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석동 ‘태수분식’, 튀김
<Tasty G 미식 13>
담백한 사장님의 담백한 튀김
- 서석동 ‘태수분식’, 튀김
한국의 분식이란 밀가루로 만든 음식이다. 라면, 수제비, 만두, 떡볶이, 어묵, 튀김 등이 분식집의 주메뉴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후 분식집은 가볍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나면서 다양한 메뉴를 갖추었다.
학교 인근, 시장, 동네 한 켠에 자리했던 분식집은 김밥 프랜차이즈의 등장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분식을 팔던 노점도 프랜차이즈 분식집과 이에 발맞춘 배달서비스의 확산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분식은 ‘k-분식’이라는 타이틀로 해외에서 인기몰이 중이나 국내에서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저렴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이라는 본래의 모습을 잃은 탓이다. 분식집에 이어 분식마저도 자취를 감추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2010년대에만 해도 조선대학교 후문에는 여러 곳의 분식집이 있었다. 김밥 한 줄이나 라면 한 그릇만 주문해도 반찬을 4~5가지 상에 올리는 ‘백반정신’도 있었다. 김밥 프랜차이즈는 유독 조선대 후문만은 깊숙하게 파고들지 못했다.
덕분에 가벼운 지갑으로도 절묘하게 튀겨낸 반숙 계란프라이와 김가루가 올라간 산더미 같은 양의 고소한 참치볶음밥과, 함께 내어진 4~5가지의 반찬 그리고 어묵 국물을 배불리 먹고 간식으로 튀김까지 살 수 있었다. 천 원 한 장으로는 어묵을 천 원 두 장으로는 닭꼬치를 배불리 먹을 수도 있었다.
두 달 전 방문한 조선대 후문에서는 안타깝게도 두 곳의 분식집만이 영업 중이었다. 그중 ‘ㅇㅅ’을 찾아가 튀김 2인분을 주문했다. 돌아온 것은 튀김이 아닌 퉁명스러움이었다. 응대의 기본은 튀겨먹었나.
퉁명스러움과 분주함은 다르다. 퉁명스러움은 “당신 아니어도 손님 많으니 기다리려면 기다리고 가려면 가라!”이다. 분주함은 “미안하지만 기다려주시겠어요?”이다. 상호를 밝히지는 않겠다. 다만 이 글이 ‘ㅇㅅ’에도 닿길 바란다.
마음을 달래던 중 우연히 ‘태수분식’을 발견했다. 추억어린 곳인데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영업 중임에 감사했고 눈시울은 붉어졌다. 그렇다 분식과 분식집은 교복과 학교처럼 지난 시절을 소환에 그 속에 우리를 빠뜨린다.
부끄럽게도 ‘태수분식’의 상호를 처음 알았다.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은 어렵다. 특히 사람은 자세히 안 보면 안 보인다!
사장님의 담백함은 여전했다. 튀김 2인분을 주문해서 먹었다. 튀김과 함께 나온 간장에는 알맞게 썬 고추가 들어있었다. 입보다 시선을 먼저 빼앗겼다. 맑고 투명한 튀김옷이 젓가락 끝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사장님의 응대처럼 튀김의 맛도 담백했다. 오징어튀김이면 오징어의 맛이 김말이튀김이면 김말이의 맛이 고구마튀김이면 고구마의 맛이 정수리까지 전해졌다. 매번 남광주시장에서 오징어를 사다 쓰고 김말이도 제품이 아닌 직접 만든 김말이를 사용한단다.
학창 시절 즐겨 먹던 ‘짬떡’은 튀김에 떡볶이를 비벼낸 메뉴다. 떡볶이 국물에 스며진 튀김 옷의 눅진함은 포만감을 불러온다. 떡볶이 또한 맵거나 달거나 짜지 않아서 짬떡 또한 담백한 맛이다. 튀김도 그렇고 짬떡도 그렇고 어묵 국물을 곁들이면 물리지 않고 즐길 수 있다.
저렴한 가격과 편히 먹을 수 있는 어묵 국물에서 여전히 인심을 느낄 수 있었다. 분식과 분식집의 원형과 응대의 기본을 간직한 ‘태수분식’은 언제 사라질지 모를 귀한 문화자원이다.
사람은 추억으로 산다. 추억의 공간들이 폐허가 된다면 삶도 그만큼 폐허가 될 수밖에 없다. 가끔이라도 저마다의 추억의 공간에서 미식을 즐기시기를 바란다. 폐허는 그만큼 지연될 것이다.
그리고...
사실 태수분식의 터줏대감은 김밥과 참치김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