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Tasty G 미식

<Tasty G 미식 6> 예향? 광주7미? 의향..

- 서석동 '일흥식당', 백반

by Tasty G

<Tasty G 미식 6>


예향? 광주 7미? 의향과 백반정신!


- 서석동 ‘일흥식당’, 백반


* 요약: 예향 광주는 인위적인 수식어다. 광주 7미는 자가당착이다. 의리는 광주의 문화정체성이다. 광주 미식은 의리의 재현이다. 백반정신은 주고 싶은 마음이다. 백반은 광주의 대표 미식이다. 천대 받는 백반과 분투하는 백반집. 광주식 백반의 원형을 간직한 일흥식당.


예향? 518이 끝난 후 광주가 518로 인식되기를 거부했던 광주의 어른(?)들은 예향 담론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광주를 ‘예향 광주’로 포장했다. 물론 광주는 예향이다. 하지만 광주만 예향인 것은 아니다.


문화란 ‘사람이 만든 모든 것’이다. 그리고 문화란 인지문화, 규범문화, 표출문화의 총합이다. 인지문화란 ‘세상에 대한 앎’이다. 규범문화란 사람이 빚은 제도, 규범, 법 따위다. 표출문화란 인지문화와 규범문화를 경험한 사람이 표출해낸 모든 것, 즉 예술이다. (그래서 문화와 예술을 구분하기란 어렵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예향이다.

‘예향 광주’는 인위적인 수식어에 지나지 않는다!

<일흥식당 백반>

광주 7미? 오리탕, 송정리떡갈비, 상추튀김, 무등산보리밥, 육전, 주먹밥, 한정식? 광주 7미라 하면 광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거나, 광주만의 차별화된 맛을 가진 음식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상추튀김을 제외한 나머지 음식들이 과연 그러한가?


광주 미식은 22개의 시‧군의 미식 즉, ‘남도 미식의 집약’이다. 가늠하기조차 힘들 만큼 풍성하고 다양한 광주 미식을 광주 7미로 포장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광주 7미는 자가당착이다!


의리의 사전적 정의는 ‘①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른 도리 ②남남끼리 혈족 관계를 맺는 일’이다. 임진왜란과 일제 식민지 시기에 일어난 호남 의병은 타지역의 의병과 차이를 보인다.


임진왜란 때 의병은 자신의 고향을 지키려는 ‘향보적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호남의병은 경상도까지 진출해 싸웠으며, 1593년 진주성 전투에 대거 참여했다가 무너졌다. 일제 식민지 시기에 일어난 호남의병은 다른 지역 의병에 비해 주민들과의 관계가 긴밀했다.


518민주화운동 때 끝까지 도청에 남은 기동타격대원들. 서로 일면식도 없었던 그들은 또한 일면식도 없었던 광주 시민이 살상당함에 분노했고, 일면식도 없을 광주 시민을 지키고자 총을 들었다.


이처럼 호남 사람들은 사람의 도리를 지키려는 노력과 ‘남을 남으로 생각하지 않는 마음’이 강했다. 의리가 있다. ‘의향 광주’는 포장이 아닌 광주의 문화정체성을 대변하는 레토릭이다.


광주 미식은 의리의 재현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인해 넉넉하고 다양한 식재료를 구할 수 있었고, 이러한 넉넉함과 다양함은 요리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손님상에 ‘뭐라도 하나 더 올리고 싶은 마음(백반정신)’이야말로 광주 미식을 꽃 피웠다.

<일흥식당 오징어초무침 낙지볶음>

“광주에서는 김밥천국만 가도 밑반찬이 몇 가지 함께 나온다.”

풍문은 사실이다. 광주에서라면 메뉴 고민 말고 가까운 식당을 찾는 것을 우선으로 하라.


굳이 정해야 한다면, 광주 대표 미식은 ‘백반’이다. 백반이란 ‘흰밥에 국과 몇 가지 반찬을 끼워 파는 한 상의 음식’이다. 김밥을 시켜도, 삼겹살을 시켜도, 소주를 시켜도 광주에서라면 국과 몇 가지 반찬을 마주할 수 있다. 백반정신이 나은 풍경이다.


기이하게도 한국인은 백반을 천대한다. 16,000원을 내면 파스타 한 그릇, 피클 한 접시를 마주할 수 있지만 불평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반찬 여섯 접시, 국 한 그릇, 밥 한 그릇을 마주할 수 있는 백반을 16,000원 주고 먹으라면 한국인의 반응은 어떨까?


매일 여섯 가지 이상의 반찬을, 매일 다르게 상에 올려야 하기에 백반은 참으로 수고로운 미식이다. 매일 시장에 가야하고, 게다가 식재료의 대량 구입도 어렵지만 백반집은 백반정신으로 7,000원이라는 천대를 견디며 분투해왔다.


광주에서라면 어느 백반집이든 나쁘지 않다. 최근에는 금성식당과 예향식당이 SNS에 자주 오르내린다. 금성식당은 쯔양의 후광효과가 크고, 예향식당은 서울백반에 가까운 느낌이다.

일흥식당은 광주식 백반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반찬의 양념이 세고, 김치도 젓갈을 많이 사용한 광주식 김치다. 양념이 세다는 말을 짜다는 말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짜지 않으면서도 원재료의 맛을 헤치지 않는 양념의 풍부함을 두고 전라도에서는 양념이 세다고 표현한다.


무엇보다도 일흥식당에는 아직까지 백반정신이 살아있다. 주인장의 낭만이 극에 달할 때면 손님들은 계획에 없던 음식을 맛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낭만 가득한 주인장은 다른 식당(삼겹살집)에서 단골손님을 만나면 삼겹살을 주문해 단골손님의 테이블로 보낸다. 그리고 오늘도 주인장은 자전거를 타고 남광주시장으로 향한다.


백반집들이 속속 한식뷔페(한식 공장이라 말하고 싶다.)로 바뀌거나 문을 닫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반집의 종말을 점치고 있다. 광주 대표 미식은 정말로 사라질지 모른다!


하루라도 빨리 일흥식당의 백반을 맛보기 바란다.


그리고...

남광주역의 몰락과 함께 남광주시장도 꽤 많이 몰락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광주시장의 해산물은 싱싱하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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