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여러 번 찾아오는 삶의 덧없음과 허무함에 대한 한탄은 무언가에 지속적으로 쏟아부은 노력과 시간의 대가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덧없다는 표현은 보람이나 가치와 같은 의미있는 성과를 기대했다가 얻지 못하고 좌절하는 마음을 담았다. 허무함도 마찬가지다.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음에 대한 허탈한 마음이다. 생각하고 판단하고 상상하는 뇌의 기능이 어쩔 때는 인간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행위에 대한 지나친 의미 부여, 보상을 기대하는 태도는 내 자신을 나약한 존재로 전락시킨다. 또한 반대로 심신이 지쳐 약해진 상태일 때 타인 또는 주변세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의존적인 성향이 강화되기 쉽다. 헛된 기대에 얽매여 어쩔 수 없는 세상의 흐름, 순리대로 발생하는 현상에 대한 반발심을 갖고 아쉬운 마음에 집착하면 '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타인과 세상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는 경험은 아무리 자주 겪어도 매번 힘들고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다. 기대하는 마음은 나의 사고와 행동을 스스로 제한하고 눈치보는 관성에 젖게 만든다. 기대와 이상을 좇는 행위가 결국 우리의 자유와 독립성을 앗아가는 족쇄가 된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순간 우리는 자기연민에 빠진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되어 회복탄력성을 잃고 삶에 대한 투지를 상실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람은 무섭고 강하다. 솔직하게 본능이 이끄는대로, 욕망이 일어나는대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다. 앞뒤 재지 않고 현재에 충실하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태도에는 걸림돌도 없다. 애초에 타인과 세상에 대하여 무언가를 바라거나 얻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니 묵묵히 가던 길에 장애물이 생기든, 한순간에 하던 일이 엎어지든 원망할 상대가 없다. 그저 그 자리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고 진단하여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거나 가던 방향을 조정하여 계속 하면 되는 일이다.
매일 밤, 왕의 태도로 살아가겠다는 자기암시를 하며 잠을 이룬다. 나는 무엇 하나 두려울 것이 없는 왕이다. 내 수중에는 무한대의 황금이 있고 언제든지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시작하면 되고, 기분이 내키지 않을 때는 그만두어도 된다. 누가 뭐라고 하든 내 알 바가 아니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 사이에 파묻혀 행복하면 된 거고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느끼고 싶은 것만 좇으면 된다. 나를 괴롭히는 것이 있으면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제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