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동 'CU 문화전당점', 컵라면·삼각김밥·김밥·계란말이·콘버터
<Tasty G 미식 14>
미식이란 ‘삶의 맛의’ 철학이다
- 장동 ‘CU 문화전당점’, 컵라면·삼각김밥·김밥·계란말이·콘버터
취재를 위해 차를 몰고 새벽을 가를 때가 있다. 동명동, 충장로, 쌍촌동먹자골목, 염주먹자골목, 상무지구, 수완지구, 첨단지구 일대를 마음 따라 다니다 보면 식당이나 술집의 영업시간이 짧아졌음을 체감한다. 홀로 성실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곳은 대다수가 편의점이다.
동네 슈퍼가 부모의 놀이터였다면 편의점은 자녀의 생존터다. 땅콩, 마른오징어, 과자를 안주삼아 여유롭게 맥주를 즐기던 풍경은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마시듯이 삼키는 학원생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의 풍경으로 바뀌었다.
가공식품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불량식품이라 불리며 기피대상이었다. 부모는 라면, 햄, 소시지, 냉동돈가스, 게맛살 등 공장에서 생산된 가공식품을 자녀에게 먹이는 것을 꺼려했다. 하지만 지금의 가정집 밥상에는 가공식품이 거리낌 없이 올려진다.
3살 미만의 자녀에게조차 가공식품으로 만든 볶음밥을 아침 식사로 떠먹이며 웃는 연예인의 모습을 전국에 중계하는 방송사와 이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며 자신의 자녀에게도 웃으면서 가공식품을 떠먹이는 부모를 곱게만 봐서는 안 될 것 같다.
허영만 선생의 말대로 우리는 엄마(부모)의 음식을 통해 맛에 대한 기준을 몸에 새긴다. 그렇게 새겨진 맛에 대한 기준은 입맛이 된다. 이제는 입맛이 가공식품에 의해 만들어지다 보니 식당에서조차 당당하게 가공식품을 밥상에 올린다. 술집은 더하다. 편의점은 더 더하다.
가공식품이 밥상을 잠식한 후 가공식품을 기피하며 손수 만들어 먹었던 음식들이 오히려 불량식품으로 취급 받고 있다. 만들기가 번거롭고, 만드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가공식품을 찾으며 이마저도 귀찮을 때는 데운 가공식품인 배달음식을 찾는다.
가공식품은 극단적인 편안함과 시간적인 여유를 준다. 가공식품으로 가득 찬 편의점은 그래서 편안하고 여유로운 곳이다. 편의점을 취재한 이유도 바쁜 일정 중에도 식사가 가능한 곳이기 때문이다.
‘CU 문화전당점’의 식사공간은 다소 협소하다. 하지만 편안하고 여유롭다. 도시락을 살 때면 전자레인지의 위치를 친절하게 안내해주고 컵라면을 살 때면 따뜻한 물의 위치를 따뜻하게 안내해주며 젓가락도 꼼꼼하게 챙겨준다. 격식보다는 진심어린 응대에서 천천히 쉬어가라는 마음이 전해오기에 작지만 안락하다.
도시락을 먹었던 어느 날도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먹었던 어느 날도 컵라면, 김밥, 계란말이, 콘버터를 먹었던 어느 날도 그랬다. 어느 날이 쌓여 어느덧 7년이 되었다. 7년의 관찰 결과 CU 문화전당점의 편안함과 여유는 다른 편의점의 그것과 다르다.
편의점과 가공식품 같은 문명의 이기가 선사한 극단적인 편안함과 시간적인 여유는 정신의 건강을 해치고 고립을 부추긴다. 정신질환의 만연과 여가를 SNS와 OTT에 소비하고 있는 현실이 증거라 할 수 있다.
서툴더라도 동네 시장이나 마트에 가서 식재료를 구입해 음식을 만들자. 혼자도 좋고 타인과 함께라도 좋으니 집중해서 식사하자. 이 시대에 그보다 더 필요하고 바람직한 미식은 없다!
미식은 단순히 음식과 맛에 관한 행위가 아니다. 음식을 통해 맛을 통해 더 나은 삶을 구상하고 실천하여 영위하는 것이다. 음식과 맛을 통해 토론하고 연대하는 것이다. 미식은 ‘삶의 맛의 철학’이다!
그리고...
사리곰탕은 해장으로 새우탕은 화날 때 드시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