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Tasty G 미식

<Tasty G 미식 11> 포장마차와 포스트 포장마차

- 오치동 '강남해물포차', 얼큰동태탕, 치즈돈가스, 해물파전

by Tasty G

<Tasty G 미식 11>


포장마차와 포스트 포장마차의 하이브리드


- 오치동 ‘강남해물포차’, 얼큰동태탕, 치즈돈가스, 해물파전


* 요약: 포장마차보다 포차. 서민카세, 포스트 포장마차. 포포. 포차와 포포의 하이브리드 강남해물포차. 청국장 굿. 아무거나 메뉴. 광주의 물가상승 현황. 포차인연. 동태와 코다리의 스펙트럼. 해물파전의 바삭함에 놀람. 광주 미식의 어제 오늘 내일. 메뉴의 연대. 우리도 연대.


포장마차보다 ‘포차’라는 줄임말이 널리 쓰이는 지금이다. 지금의 포차는 포장마차 본래의 모습을 잃은 지 오래다. 서민이 서민을 상대로 서민적인 술과 음식을 서민적인 가격으로 팔던 일종의 ‘서민카세’였던 포장마차. 이제는 속칭 계절 음식을 파는 다소 고가의 술집으로 관광 활성화의 일환으로 조성된 ‘억지 포차단지’로 ‘포스트 포장마차’화 됐다. 포차보다 ‘포포’!

4년 전 처음 방문했던 ‘강남해물포차’는 포포와 포차의 장점을 두루 갖춘 곳이었다. 계절 음식을 파는 포차에서나 나올 법한 다양한 기본안주, 친숙한 메뉴와 맛, 저렴한 가격은 강남해물포차의 아우라였다.

기본안주로 내는 청국장은 청국장 전문점의 내공을 뛰어넘는 ‘포스트 기본안주’였다! 냄새 없이 구수했고 약간의 단맛도 지닌 순한 청국장과 ‘손끝에서 인심내는’ 주인장이었기에 여러 번 리필을 청했다.


세 가지 메뉴를 골라 먹을 수 있는 ‘아무거나 메뉴’는 식탐과 얇은 주머니 사정 모두를 보듬는다. 어느 메뉴를 골라도 본연의 맛을 선사했고 양이 넉넉했다. 무엇보다 메뉴 구성이 기교없고 따뜻했다.

한 달 전 재방문한 강남해물포차의 청국장 맛은 여전했다. 하지만 리필을 청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불현듯 주인장의 손끝을 변하게 한 세태가 읽혀서다. 서민을 찔끔 울리는 메뉴판의 가격을 읽어서다.


6월 23일 호남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광주의 물가는 5년간 15.9% 상승했다. 상품물가는 19.1% 상승했는데 그중 농축수산물 가격은 31.7% 상승했다. 강남해물포차만이 아니라 그 어떤 주인장도 인심을 낼 수 없는 시대다!


가격을 제외하면 강남해물포차의 아우라는 4년 전 그대로였다. 여전히 푸짐했던 기본안주, 여전히 냄새 없이 구수한 청국장, 여전한 아무거나 메뉴를 두고 재차 충성서약을 맺었다.


자리를 함께한 고등학교 동창 S와 진지한 토의 끝에 얼큰동태탕, 치즈돈가스, 해물파전을 주문했다. 강남해물포차처럼 S와의 만남도 4년 만이었다. 4년 전 S를 10년 만에 우연히 만난 곳도 강남해물포차였다. 자리가 끝나갈 즈음 S는 광주공원 포장마차에서의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허나, 연락이 없다. 내가 하면 될 일이다. 시절인연에서 확장된 ‘포차인연’이다!

장담할 순 없지만 얼큰동태탕에는 얼린 명태가 아닌 말린 명태가 들어간 것 같았다. 국물맛이 좁았다. 동태(얼린 명태)와 코다리(말린 명태)는 끓였을 때 맛의 스펙트럼이 다르다. 동태의 스펙트럼이 더 넓다. 잡은 즉시 얼려 그나마 육즙이 살아있기에 넓은 맛을 내는 것이 동태다. 코다리는 마르는 동안 명태의 맛이 집중되기에 좁은 맛을 낸다.

치즈돈가스는 조금 많이 튀겨졌다. 돈가스 과자를 먹는 느낌이었다. 맛없는 돈가스는 없다!


해물파전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바삭했다. 해물파전 과자를 먹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짐의 정도가 적당했기에 해물파전의 지나친 바삭함은 고도의 기술이다. 넉넉한 해물의 양이었지만 먹다 지친 파의 양은 두 번 다시 해물파전을 시키리라는 역설을 낳았다.


딱 두 배의 물리적 크기로 확장한 강남해물포차였지만 손님은 딱 절반으로 줄어 보였다. 어느 가게에 가더라도 눈에 띄게 준 손님이다. 계산할 때도 머뭇대더니 계산 후에도 머뭇대던 주인장의 한 마디에 여전히 아프다. “손님들에게 미안하다.”

아홉 글자 속에 담긴 광주 미식의 어제는 인심이다. 어제처럼 풍족하게 대접하기 어려워졌고 가격까지 올려서 미안한 것이다. 아홉 글자 속에 담긴 광주 미식의 오늘은 생존이다. 오늘을 살기 위해서는 가격을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


아홉 글자 속에 담긴 광주 미식의 내일. 그것은 주인장의 몫이 아니다. 아무거나 메뉴 즉 ‘메뉴의 연대’처럼 서로 연대해야 한다! 강남해물포차가 아니라도 좋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들고 한동안 걸음하지 못했던 단골집들을 찾아가 주길 부탁드린다.


그리고...

연대라는 영감을 주신 한국일보 김희원 실장님께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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