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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고요 Jul 19. 2019

행복 강박에서 벗어나기

지금 당장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아

행복에 대한 집착은 내가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세상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우리 개개인에 관심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우주 속 작은 먼지 같은 미미한 존재로 살다가 찰나의 순간처럼 삶을 마무리하게 된다. 드라마나 영화 속 대서사시와 같은 인생은 0.00001% 혹은 더 적은 확률로 맞이하게 되는 희박한 경우의 인생일 뿐이다. 삶은 순리대로 흘러가는 것이며 그저 내가 해야 할 것은 눈 앞의 현실을 냉철하고 깨끗한 태도로 직시하는 것이다. 또는 현재의 욕망과 욕구를 솔직하게 바라보고 인지하면서 그것의 성취를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대단하지 않는 것들을 묵묵히 해나가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이것을 인정하는 데서 크고 작은 충만감이 생겨난다.


여태 살아온 시간동안 진정으로 행복감을 느낀 때가 언제였나? 언제부터인가 자의식이 생기고 나서부터 '행복' 추구에 대한 강박이 생긴 것 같다. 행복을 인생 최고의 목표와 가치로 삼고 이 상태와 감정을 지속적으로 느끼고 실현하기 위해서 순간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철저하게 계산하고 신중을 기하였다. 그러나 행복감이라는 것은 굉장히 상대적인 감정이고 때로는 마음먹기에 따라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얻어지거나 특별한 노력을 하더라도 얻을 수 없는 것임을 깨닫고 보다 확실하게 충만감을 느낄 수 있는 삶을 사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그동안 행복주의에 빠져 지나치게 행복 실현에 집착하고, 행복해야 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오히려 자기연민에 빠져있는 불쌍한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다.


행복 강박은 우리가 맞닥뜨리는 작은 어려움과 시련을 왜곡, 조작한 채로 인지하게 만들고 부정적인 감정을 증폭시킨다. 줄곧 내 주변의 것들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나쁜 습관으로 확장된다.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작은 것들, 심지어 잠자리 이불 아래 깔린 작은 콩마저도 나의 행복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새로이 인식하는 취약한 상태가 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생존을 위한 단순한 행위 자체가 매우 힘들게 느껴진다. 즉, 마땅히 행복해야 하고 행복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태도를 삶의 주된 주제로 삼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세계와 인생을 불행하고 비참한 것으로 치부하고 발전이나 성장, 개혁을 포기하게 되거나 스스로를 불쌍히 여겨 무기력하고 우울한 감정에 묶이게 된다.


내가 대단하지 않은 존재라는 것을 매순간 잊지 않는 것은 정말 힘이 된다. 내가 만난 이 문제가 내 인생을 뒤흔들만한 크나큰 시련이나 치명적인 오점이 될 수는 없다. 마음먹은대로 술술 풀리는 일은 결코 없으며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은 내가 매일 반복해온 행위나 이에 수반된 시간과 노력이 차곡차곡 쌓여서 만들어진 결과물 중 하나였을 뿐이다. 애초에 정해져 있는 일이나 한순간에 조작 가능한 일은 없다. 사물이나 사람 간의 충돌, 갈등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현상 또는 사건의 일부다. 모두들 그렇게 살아가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원래 있던 자리와 알맞은 위치로 돌아간다. 지금 일어난 나의 괴로운 감정은 한낱 환상이자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 잘 먹고 잘 자고 일어나면 다 지나가버리고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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