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그 자체가 영화
조용한 여름날의 기록
| 촬영일 : 2025년 7월 9일 수요일 오후 5:12
| 촬영장소 : 온의교 아래 (온의동 586-2)
섭씨 35도. 춘천의 오늘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후끈한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눈부시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 바람은 머무르지 않았고, 하늘마저 뜨겁게 데워진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전거에 올랐다.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 촬영일 : 2025년 7월 9일 수요일 오후 5:29
| 촬영장소 : 남춘천교 위 (효자동 367-8)
남춘천교 위에서 공지천을 향해 렌즈를 들이댔다. 오후 5시 29분. 하루의 절반이 한참을 지나간 시간임에도 햇살은 여전히 집요했다. 계절은 여름이라기보다, 열기 그 자체였다. 평소라면 사람들로 북적일 공지천 산책로. 그러나 오늘의 길 위에는 그 흔한 발소리조차 드물었다.
거대한 나무와 짙은 초록의 풀들. 그 사이로 내려앉은 뜨거운 햇살은 모든 것을 고요하게, 무겁게 만들었다. 텅 빈 길과 고요함이 이 계절의 무게를 또렷하게 증명하고 있었다. 그 적막을 뚫고,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흐트러짐 없이 나아가는 걸음. 땀에 젖은 실루엣. 누군가는 이 더위에 무슨 짓이냐며 고개를 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들을 사랑한다.
걷는다는 것. 그건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다. 그건 의지고, 신념이며, 자신에게 보내는 격려다. 이 무더위 속에서도 아무도 박수 쳐주지 않는 길 위에서 그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걷거나 뛰는 사람들. 크고 요란한 목표가 없어도,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그들의 걸음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
누구에게도 내색하지 않고, 누구의 응원도 받지 못한 채 그저 자신의 리듬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여름의 열기는 단순한 날씨 그 이상이다. 삶의 무게이자, 침묵의 언어이며, 때로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조용한 다짐. 나는 그들과 함께 오늘도 산책한다. 땀이 비처럼 흐르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날에도 춘천의 열기 속으로 들어가 한 장면, 한 장면을 기록한다.
그들은 모를 것이다. 그들의 걸음이, 그들의 땀이, 누군가의 카메라에 이렇게 담기고 있다는 것을.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그런 사람일지 모른다. 하루를 견디느라 조용히 자신만의 속도로 걸어가고 있는 누군가.
그렇다면 나는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무더위는 지나간다. 뜨거웠던 오늘도 언젠가는 차가운 그늘 속의 어제가 된다. 그러니 지금, 당신이 여전히 걷고 있다면, 그건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강한 증거다. 세상이 모른 척해도, 누군가는 당신의 걸음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이 기록이, 이 문장이, 이 사진 한 장이 증명해 줄 것이다. 오늘도 이 더위 속에서도 걷고 있다면, 걷고자 마음먹기라도 했다면, 그 사실하나만으로도 나는 당신을 진심으로 찬양하고 싶다.
느리더라도, 때때로 멈춰 서더라도, 우리는 이렇게 여름을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 여정을, 내가 운이 좋아 기록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영광이다.
춘천에선 흔한 풍경
| 촬영일 : 2025년 7월 9일 수요일 오후 5:08
| 촬영장소 : 호반교 아래 (영서로 2362)
호반교 아래, 어둡게 드리운 다리 그늘 아래 작은 섬처럼 떠 있는 바위. 그곳에 하얗고 긴 목을 곧게 세운 왜가리가 있었다. 숨을 죽이고, 카메라를 꺼내 프레임을 맞추고 초점을 당겼다. 찰나의 긴장감. 첫 번째 셔터를 누른 후, 조금 더 가까이 담기 위해 렌즈 경통을 돌려 줌인하고 다시 셔터를 눌렀는데... 왜가리가 날아올랐다. 왜가리 바보인 나를 비웃는 듯한 힘찬 날갯짓.
춘천은 이런 도시다. 자연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오는 곳. 평범한 날, 평범한 다리 아래, 아무렇지 않게 마주치는 풍경. 그리고 이러한 풍경은 누군가에게 하루를 견디게 해주는 축복이 된다. 이러니 춘천을 사랑할 수밖에. 아무 계획도 없이 자전거를 타고 나왔는데 인생의 한 장면을 마주하게 되는 곳. 이래서 더위에 굴복할 수 없는 것인가.
왜가리는 프레임을 벗어났지만, 비껴간 초점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초점이 아니라,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