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Tasty G 미식

<Tasty G 미식 19> 선량한 사람들의 버팀목

중흥동 ‘천수반점’ ☞ 탕수육, 자장면, 군만두, 삼선볶음밥

by Tasty G

<Tasty G 미식 19> 선량한 사람들의 버팀목


중흥동 ‘천수반점’ ☞ 삼선볶음밥


1990년대에 장사가 잘되던 중국집의 탕수육의 ‘육’과 자장면에서는 공통된 맛이 났다. 맛을 논하기 전에 중국 음식명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중국 음식명의 앞에는 요리법을 뒤에는 식재료를 표기한다.


가령 탕수육은 ‘육(돼지고기)’이라는 식재료를 ‘탕수(달콤새콤한 소스)’라는 요리법으로 만든 음식이다. 참고로 라조기 또는 유린기의 ‘기’는 닭을 의미한다.


맛으로 돌아가 1990년대에 핫했던 중국집의 탕수육과 자장면에서는 공통으로 고소한 맛이 났다. 양질의 밀가루와 깨끗한 기름을 사용해서 돼지고기를 튀기고, 라드(돼지기름)로 자장을 볶았기에 그러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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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흥동에 위치한 ‘천수반점’의 탕수육과 자장면을 처음 접했을 때 소박하지만 청결하고 손님으로 붐볐던 ‘래래반점(1990년대에 계림동 시청 옆에서 영업함)’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과 그리움에 마음이 요동쳤다.


천수반점은 여성이 웍을 돌리는 몇 안 되는 중국집 중 하나이다. 여성이 만든 음식과 남성이 만든 음식은 분명하게 다른 맛이 날 것이다. 그 차이가 무엇인지 아직 연구한 바가 없지만 여성이 웍을 돌린다는 상징만으로도 천수반점은 유니크한 중국집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밝힌 것처럼 우리가 소비하는 것은 존재에게 부여된 기호와 상징이기 때문이다.


천수반점의 여사장이 웍을 돌리는 사이 남사장은 서빙과 배달로 인해 분주하다. 남사장의 몸은 해바라기처럼 늘 손님을 향해 기울어져 있다. (배달을 마치고 배달통을 들고 가게로 향하는 그의 자세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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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몸짓은 ‘친절’과 ‘신속’이라는 바이브를 만들어내고, 이러한 바이브는 가게를 ‘역동적인 삶의 현장’으로 승화시킨다. 그의 응대는 삶을 성실로 일관한 고수의 몸짓이다. 그래서 천수반점 남사장의 응대를 경험할 때면 ‘더 열심히 살고 싶다.’는 기운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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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주문하면 서비스로 제공하는 갓 튀긴 군만두도 천수반점을 찾게 하는 매력 포인트다. 여타의 중국집 군만두보다 크기는 작지만 잘 구워진 만두의 외피가 만두소를 감싸고 있으며 한입 베어물면 육즙과 채즙이 터져 나오기 때문에 옷에 묻지 않게 살피며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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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천수반점에서는 여전히 볶음밥 계열의 음식을 주문하면 계란국을 준다. 계란국처럼 적은 재료를 사용해 제맛을 내는 중국 음식은 드물다. 때문에 중국집에서 계란국이 흔하게 등장했던 시절에는 계란국만으로도 그 중국집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의 중국집에서는 짬뽕 국물이 계란국의 지위를 물려받아 상에 오른다. 그래서 계란국을 내놓는 중국집은 계란국을 내놓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짬뽕에 사용하는 국물을 그것도 건더기를 건져내고 그냥 담아서 내주는 가게와 일부러 계란국을 만들어 내주는 가게는 그 정성과 수고로움을 차등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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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반점의 삼선볶음밥은 오징어와 새우의 크기와 양이 알맞아서 씹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음식이다. 기름기가 적어서 볶아진 밥의 맛이 담백하고, 볶음의 정도와 밥알을 굴리는 여사장의 노하우가 적당하여 밥을 씹을수록 고소하다. 게다가 포만감을 선사하기에 점심으로 삼선볶음밥을 먹었다면 저녁 식사 전까지 간식을 먹지 않고 버틸 수 있다.


천수반점에서 먹었던 탕수욕, 자장면, 군만두, 삼선볶음밥과 이번 기사에서는 다루지 않은 해물덮밥, 삼선우동, 짬뽕 즉 천수반점의 맛은 대체로 슴슴함과 담백함이다. 강렬하게 뇌와 혀끝을 자극하기보다는 처음에는 무덤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몸이 다시 찾는 맛’이다.


천수반점은 ‘기계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천수반점 인근에는 기계와 기계의 부품을 취급하고 다루는 가게가 많다. 기계의 거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업무의 특성상 기름기 많은 작업복을 입고 있으며 작업복을 갈아입고 점심 시간을 즐기러 다닐 만한 여유가 없다.


고되게 일하며 자유로운 식당 출입마저 어려워하던 ‘선량한 사람들’의 점심 식사를 챙겨주었던, 그래서 선량한 사람들에게는 버팀목이었던 기계의 거리의 식당들이 대부분 문을 닫았다. 그나마 천수반점을 비롯한 소수의 식당이 영업하고 있지만 갈수록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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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의 거리 인근의 중흥동과 광주역 일대에서는 적지 않은 규모의 도시재생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이제는 ‘복합문화센터’라는 타이틀의 거대한 건물을 짓는 도시공학적인 관점의 도시재생 사업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전히 사회로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지만 사회 유지에 꼭 필요한 일을 성실하게 묵묵히 해내는 ‘선량한 사람들을 위한 양질의 음식 제공’을 목적으로 삼아서 중흥동 일대의 도시재생 사업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미식은 ‘하루를 살게 해주는 좋은 음식을 만들거나 먹는 행위’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미식의 관점은 도시재생 사업에 힌트가 될 수 있다. 반드시!


그리고...

천수반점은 낮술에 제격이다. 탕수육에 이과두주를 1인당 반병 곁들인 후 짬뽕에 소주를 1인당 한병 곁들이는 것으로 마무리하시라. 짬뽕 대신에 잡채밥이나 해물덮밥도 추천한다. 과음은 결코 미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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