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Tasty G 미식

<Tasty G 미식 15> 무서운 손님과 환대

- 해남군 송호리 '본동기사식당', 갈치백반

by Tasty G

<Tasty G 미식 15>


무서운 손님과 그를 사로잡을 환대


해남군 송호리 ‘본동기사식당’, 갈치백반


유튜브의 일상화로 혼자 온 손님을 푸대접하는 잘못된 관행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한 유튜버는 한식뷔페에서 음식을 많이 담았다는 이유로 쫓겨나며 욕을 들었다.


혼자 온 손님으로 인해 적게는 2명 많게는 4명이 한 팀으로 온 손님을 놓칠 수는 있다. 이럴 때, 식당 측에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식당의 가장 강력한 홍보 수단이자 위협은 손님이다. 손님 한 명이 손님 열 명을 몰고 온다. 반대의 경우는 무섭다. 어느 지인은 20년간 애정하며 다녔던 한정식집에서 문전박대를 당하자 “200명에게 그 한정식집을 비난하겠다.”라고 선언한 후 행동에 옮겼다. 손님 2,000명을 잃은 셈이다.


사람들은 선한 면이 많다. 혼자 온 손님은 식당이 바빠 보이면 식당의 매출을 배려하며 발길을 돌린다. 이때 혼자 온 손님을 환대한다면 그 손님은 감동받아 더 많은 손님과 함께 재방문할 확률이 높다.


또한 혼자 온 손님을 환대하는 식당 측의 태도를 목격한 다른 손님들도 감동받아 재방문할 확률이 높다. 다양한 음식을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시대인 만큼 손님들이 식당에서 원하는 것은 마음의 양식 즉 환대다!


조건 없이 손님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무조건적 환대(자크 데리다)’를 메뉴에 올리면 식당 측에도 손님에게도 이로울 것이다.

어렵게 ‘본동기사식당’을 방문했다. 환대가 없었지만 나가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세 가지 이유에서였다.

첫 번째 정문에 “본동기사식당은 1인분도 허벌나게 환영합니다.”라는 커다란 문구가 걸려있었다. 두 번째 식사하는 손님들의 표정이 모두 밝았다. 세 번째 누가 보더라도 수긍할 만큼 손님이 몰려들어 분주했다.

짧음 기다림 끝에 자리에 앉았다. 인터넷 검색 없이 방문했지만 선택은 쉬웠다. 정문에 ‘갈치백반’이라는 문구도 액자처럼 걸어놓았기 때문이다. 확인차 다른 테이블을 살펴보니 대다수가 갈치백반을 먹고 있었다.

주문한 지 2분 만에 갈치조림이 먼저 나왔다. 가스레인지에 올려져 나온 갈치조림의 국물은 흥건했다. 가스레인지의 화력을 높이는 동안 꽁치김치조림, 제육볶음과 같은 ‘백반의 주연’이 상에 올려졌다.

이윽고 12가지 반찬을 올린 커다란 쟁반이 통째로 놓아졌다. 여느 백반집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전복간장조림, 양념게장, 꼬막무침보다는 쟁반에 시선이 머물렀다.

(한 쟁반에 모든 음식을 올려 손님에게 건네는 식당이 종종 있다. 환대라기보다는 식당 측의 편의를 위한 행동이기에 개선해야 한다.)


갈치조림을 포함해 총 17가지 음식의 등장에 풍성함을 느꼈고 식욕이 들끓었다. 모든 음식의 겉모습이 일관성 있게 투박해서 미소 지었다. 땅끝에 자리한 식당이라서 간이 셀 것이라 예상했지만 ‘중용의 맛’이었다.

중심(메인 메뉴)인 갈치조림의 국물은 센 불로 오래 끓여도 쉽사리 줄어들지 않았다. 국물 맛을 보니 담백하고 시원했다. 흥건한 국물은 ‘고수의 속셈’이었다! 17가지 음식의 맛은 모두 준수했다. 음식을 기다리고 먹으며 농어촌 특유의 여유가 녹아있는 느슨한 환대도 맛보았다.


땅끝은 땅의 끝이자 땅의 시작이다. 본동기사식당의 갈치백반은 끝이 아닌 ‘백반의 새로운 도약의 교과서’여야 한다. 산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중심을 구성하고 적어도 1인분에 12,000원의 가격(2025년 9월 2일 기준)을 책정하자. 스토리를 곁들여 손님을 감동시키자. 백반집의 소멸을 지켜보지만 말고 무엇이라도 해보자.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환대를 잊지 말자.


그리고...

본동기사식당의 찐메뉴는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일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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