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그만 둘 준비

10년 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사용에 대한 종언

by 타츠루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계정을 지웁니다.


차에 타서 잠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잠깐, 잠들기 전 잠깐, 아이들을 돌보며 사이사이 저는 인스타그램 피드를 확인하고,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을 살폈습니다. Like를 누르기도 하고, 댓글을 달기도 합니다. 누군가와 소통하고 있고,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최근의 읽기와 경험은 소셜 미디어에서 얻는 것이 거의 없으며, 나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무언가 '누리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을 알게 되고, 더 많은 사람이 나를 알게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관심 있을 만한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 사람들의 반응을 기대합니다. 그 시도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가 바라던 바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얻지도 못했는데, 발이 너무 깊이 빠져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벗어나지 못한다는 건, 내가 적어도 소셜미디어의 세계에서는 무엇도 주도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인스타그램에서는 '좋은 사진'을 보기 어렵습니다. 내가 올리는 사진도 그다지 의미가 없습니다. 나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내 사진에 누르는 '좋아요'는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그걸 알아차리는 데 시간이 꽤 걸렸네요. 나는 인플루언서를 꿈꾸지도 않고, 네임드가 되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살아보지 않아도 피곤할 것 같습니다. 나는 지금도 오프라인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 사람들과 관계가 더 의미 있는 데 말이죠. 현실이 힘들 때, 소셜미디어로 도망가고 싶지 않습니다.


페이스북 앱을 스마트폰에서 지우고 나서는 제법 만족스러운 균형을 유지했습니다. 그저 오랫동안 알아온 사람들의 소식을 보는 재미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페이스북에서의 경험은 점점 더 사람을 지치게 합니다. 누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페이스북은 매 순간 편 가르기 좋은 공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나는 그것이 '기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부도덕한 '정치인' 때문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소식이 없었던 것이 아닌데, 소셜 미디어 덕분에 증폭됩니다. 끔찍한 범죄, 무서운 바이러스가 늘 더 좋은 뉴스거리가 되는 것처럼, 사람들을 한 숨 짓게 만드는 뉴스가 페이스북에 더 많이 유통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편을 나누어야 싸움이 되고, 그 싸움은 더 많은 '쓰레기' 계정들까지 페이스북에 들어오게 만듭니다. 맛집 블로그에서 맛집 정보를 얻기 어려운 만큼, 페이스북에서 친구를 얻기는 어렵습니다. 이제.


그래서 이제 계정을 지워야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은 달콤하기는 하지만, 어떻게 이어진 줄 모르는 '관계 그 자체를 유지하기 위한 관계'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은 '전혀' 좋은 서비스가 아니며, 사람들 간의 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떠나야 하지요. 오래 알던 사람이 많아서 이런 결정을 내리기가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어려워도 해야 하는 결정이 있고, 그 결정이 옳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습니다.

이제는 차에 타서 잠깐, 엘리베이터 앞에서 잠깐, 잠들기 전 잠깐, 아이들을 돌보는 사이사이 멍하게 아무 생각 없는 순간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내 머리는 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Like 따위는 누르지 않고, 어떻게 살아있는 사람을 더 만날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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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은 그냥 지워버렸습니다. 갑자기 피우던 담배를 땅에 비벼 끄고 그날로 담배를 끊어 버리는 사람처럼, 인스타그램 계정을 지워버렸습니다. 참 오래 사용한 것 같습니다. 언제 첫 포스팅을 했는지 따위는 찾아보지 않았지만, 지금 초등학생인 아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인스타그램을 썼으니 한 세기는 되었네요. 많은 추억을 거기에 공유한 만큼 애착이 남지만, 애착보다 폐착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계정을 지워버렸습니다.


페이스북 계정도 지워버려야지 했는데 그러지는 못하고, 더 이상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글을 타임라인에 올렸습니다. 위의 글을 조금 수정해서 올렸는데, 다시 읽어보면 참 모자란 글입니다. 오로지 '진정한 친구를 얻을 수 없음'이 그 이유인 것 같지만, 사실은 '불매'와 비슷한 형식의 행동입니다. 페이스북은 유저들의 감정에 대한 심리실험을 진행했고, 알고리즘이라는 것으로 사람들의 '주의'attention을 페이스북 안에만 잡아두고 있으며, 그 가운데 사람들은 더 편향되고(아니, 적어도 저는), 페이스북에 더 몰입하게 된다고 봅니다. 페이스북에 포스팅하는 빈도가 올해 많이 줄기는 했지만, 제 생활에서 페이스북 사용시간이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한 편이었습니다.


페이스북 덕분에 기쁨을 느끼고, 행복감이 높아진다기보다는 페이스북을 통해서 더 쉽게 흥분하고, 더 슬퍼지거나 화나는 감정을 느낀 적이 많습니다. 그러한 저의 기분은 Share를 타고 다른 사람에게도 전파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페이스북은 사람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사람의 감정도 조정합니다. 사용자를 '뷰'로만 파악하는 놀이터를 다시 찾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저 오래 알던 분들과 만날 새로운 공간도 마련하지 못하고 떠나온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차차 대안을 찾아내겠지만, 곧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할 생각입니다.


페이스북 계정을 바로 삭제하지 못하는 건, 제가 이끌고 있는 그룹이나 메신저 그룹 때문입니다. 그 부분을 정리하면 페이스북을 일단 떠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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