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Tasty G 미식

<Tasty G 미식 18> 발끝까지 전해진 양념 맛

- 산수동 ‘전라도미가’ ☞ 뚝배기불고기, 오리탕

by Tasty G

<Tasty G 미식 18> 발끝까지 전해진 양념 맛


- 산수동 ‘전라도미가’ ☞ 뚝배기불고기, 오리탕


동료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법원 인근의 식당가를 탐색했다. 시대가 변한만큼 식사 시간의 번성했던 식당가인데도 손님이 드물었다. 괜찮아 보이는 식당을 권했지만 동의를 얻지 못했다.


시간을 조금 더 들여 그나마 손님이 있는 식당을 찾았다. 프랜차이즈를 연상시키는 외관으로 인해 머뭇대던 사이에 동료들은 이미 마음을 굳힌 듯이 보였다. 하는 수 없이 식당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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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개인이 운영하는 식당이었다. 친절한 사장은 거부감 없는 응대의 기술로 자리를 안내했다. “몇 분이세요?”라는 말없이 손님이 약간의 불편함도 느끼지 않게 자리를 안내하던 사장의 기술은 시행착오를 통해서 응축한 몸의 깨달음이었다.


윤기가 흐르던 외관처럼 내부에도 윤기가 흘렀다. 잘 관리된 식탁이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식탁 위에는 하얀 (친환경)식탁보마저 깔려있었다. 세심함에 악마가 있듯이 위생도 세심함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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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의 구성 또한 시선을 머물게 했다. 흑대구탕, 쌈밥, 오리탕, 뚝배기불고기, 돌솥비빔밥 등 한 식당에서 만나 본 적 없는 메뉴 구성에 취재 본능이 꿈틀대어 흥분감마저 일었다. 육지, 바다, 하늘의 식재료를 모두 다루는 식당의 주방장은 극고수이거나 극하수로 극명히 나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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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불고기를 주문했고 동료는 오리탕을 주문했다. 일곱 가지의 밑반찬이 먼저 나와 젓가락을 가져다 댔다. 기가 막힌 양념 맛이 발끝까지 전해졌다. 군대 취사장에서 1만 시간에 가까운 ‘음식 수련’을 쌓으며 가장 많이 버무렸던 것이 무생채와 미역무침이었다. ‘전라도미가’의 무생채와 미역무침은 취사병(조리병이 바른말)의 수련을 사뿐히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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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뚝배기불고기와 오리탕 그리고 정갈한 쌀밥이 나왔다. 흰 눈의 색감에 역시나 윤기가 도는 쌀밥이었다. 양해를 구하고 동료의 오리탕을 맛보았다. 오리, 들깨, 물의 비율이 수학 공식처럼 정확했다. ‘혀의 방정식’에 딱 들어맞는 맛이었다.


소고기와 국물의 양이 넉넉했던 뚝배기불고기는 달짝지근함, 시원함, 고소함의 적절한 균형이 위를 자극해 ‘먹고 있어도 먹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가정식 불고기와 달리 식당식 불고기는 국물을 넉넉하게 만들어 끓여 먹는 방식을 추구한다. 중수 이하의 주방장을 보유한 식당의 불고기는 국물의 양이 부족하거나 국물맛이 밋밋하기 마련인데 전라도미가 주방장의 뚝배기불고기 수련은 경지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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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좋은 소고기의 육수는 약간의 고소함과 ‘소고기 다시다’에서 느낄 수 있는 감칠맛과 시원함을 낸다. 그리고 소고기 육수는 위를 비롯한 장기를 보호하고 피를 보충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한때 폭력이 난무했던 경찰서의 고객에게 경찰들이 소고기 육수로 만든 음식을 주문해서 먹였던 것도 소고기 육수의 영양학적 가치와 연관 되어 있지는 않은지 연구해 볼 요량이다.


만물이 그렇지만 음식에도 문화가 있다. 음식을 둘러싼 이야기, 음식이 달래준 삶의 애환, 음식을 이용한 정치 등 음식과 함께한 공동체의 삶의 기록이 음식문화다. 그리고 음식문화에도 음과 양이 존재한다.


정치 중에서도 음식을 이용하는 정치가 가장 저급한 취급을 받는다. 한정식과 전통주 이어서 양주와 과일 마지막은 결국 몸으로...... 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몸을 두고 “맛있겠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당연할지도, 그러한 표현은 ‘음식 정치 담론’에서 파생됐을지도 연구 대상이다.


그리고 사자나 호랑이에게 사람의 몸은 또한 미식이지 않겠나. 결국 삶이란 내 살을 먹는가 남의 살을 먹는가의 투쟁 아니겠나. 다이어트는 내 살을 먹는 고통을 견디는 과정이기 힘들고 지름길이 없지 않겠나. 식물도 모두 저마다의 살이 있기에 채식니즘와 비거니즘도 더 커다란 성찰을 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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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가 ‘전라도미가’이고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식당을 소개했기에 이쯤의 고민과 불편을 조심스럽게 꺼내놓는다.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그리고...

흑대구탕과 쌈밥은 먹어보지 않았지만 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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