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그 자체가 영화
매일 나서는 산책이지만, 그 길은 늘 고민으로 시작된다. 오늘은 어디로 걸어볼까. 마치 매일 저녁 메뉴를 고민하는 것처럼, 걷는 방향 하나에도 생각이 쌓인다. 분명 집 안에서는 산책 경로를 정해뒀건만, 문을 나서고 나면 작은 바람결이나 길가의 그림자 하나에도 마음은 흔들린다. 하지만 그 사소한 흔들림은 종종 뜻밖의 황홀로 이어진다.
6월, 공지천에서 만난 나비
| 촬영일 : 2025년 6월 12일 목요일 오후 5:40
| 촬영장소 : 공지천 하천정원 (온의동 40-1)
6월 12일, 한여름 못지않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가까스로 발걸음을 내디딘 공지천 산책길은 숨이 턱턱 막히는 열기로 가득했다. 가볍게 입은 운동복조차 무겁게 느껴졌고, 카메라 가방은 땀에 젖은 어깨를 한층 더 짓눌렀다. 하지만 그 느려진 걸음 덕분일까. 평소라면 지나쳤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하천을 따라 걷던 중, 한 마리의 배추흰나비가 눈앞에 팔랑이며 나타난 것이다.
나비는 예측할 수 없는 존재다. 어디로 날아들지, 어떤 꽃에 머무를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찍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 우연이 반드시 필요한 피사체. 수차례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만 남기던 차에, 마침내 한 장, 또렷한 한 장이 담겼다.
하지만 그 사진은 정돈된 구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이 조급하게 셔터를 누르게 했고, 나비의 날갯짓에 내 호흡조차 맞추기 어려웠다.
| 촬영일 : 2025년 6월 17일 화요일 오후 6:13
| 촬영장소 : 공지천 하천정원 (온의동 40-1)
5일 후,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다시 나비를 만났다. 이번에도 배추흰나비였다. 다만 지난번처럼 점무늬가 선명하지 않아 수컷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 무지함조차 이 순간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끈끈이대나물 꽃 위에 살짝 내려앉은 나비. 꽃송이는 작고 섬세했지만, 보랏빛은 놀라울 정도로 강렬했다. 실패해도 괜찮았다. 나비가 찍히지 않아도, 꽃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다웠으니.
곧이어 나비는 바로 옆 금계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망설임 틈 없이 셔터를 눌렀다. 카메라가 계산할 틈도 없이, 오직 본능으로 반응한 순간. 때로는 그런 사진이 가장 강렬한 감정을 담고 있다. 그렇게 나는 한 자리에서, 땡볕 아래서, 나비 한 마리를 위해 십여 분을 멈춰 있었다.
과연 이것을 산책이라 할 수 있느냐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이게 바로 산책이지!"
내게 산책이란 그저 '걷는 것'을 넘어 여유롭게 주변의 환경을 흡수하는 것이다.
| 촬영일 : 2025년 6월 17일 화요일 오후 6:15
| 촬영장소 : 공지천 하천정원 (온의동 40-1)
이번에는 전략을 바꿨다. 나비를 쫓는 대신, 나비가 앉아주었으면 하는 꽃을 정해놓고 그 자리에 머물기로. 만수국 위에 앉을 나비를 상상하며 뷰파인더에만 집중했다. 등 뒤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오늘 아니면 이 조합을 담아낼 수 없다는 확신이 나를 그 자리에 붙들어 두었다.
나비가 오지 않으면, 꽃만 찍고 가자. 속으로 그렇게 되뇌던 찰나, 나비가 마침내 날아들었다. 나비가 앉는 순간, 셔터는 망설임 없이 눌렸다. 단 한 장. 하지만 그 한 장이면 충분했다. 기다림 끝에 찾아오는 순간이 더 아름다우니까.
공지쉼터에서 만난 계절들
| 촬영일 : 2025년 6월 17일 화요일 오후 6:32
| 촬영장소 : 공지쉼터 (삼천동 469-17)
호반교 아래서 나비를 담았다면, 그로부터 약 620m 떨어진 공지쉼터는 또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공지천교 다리 끝에서 보이는 공지쉼터의 풍경이다. BLOOMING ChunCheon 포토존이 자리하고 있고, 그 앞에는 수레국화와 양귀비가 화려하게 피어 있다. 낮에는 햇살에 반짝이고, 밤에는 조명 아래 은은하게 물든다.
| 촬영일 : 2025년 6월 3일 화요일 오후 6:32
| 촬영장소 : 공지쉼터 (삼천동 469-17)
공지쉼터에서 실패한 배추흰나비. 초점이 원하는 곳에 맞지 않았지만, 비행중인 배추흰나비를 담은 것으로 만족한다.
| 촬영일 : 2025년 6월 16일 월요일 오후 7:00
| 촬영장소 : 공지쉼터 (삼천동 469-17)
빛이 노을로 물들 무렵, 메타세쿼이아의 수피에는 초록 이끼가 가득했다.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나무. 그 존재감 하나만으로도 도심 속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 나무 아래에 앉아 쉬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바쁜 하루가 잠시 멈춘 듯하다.
| 촬영일 : 2025년 1월 5일 일요일 오전 11:49
| 촬영장소 : 공지쉼터 (삼천동 469-17)
계절을 거슬러, 겨울 어느 날의 장면. 같은 공지쉼터지만, 메타세쿼이아 아래 귀여운 눈사람이 전혀 다른 풍경을 만들어냈다. 그날 산책을 나온 나 자신이 유독 대견하게 느껴졌던 순간.
| 촬영일 : 2025년 1월 5일 일요일 오후 1:26
| 촬영장소 : 공지쉼터 (삼천동 469-17)
한 겨울, 발끝까지 시린 오후. 사람 없는 공지천, 눈 덮인 메타세쿼이아 광장을 바라보며 셔터를 누르는 손끝이 얼어붙을 듯 아렸지만, 그 고요함은 추위와 맞바꿀 만한 것이었다.
| 촬영일 : 2025년 6월 17일 화요일 오후 6:35
| 촬영장소 : 공지쉼터 (삼천동 469-17)
공지쉼터를 찬찬히 둘러보다 보면, 울창한 풀숲 사이로 난 계단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나무로 만들어진 그 계단은 마치 비밀의 입구처럼 궁금증을 자아낸다.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 걸까? 그 답은 다음 산책에서 마주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