인 해결로. 무작정 걷고, 또 걷는다. 발끝이 닿는 곳이 어딘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다 문득 이런 풍경을 마주하면 마치 방전된 배터리에 갑자기 전류가 흐르듯 내 안에서 무언가가 다시 살아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산책은 결국, 내 감성을 조용히 채워주는 보조 배터리 같은 존재다. 세상이 아무리 시끄럽고, 나 자신이 지쳐 있더라도 이런 풍경 하나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만 같다. 비록 내일이 얼마나 거칠지 알 수 없어도 말이다.




| 촬영일 : 2025년 7월 21일 월요일 오후 7:28

| 촬영장소 : 소양 2교 포토존 (우두동 360-1)


소양 2교와 소양 1교가 겹쳐진 풍경 앞에 멈춰 섰다. 서로 다른 시간에 놓인 두 개의 다리가, 노을빛 아래에서 겹쳐지는 모습이 마치 과거와 현재가 포개지는 듯했다. 멀리 보이는 산 능선 위로 구름이 피어오르고, 그 구름의 가장자리마다 노을이 묻어 있었다. 빛은 구름의 윤곽을 따라 퍼지고, 어둠은 산의 등줄기를 따라 조용히 번져간다.


차들이 다리를 건너는 소리가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왔다. 하루를 끝내고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길. 그중 하나가 어쩌면 나일 수도 있고, 언젠가의 당신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피곤한 얼굴로 핸들을 잡았을 테고, 누군가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따라 부르며 퇴근길을 달리고 있을 테지.



산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목에서 하염없이 바라본 노을과 구름의 기록들.




| 촬영일 : 2025년 2월 13일 목요일 오후 4:55

| 촬영장소 : 장학리


2월의 공기는 여전히 차갑고, 산등성이에는 지난겨울의 흔적이 아직 조금 남아 있었다. 눈발이 스쳐간 자리는 연한 얼룩처럼 산 위에 남아 있고, 하늘은 겨울 노을빛을 조용히 내려주었다. 해가 질 무렵의 빛은 계절의 끝자락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차가운 공기 속에 물든 금빛 하늘, 그리고 그 위에 겹쳐진 시간의 구조물들. 소양강을 가로지르는 소양 1교와 소양 2교는 완벽하게 겹쳐져 마치 한 몸처럼 보인다.



| 촬영일 : 2025년 2월 13일 목요일 오후 4:55

| 촬영장소 : 장학리


해 질 무렵의 소양강은 하루 중 가장 따뜻한 금빛으로 물든다. 그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흰뺨검둥오리들. 무리 중 한 마리가 날개를 활짝 펼치며 물 위로 솟아오른다. 금빛 물결 위에 작은 파문이 번진다. 새들이 나누는 언어, 흐름, 질서. 그 모든 것이 고요하고도 아름답다. 그저 이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켠이 은은하게 데워지는 기분이 든다.


어쩌면 소양강의 저녁은 춘천 시민들에게 하루의 끝을 가장 평화롭고 아름답게 수놓아주는 선물 같은 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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