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정동 ‘양푼이 동태 전문점’ ☞ 동태탕
<Tasty G 미식 17> 공허함을 달래준 음식과 풍경
화정동 ‘양푼이 동태 전문점’ ☞ 동태탕
자신감이란 자신을 믿는 마음이다. 맛집을 통해서도 자신감을 키우는 방법이 있다. 낯선 지역에서 아무런 정보 없이 자신만의 감각을 동원해서 식사할 곳을 찾는 것이다.
자신보다 스마트폰을 더 믿는 시대다. 이러한 현상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좋은 스승을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스마트폰으로 접하는 정보가 바람직한지는 따져보아야 한다.
맛집에 한정해서 논하자면 스마트폰의 정보는 좋은 스승이 아니다. 광고 목적의 정보이거나 SNS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진 정보 즉 돈을 벌기 위한 정보가 대다수다. '스마트폰 맛집'에서 오히려 공허함을 느끼는 이유다.
주문 전과 주문 후의 팁을 단계별로 공유한다. 이제는 자신을 믿고 맛집을 찾기 바란다. 1단계 외관이 낡고 간판의 글씨체가 오래된 곳을 찾아라. 2단계 영업 중인지 확인하라. 3단계 조명의 밝기를 살펴라. 4단계 주변의 인프라를 둘러보라.
1단계와 2단계에는 덧붙일 설명이 없다. 3단계 조명의 밝기는 식당의 관리 상태를 가장 쉽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밝을수록 좋다. 4단계 주변이 한적할수록 맛집일 확률은 높아진다. 여기까지가 주문 전의 팁이다.
‘양푼이 동태 전문점’은 7단계를 모두 통과한 곳이다. 동태탕 주문 후 나머지 3단계 파악에 들어갔다. 5단계 바닥의 청결함과 6단계 테이블의 청결함 그리고 7단계 테이블에 비치된 양념통의 청결함을 살펴보았다. 모두 합격, 참으로 드문 곳이다!
업종의 특성상 식당의 바닥, 테이블, 양념통은 만졌을 때 끈적이기 쉽다. 그래서 바닥, 테이블, 양념통이 청결하다면 그 식당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식당 측에 부담을 주는 행동이라서 사진은 찍지 않았다. 하지만 양푼이 동태 전문점의 양념통의 청결함에 경의를 표한다! (양념통의 뚜껑을 열어 가장자리까지 유심히 관찰한 결과다.)
양념통의 겉면 촬영을 마친 순간 6가지 밑반찬이 나왔다. 신선한 식재료로 조리했기에 반찬의 생김새가 잘 다려진 흰색 셔츠를 입은 신사처럼 말끔했다. 식재료의 맛이 살아있었고 조미료가 첨가되지 않은 건강한 맛이었다. 간의 세기와 반찬의 양도 적당했다.
뒤이어 하얀 쌀밥과 커다란 뚝배기에 담긴 부글부글 끓고 있는 동태탕이 상에 올려졌다. 윤기가 돌 만큼 찰기 있는 쌀밥이었고 맛이 달짝지근하고 고소했다. 뚝배기의 크기와 동태탕이 뿜어내는 연기는 식객을 압도할 만큼 강렬했다. 동태탕의 맛은 새벽 6시에 불어오는 가을 바람처럼 청량하고 시원했다.
식당에서 사용하는 1인용 뚝배기는 다소 크기가 작아서 종종 국물이 넘친다. 양푼이 생태 전문점은 3인분에 가까운 크기의 뚝배기를 사용한다. 뚝배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으며 국물이 튈 염려가 없어서 편하게 식사할 수 있다.
동태탕을 기다리는 동안 장애를 가진 20대 남성과 부모가 들어왔다. 딱 보아도 단골손님이었다.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큰 소리를 내는 아들 때문에 부모는 식사 내내 난감해하며 자식을 달랬다.
‘장애 당사자’를 가족으로 둔 사람들은 장애 당사자는 물론이고 타인에게 해가 될까봐서 가족 외식을 망설인다. 어쩌다가 장애 당사자를 집에 두고 외식을 할 때면 마음이 불편해서 미식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게다가 가족 외식을 할 때면 극도로 섬세하고 세심해진다. (부정적으로 표현하자면 예민해진다.) 장애 당사자의 출입이 가능한지(경사로 구비 여부), 좌석은 넉넉한지, 손님이 붐비는 시간에 방문하면 피해를 주기에 한가한 시간은 언제인지 등 신경 쓸 사안이 많다.
그래서 장애 당사자와 그의 가족들이 어느 식당의 단골이라는 것은 그 식당에는 배려는 물론이고 연대의 정신이 서려 있다는 증표로 볼 수 있겠다.
다양한 음식을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공허의 시대>라는 책이 화제를 모을 만큼 사람들은 공허함을 느낀다. 좋은 식재료 대신 다량의 인공 화합물이 첨가된 음식을 먹고 연대가 사라진 고립된 삶을 살아서 그럴 것이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깡은 ‘마음에는 채울 수 없는 구멍이 있어 삶은 공허하다.’라고 밝혔다. 마음의 구멍은 더 커진 것 같다. 하지만 양푼이 동태 전문점에서의 미식 덕분에 구멍이 잠시 채워졌다.
그리고...
선착순으로 댓글을 단 세 분께 동태해물찜을 대접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