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대상

by 타츠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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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지고 있는 브롬톤은 10년도 넘은 자전거다. 그간 여러 가지를 바꿔오며 탔다. 눈에 띄는 소모품인 튜브나 타이어는 자주 갈아봤고, 브롬톤을 타고 가다가 크게 넘어지는 바람에 앞바퀴를 모두 갈았다. 그 참에 내장 외장 변속기도 모두 신형으로 갈았다. 최근에는 원래 P 바였는데, 그걸 M바로 바꿨다. 돈이 들어가고 수리를 해서 그런가 이제는 누구한테 팔 수도 없지 않을까 싶다. 중고 시세가 괜찮을 때, 그냥 팔아버리고 새로 사는 것은 어떨까 생각을 하기도 했다.


오늘은 체인 푸셔 라는 부품을 직접 교체했다. 부품 비용은 16,000원. 교체는 어렵지 않았는데, 외장 기어 문제가 잘 해결이 되지 않았다. 이리저리 조절을 하니 성공. 테스트를 해보기 위해서 밖으로 나갔다. 밥통을 열었을 때 밀려 나오는 김처럼 텁텁한 공기가 밤을 가득 채웠지만 그래도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이리저리 기어를 바꿔보는데, 한 두 번은 잘 변속이 되더니 또 안 된다.


이러다 이 자전거에 계속 돈만 들어가고 성능에는 자꾸 만족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젖은 옷을 벗고 샤워를 하면서 '매몰비용'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실패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에 돈이나 수고, 노력을 투자하는 것을 '매몰비용의 오류'라고 한다. 매몰비용은 회수할 수 없는 것이지만, 사람은 매몰비용 때문에 덧없이 더 큰 비용을 쓰기도 한다는 것. 매몰비용의 오류는 멍청한 짓이라 피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왜 이런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일까. 내가 내 오래된 자전거에 돈을 자꾸 투입하는 것은 멍청한 짓은 아닐까.


사람들은 오래 옆에 둔 물건에 애착을 느낀다. 물건은 우리에게 애착을 돌려줄 수 없다. 애착은 한 방향이다. 그런데도 사람은 물건에 애착을 느끼고, 관계를 형성한다. 인간의 오류도 관계를 형성하려는 오랜 버릇에서 온 것이 아닐까.


오래 갖고 있는 물건 사이에는 관계가 형성된다. 그러니 거기에 투입되는 자원은 흩어져 사라지는 비용이 아니라, 관계 유지나 개선을 위한 투자다. 아, 투자한다고 얻게 되는 실익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관계는 유지된다. 사람은 늙는다. 사람은 변한다. 그래서 이렇게 유한한 우리는 '거의' 변하지 않는 것 같은 것들에 위안을 받는다. 산을 보며 위로를 받고, 별을 보고 위안을 얻는다.


내가 내 브롬톤에게 위안을 받게 될까.


아, 일단 변속기 트러블부터 해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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