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 활동에 실패는 없다. 실패는 없지만, 잘 되는 활동도 있기는 하다. 그간 담임을 해오면서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도 뜻깊으면서도 학생들에게 재미를 주는 학급 활동은 매달 단체 사진 찍기였다. 사진을 찍으러 나가는 것(그게 교실을 바로 나가기만 하는 것이라 할 지라도)을 학생들이 힘들어 혹은 귀찮아 할 때는 있었어도 모두들 카메라 앞에서는 즐거웠고, 출력된 사진을 보면 더 즐거워 했다.
올해에도 매달 학급 사진 찍기는 진행 중이다. 단, 마스크를 쓰고 있다. 온라인 오프라인이 교차되면서, 두 주 정도 등교하면 한 달이 가버린다. 자칫하면 사진 찍을 타이밍을 놓칠 수가 있다. 지난 달에서는 그래서 교실에서 30일이 되어서야 찍을 수가 있었다.
학생들과 학급 친구들끼리 친해지기 위한 활동을 생각하다가 마니또를 생각해냈다. 일단 나는 학창시절에 마니또를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진행되는 지 잘 몰랐다. 일단 정해졌으니, 취지와 목적을 설명하는 건 나. 반장과 부반장이 마니또를 뽑고 일주일 동안 진행하기로 했다. 나는 일주일보다는 더 길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학생들의 생각은 또 달랐나 보다.
그렇게 진행을 했으나, 모두들 즐겁게 열심히 참여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마니또 활동이 어떠했는지 내가 정확히 알 수는 당연히 없다. 고등학교에서의 담임이란, 간신히 아침과 오후에 조종례 시간에 한 10분 정도 학생들을 보고, 수업 시간에는 또 수업하느라 바쁘다. 담임이라고 아주 많은 시간을 학급 교실에서 보내는 게 아니다. 자주 학급에 들어가서 동태를 살피면서 어렴풋이 파악할 수 있다.
학급에 준비해둔 자석 칠판에다가 "내 마니또에게" 라고 짧게 글을 쓰라고 했다. 해준 게 있다면 그걸 쓰고, 못해준 게 있다면 그것도 쓰라고. 마니또는 공개하지 않고. 예상대로(?) 미안하다고 쓴 학생들이 제법 있다. 아무 것도 못해줘서 미안하다 라니. 어떤 학생은 과자를 주고 가기도 하던데. 어쨌든 마무리는 해야 한다.
마니또를 끝내면서, 우리 학급에서 서로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지 이야기했다. 대강 이런 내용이었다.
학교에 온다고 해서 모두와 친해게 지내는 것은 아니고, 그렇게 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마니또 같은 이벤트를 통해서, 내가 학교에 왔을 때, '나에게 무엇을 해줄까' 고민하는 사람이 한 사람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알면 참 좋겠습니다. 담임인 나는 분명히 여러분을 어떻게 도와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담임선생님 말고, 또 우리반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무언가라도 도움이 되려고 고민하고 있다. 그런 기분을 우리 모두 느끼고, 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기쁨을 느끼기 위해 마니또를 진행합니다. 무엇을 할까 고민해주세요.
모두가 일주일만에 더 친해지거나, 일주일 동안 누군가를 확실히 도와주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주일 동안의 고민은 의미가 있다. 학급 활동에 실패는 없으려면, 어떤 활동을 하든 거기서 배우는 바가 있어야 한다. 내가 모두 이끌어 더 나은, 더 참여가 많은 활동을 꾸려볼까 생각하기도 하지만, 교사가 얼만큼 끼어들고, 어느 정도 학생들에게 맡겨둬야 할지 잘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늘 그 거리두기에도 신경을 쓴다.
블로그에 같이 게재합니다. https://yagatino.tistory.com/entry/%ED%95%99%EA%B8%89%ED%99%9C%EB%8F%99-%EB%A7%88%EB%8B%88%EB%98%90-%EC%8B%A4%ED%8C%A8%EA%B8%B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