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림동 ‘쉼터마트’, 머릿고기 편육, 김밥, 즉석오뎅
<Tasty G 미식 8>
풍요롭고 여유로운 맛에서 소박하고 정갈한 맛으로
- 운림동 ‘쉼터마트’, 머릿고기 편육, 김밥, 즉석오뎅
* 요약: 등산 후 과식. 증심사지구 미식의 쇠락. 맛있는 김밥 냄새란 맛있는 참기름 냄새다. 산에서만 볼 수 있는 미끼상품 머릿고기 편육. 이름값 하는 즉석오뎅. 등산 미식의 패러다임 변화. 증심사지구 미식의 대안.
등산은 과식에 대한 훌륭한 변명거리다. 닭백숙, 도토리묵, 파전 등을 거나하게 시켜놓고 시원한 막걸리나 동동주를 들이키는 것은 누구라도 좋아할 만한 미식일 것이다. 그리고 이는 한때 ‘무등산 증심사지구’에서는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풍경보다 자연을 우선시했던 ‘증심사지구 자연환경복원사업(2002년~2010년)’으로 인해 증심사지구에서 닭백숙, 도토리묵, 파전은 설 자리를 잃어갔다. 대신 철판닭볶음, 국수, 보리비빔밥이 밀려들어왔다.
철판닭볶음은 닭백숙처럼 여유롭지 않았다. 내어지는 밑반찬도 여유롭지 않았고, 닭의 양도 여유롭지 않았고, 심지어 먹을 시간조차 여유롭지 않았다. 국수는 담양의 국수거리를 흉내낸 수준이었다. 보리비빔밥은 싱싱하지 않았다.
증심사지구의 음식을 멀리한 지 5년이 지날 즈음 하산 길에 콜라 한 캔을 사러 우연히 ‘쉼터마트’에 들렀다. 맛있는 김밥 냄새는 주인장의 인사보다 빨랐다. 콜라만 사려고 했던 마음은 김밥 앞에서 너무나도 무력했다.
등산길 초입에 위치한 쉼터마트의 김밥은 등산길 초입에서 파는 여느 김밥과 달랐다. 맛과 정성보다는 지리적 여건을 내세워 영업하는 것이 등산길 초입 식당들의 특성이기도 하기에 손님들도 음식의 맛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쉼터마트 김밥에서는 정성으로 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얼마 전 다시 쉼터마트를 찾았다. 더 맛있어진 김밥 냄새는 이번에도 주인장의 인사보다 빨랐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김밥은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음식이 아니다. 재료들을 따로따로 조리해 무취에 가까운 밥과 김밥으로 한데 묶었으니 말이다. 그저 맛있는 김밥 냄새란 곧 구수한 참기름 냄새라 말하고 싶다.
김밥을 주문하고 메뉴판을 보며 김밥에 어울릴 만한 음식을 찾았다. 직감으로 즉석오뎅을 추가했다. 선결제라 우선 계산대로 향했다. 동네 마트였다면 계산대 한쪽에 초콜릿이나 간단한 디저트가 진열됐을 텐데 머릿고기 편육이 미끼상품으로 올려져 있는 것을 보고 떡밥에 취한 붕어처럼 참기름 냄새에 취해 머릿고기 편육을 물어버렸다. 산은 산이었다.
김밥과 즉석오뎅이 나오기 전에 머릿고기 편육의 포장을 뜯었다. 살코기 비율이 높은 편육이었고 잡내 없이 담백했다. 대게의 머릿고기 편육은 껍데기가 주는 쫀득함과 비계가 주는 고소함이 조화를 이뤄 맛을 내는데 말이다.
김밥은 밥에 양념을 하지 않아 보였고, 속 재료로 밥의 비어있는 맛을 채웠다. 그리고 질 좋은(구수한) 참기름을 충분히 바른 후 깨를 듬뿍 뿌려냈다. 무엇보다도 꼬다리의 크기가 압도적이었다.
세상에 오르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던 즉석오뎅은 주문 즉시 요리하는 진짜 즉석오뎅이었다. 가격이 믿지 않을 정도로 오뎅의 양이 넉넉했고, 오뎅의 종류도 다양했다. 표고버섯을 넣어 끓인 점이 새로웠고, 국물 맛도 새로웠다.
일반적으로 오뎅 국물에는 무가 들어가 맛이 시원하다. 하지만 요즘의 식당들은 대게 농축액을 사용하기에 시원한 맛의 오뎅 국물이 사라지고 있다. 쉼터마트의 오뎅국물은 시원하지도 농축액의 맛도 아니었다. 우선 오뎅에서 나오는 기름으로 인해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맛을 고추로 잘 잡아낸 것 같았다. 간도 잘 맞았고 입안을 정리해주는 담백함이 있었다.
1인 등산 인구와 청년 등산객이 증가하고 있다. 현대인의 과식과 환경 오염에 대한 염려도 증가하고 있다. 심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여유롭고 풍요롭게 먹기 힘든 시대다. 소박하고 정갈하게 먹는 것이 시대적으로도 등산의 취지에도 더 부합할지 모른다.
머릿고기 편육, 김밥, 즉석오뎅과 같이 소박하고 정갈한 음식을 만날 수 있는 쉼터마트는 쇠락한 ‘증심사지구 미식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아직 쉼터마트에서는 만 원에 술 한 잔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