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산시 월명동 '대명옥', 아귀찜
<Tasty G 미식 1>
아구찜이 아니라 아귀찜이다
- 군산시 월명동 '대명옥', 아귀찜
아귀찜도 그렇고 해물찜도 그렇고 사실 그들은 찜이 아니다.
아귀볶음 혹은 해물볶음이라 해야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정확'보다 중요한 것이 세상에는 많다.
흡사 괴물과 같은 생김새 때문에 천대 받던 아귀는 이제 싸지 않은 식재료로 격상되었고 아귀찜 역시 싸지 않은 외식 메뉴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재미있게도 아귀찜을 먹을 식당을 고를때 어떠한 밑반찬이 함께 내어지는가가 관전포인트가 된 것 같다. 봉선동 물텀벙아구찜에 가면 뼈없는 양념 닭발을 먹는 재미가 있고, 목포의 체인점인 포미아구찜은 지점마다 약간은 다른 밑반찬을 내는데 이를 비교하며 골라 찾아가는 것도 재미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군산의 대명옥은 재미있고 불편한 곳이었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국내산 갈치조림은 여타 갈치조림 전문점의 뺨을 후릴 자격이 충분해보였다. 무가 가진 달큰함과 저렴하지만 질 좋은 갈치가 뿜어내는 담백함이 어우러져 황홀함 마저 선사했다. 그리고 함께 나온 6가지의 밑반찬도 저마다 고유의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인 아귀찜의 원산지가 '국내산 중국산 혼용'으로 표기된 점이 불편했다. 풍부한 수산물을 만날 수 있는 군산에서조차 중국산 아귀가 상에 오르다니...... 이미 목포에서 예방주사를 맞았던 터라 놀랍지는 않았다.
(한 맛집 TV프로그램에서 전현무가 현지인에게 포미아구찜이 왜 맛있냐고 물어보니 그 현지인은 지역에서 나는 아귀를 사용해서 맛있는 것 같다고 했다. 코미디였다. 목포 포미아귀찜에 가시걸랑 원산지 표시판을 꼭 관찰해보시라. 당신도 웃을 수 있다!)
특산물이나 현지 음식이 갖는 의미는 갈수록 퇴색되어만 간다. 온라인 쇼핑과 특급 배송의 일상화, 물가의 급격한 상승, 외국산 식재료의 한국 시장 장악, 자극적인 소스의 다량 출시, 빈약한 식재료의 맛을 가리는 소스의 다량 출시, 너무나도 많은 외식업장 등 다양한 요인들이 어우러져 '어는 지역에 가면 무엇을 먹어야 한다.'는 공식을 깨버렸다.
다시 대명옥으로 돌아오자. 중국산 아귀를 쓰는 것도 모자라 그 흔한 오만둥이 한 점 들어가지 않았던 아귀찜이었지만 양념을 절제해 콩나물, 미나리, 아귀의 맛을 그나마 잘 끌어 냈다는 점에서 두 번은 아니지만 한 번은 먹을 수 있겠다.
중국산 아귀를 씹으며 뜬금없이 군산 짬뽕의 어두운 미래가 점 처졌다. 군산 짬뽕의 핵심은 신선하고 다양한 해물을 사용한다는 것에 있는데 이제 옛날이야기가 돼버린 것 같아서 그렇다. 군산 내항에 위치한 횟집들의 실태만 보아도 군산의 식재료 상황이 썩 좋아 보이지 않기에 앞으로 군산 짬뽕특화거리에는 손님 대신 비둘기만 날라다닐 것 같다. 구구구!
월명동은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촬영지였던 초원사진관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TV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에 나온 소고기무국집 한일옥과 빵집 이성당도 월명동을 붐비게 만들고 있다.
월명동은 일제시대때 무자비하게 쌀을 수탈해 부자가 된 일본인들이 집을 짓고 모여살던 곳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제 월명동에는 포털사이트와 SNS만 믿고 맛없는 맛집을 찾아다니며 맛없는 맛집의 사진을 찍어 다시 포털사이트와 SNS에 헌납하는 선량한 시민들이 모여들고 있다.
월명동에 가면 쉽게 커다란 일본식 집들을 볼 수 있지만 이는 쉽게만 보아서는 안되는 풍경이다! 공공기관에서는 월명동을 군산시간여행마을이라 이름 짓고 나름의 문화사업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그 사업은 대부분 주택개조와 사진찍기 좋은 거리와 가게 만들기 차원에 머무는 것 같아 전국에서 시행되었거나 시행중이거나 계획중인 동네 문화사업의 데쟈뷰 같았다.
(어쩜 이리도 같은가요? 한민족이라 그런가요?)
앞으로도 요리와 음식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