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고요 Jul 20. 2019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

자의식을 죽이고 평범한 나를 끝까지 잘 키운다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내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의 평범한 존재라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세상과 타인은 절대적으로 내 편에 서지 않는다는 것, 가만히 있으면 내 마음대로 되는 일 하나 없다는 간단한 진리를 깨닫는 순간 우리는 어른이 될 준비를 마친다. 이것저것 눈치보고 신경쓰느냐고 바쁘다는 핑계로 고고하고 우아하게 앉아 가만히 기다려서는 아무것도 손에 쥘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구차해지고 절실함이 드러나는 것 정도는 불사해야 한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는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한 훈련을 시작해야 한다.


자의식(自意識)을 죽여야 한다. 자의식은 자기가 처한 상황이나 위치 등에 관하여 끊임없이 생각하고 검열하는 것이다. 되고 싶은 나, 되어야 하는 나, 현재 타인이 바라보는 나 등에 관한 잡스러운 생각들은 결국 '특별하고 완전 무결한 존재인 나'로의 헛된 기대와 목표로 이어진다.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로 정의하기 시작하는 순간 느는 것은 거짓말 뿐이다. 사회적으로 규정된 관습과 각본에 얽매여 자발적으로 행동과 사고의 폭을 제한하고 자유를 반납하게 된다. 이는 곧 정신과 몸을 병들게 만드는 치명적인 원인이 되고 만다.


자의식이 지나친 사람은 모든 것에 있어서 자연스럽지가 않다. 끊임없이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단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꽤 괜찮은 결과물을 얻어낸 척, 눈 앞에 보이는 마지막 피자 한 조각을 먹고 싶어도 상대방을 위해 먹고 싶은 마음이 없는 척, 평가에서 1등을 하고 싶지만 욕심없이 적당히 했기 때문에 뒤처져도 상관없는 척 등. 내면의 목소리를 배제한 채로 여러 가지 ~인 척, 아닌 척을 하면서 메소드 연기를 펼치면서 살아가는 것은 굉장한 부자연스러움을 자아낸다. 결국에는 비교의식에서 비롯된 자기연민과 원망, 질투, 시기심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의 폭발로 이어진다.


자의식을 죽이는 것은 성공하는 법과도 직결된다. 자기 욕망에 솔직하지 못한 사람, 거짓말을 통해 가짜 이미지를 유지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사람은 절대 원하는 것을 얻을 수가 없다. 우리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소리치지 않고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도 우리의 욕망과 욕구를 알아주지 않는다. 너무도 간단한 원리다. 거짓말의 세계는 나 혼자 만들어낸 실체없는 가짜 세계에 불과하고, 내외부의 자각 또는 공격으로 인해 그 세계가 깨져버리는 것은 시간 문제다. 하루라도 빨리 자의식의 덫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짜 세계로 발을 뻗어야 한다. 실체 있는 세계, 감각의 세계로 나와야 온전한 하나의 실존하는 인간 어른으로서의 삶을 시작할 수 있다.


어쩌면 진짜 어른이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어린 아이의 마음을 되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는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보자.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아는 것이고, 깨달았다면 그것을 얻기 위해 소리지르고 발을 구르며 울부짖는 것이 그 다음 해야 할 일이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나는 어떤 아이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사고체계 자체가 없기 때문에 '특별한 나, 완벽한 나'에 대한 집착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 자체로 자유롭다. 생존에 가장 유리한 전투적인 상태다. 이렇게 건조하고 일차원적인 태도로 오늘 하루도 치열하게 살아내는 것이 삶의 소명일 때 거짓 한 점 없는 진짜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다.


이것은 교양없고 무자비한 어른되기를 찬양하는 글이 아니다. 자의식이 만들어낸 가짜 세계 속에 갇혀 거짓말을 일삼으면서 사회적 각본에 끌려다니는 하찮은 존재인 내 자신을 구원하기 위한 다짐이다. 자의식에서 비롯된 나를 사로잡는 생각들을 죽여버리고 완전한 자유를 되찾자. 나는 특별한 존재는 아니지만 잃을 것도 없고 두려운 것도 없다. 내면의 욕망에 충실하며 진실하고 거짓없는 행동과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내자. 오늘 하루 동안 묵묵히 해나간 작은 일들이 쌓여 언젠가는 그렇게 바라던 것을 얻게 해줄 것이다. 그러다가 나를 방해하고 괴롭히는 것들이 있다면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소리치고 뒤흔들고 발악하자. 내 존재 하나는 확실하게 책임질 수 있는 진짜 어른이 되자.


이전 02화 행복 강박에서 벗어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