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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고요 Jul 15. 2019

인간혐오의 마음이 일어날 때

모든 인연을 바라보는 태도와 마음가짐

인연은 참 신기하고 귀한 것이라서 항상 소중하게 생각하고 대해야 한다는 문장이 가슴이 와닿을 때가 있다. 악연(惡緣)도, 선연(善緣)도 계속 지속하다보면 내 짧은 인생에서 다 같은 소중한 인연이라고 스스로 여러 번 다짐할 때가 있다. 현실에서 존재하는 악연은 드라마나 영화가 그리는 것만큼 잔인하고 모진 면모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저마다 심각한 성격적 결함이나 장애가 있지 않은 이상은 결국에는 다 내 삶을 구성하는 이야기의 한 부분으로 돌아서게 된다. 이미 지난 것들을 돌아보더라도 어느 순간 미화된 부분만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렇지 않을 것 같더라도 스스로 암시하며 인간에 대해 일어나는 미움을 떨쳐내려고 노력한다.


에크하르트 톨레의 책을 참 좋아한다.「삶으로 다시 떠오르기(2013)」책 내용 중에 세상의 모든 일, 사람과의 만남과 충돌에 의연하고 담대해질 수 있는 사고방식 중에 인상깊었던 내용이 있다. '그런가?',  '아님 말고'와 같은 관조적인 태도로 내 주변의 현상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깨달음의 조언이다. 어떠한 편견이나 지레짐작, 가치판단이 개입되지 않은 상태로 일어나는 일들을 수용하고 인지하고 이해하는 행동은 굉장한 훈련 끝에서야 가능한 것이다. 나 같이 유난히 생각이 많고 예민한 사람들은 특히나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숙련된 자세이기도 하다.


인간에 대한 싫증이 폭발할 때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실제 상대가 나에게 뱉은 말과 보여준 행동 그 자체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요인들이 있다. 그 때 내가 처한 상황, 나의 기분, 주변 모든 요소들의 개입으로 인해 확장된 문제들이 바로 나의 감정을 비정상적으로 증폭시킨 요인이다. 상황을 명확하고 깨끗하게 바라보는 여유와 태도를 잃어버린 취약한 상태에서는 주변의 모든 인물들과의 상호작용이 왜곡되고 변형되어 나를 향한 공격으로 인지가 된다. 그렇기에 최상의 정신적, 물질적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장시간 동안 유지할 수 있는 지구력을 키우는 것은 내 삶 전반의 주도권을 꽉 쥐고 흔들리지 않는 데 관건이다.


2018년은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많은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보낸 한 해로 기억한다. 그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난 꽤나 수상하고 기이한 곳 안에서 마음 둘 곳 찾지 못하고 점점 더 체념하는 마음으로 조직에 정을 붙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될 것만 같다. 그러나 여태껏 살아온 스무해가 훌쩍 넘은 시간동안 귀인이 없던 해가 없었고, 특출한 악인이 나를 망치려 한 해도 없었다. 2018년을 유난히 다른 사람들의 은혜를 많이 입은 해로 기억하는 이유는 생활환경의 반경과 질이 급격하게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였고 그에 따라 나의 정신적 여유도 고양되었으며 체력적인 상황도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10대 초반은 친구들과의 관계 맺기의 어려움이, 19살까지는 대학 입시에 대한 부담이, 20살은 공동체 생활 내 드러나는 나의 서투름이, 21-22살은 완벽한 학부 생활에 대한 욕심이, 23살은 취업과 계속 공부에 대한 갈등이, 24살은 취업에 대한 불확신이, 25살은 대학원에서의 억압된 생활이 나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어서 스스로도 모나고 굴곡진 태도로 만물을 바라보았다. 지금도 회사와 나 자신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회의감, 업무에 대한 압박, 대학원 졸업에 대한 부담 등이 시도 때도 없이 내 마음을 흔들어놓기도 한다. 내 마음에 범람하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들을 깨끗하게 제거하고 그저 바라봄으로써 인정하기를 끊임없이 노력하고 시도한다.


나의 오해로 찰나의 순간에 소중한 관계를 잃거나 망치지 않도록. 인연의 신기함과 귀함을 기억하면서 일렁이는 인간혐오의 마음을 거두고 누군가가 나에게 건넨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도록 한다. '그런가?', '아마도'를 주문처럼 머릿 속에 되뇌이며 있는 그대로를 인정한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누군가에게 오해를 일으킬만한 애매한 행동과 비유적인 말하기를 은근하게 내비치지 않는다. 모든 관계 안에서 서로에게 솔직하고 꾸밈없이 대처한다. 관조하는 태도를 유지하며 진솔함을 지키는 것이 나를 스쳐지나가는 인연들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괜찮은 관계로 남아있을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이다. 더 빨리 알았다면 좋았을 걸. 그러나 지금이라도 알아서 참 다행이다-.



관조(觀照)하다

1.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거나 비추어 보다.

2. <예술> 미를 직접적으로 인식하다.

3. <불교> 지혜로 모든 사물의 참모습과 나아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리를 비추어 보다.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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