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열다섯 걸음

춘천, 그 자체가 영화

by 춘천시민
하중도에서 만난 구름



구름은 여름에 가장 멋있더라. 온종일 데워진 땅에서 뜨거운 기운이 피어오르고, 그 위로 수증기가 쌓이면 어느새 하늘엔 새하얀 덩어리가 부풀어 오르지. 그걸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어쩐지 마음속에 축적돼 있던 뿌연 감정들이 조금은 빠져나가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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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일 : 2025년 8월 4일 수요일 오후

| 촬영장소 : 하중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하늘이 저렇게 불안정하니까 저런 멋진 구름도 피어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내 안의 불안정함은 도대체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요즘엔 하루가 멀다 하고 말로 설명되지 않는 불안이 찾아오곤 해. 불쑥불쑥 밀려드는, 형체도 없고 이유도 없는 불안. 그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나는 늘 스스로를 몰아붙였지. 좋은 방법은 아니었어. 육체와 정신을 번갈아가면서 괴롭힌다고 해서 잠잠해질 불안이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고문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불안은 더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나를 정면으로 노려보더라.


그래서 나는 방법을 바꿨어. 불안이 가장 질색할 만한 아주 달콤한 것들을 준비하기 시작했지. 맑은 공기, 밝은 햇살, 상쾌한 바람, 눈부신 햇살, 부드러운 구름, 반짝이는 강물, 그리고 다정한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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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일 : 2025년 8월 4일 수요일 오후

| 촬영장소 : 하중도


그리고 매일 아침, 불안과 끝장을 보겠다는 각오로 조용히 파이팅을 외쳐. 그 파이팅은 어느새 글이 되거나, 사진이 되어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힘으로 내게 돌아오더라.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거북이보다도 느릿하게. 그렇게 한 걸음씩, 내게 맞는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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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일 : 2025년 8월 4일 수요일 오후

| 촬영장소 : 하중도


하지만 불안은 누르면 누를수록 오히려 팽창하는 성질을 지닌 것 같아. 억누를수록 틈새를 찾아 기어오르고, 외면할수록 더 집요하게 마음을 파고들지. 처음엔 조그만 그림자였을지 몰라도, 그걸 지워보겠다고 애쓰는 동안 어느새 마음 한가득을 차지해.


불안을 무조건 없애려 들기보단, 그걸 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게 결국엔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까? 조금은 서툴더라도 불안이라는 녀석을 함께 데리고 살아봐야 하나 봐. 불안이라는 건 내가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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