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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wny Taewon Kim Feb 10. 2023

[TiW] 복잡성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는 시간이다

멀쩡한 일 몬스터로 만들기

"ㄱ님, 지난  어떠셨나요?"

"음.. α 업무는  마무리했고β 업무는 몇번 해보려다가 α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완료하지 못했습니다. 이번주에 다시 해보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이 경우 β업무는 이번주에도 하기 어렵습니다왜냐면  중하고 급한 γ일이 나올테니 말입니다.


시간가면 일 더 생기는건 당연하지 여겨지겠지만, 여기엔 좀 더 깊은 맥락이 있습니다.


첫째, ㄱ님은 처음이 아니고 유사한 패턴을 겪은 일이 있습니다실은 ㄱ님  아니라, ㄴ,   여러 차례 보여준 패턴입니다. 

익명화한 탓에 느껴지진 않지만 여기서 αγ 일은 다른 결의 업무입니다. 일의 부피는 크지만 명료합니다열심히 하면 끝이 보이고 완수가 가능합니다명료형 업무라고 하겠습니다반면 하려다 미뤘던 β일은 목적이 있지만 실체는 모호한 일입니다대체로 시장 조사신기능 기획제품 개선 사항 도출 등입니다모호형이라고 해보죠. 

 명료형 업무와 모호형 업무가 시간을 다툴  명료형 업무가 거의 이깁니다일단 명료형 업무에 손이 쉽게 나갑니다시동 비용도 적고 쳐내는 타격감도 좋고, 언제가 끝인지 판단도 쉬우니까요여기까진 대개 경험적으로 이해합니다.


모호형 과업이 가진 또 하나의 특징이 있습니다건드리면 건드릴 수록 괴물이 된다는 점이지요. 해야 하긴 하고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해서 엄두는 안나고그냥 두긴 뭐해서 일단 꺼내 봤다가 오늘은 아니지, 다시 덮습니다필요한 정보가 없거나시간이 충분치 않거나 에너지가 부족해서죠.


그리고 하루이틀 지나고 억지로 기운을 내어 다시  열어보면 뭔가 아직도 시작하기 복잡합니다어렴풋이 생각들은 떠다니지만 그럴수록  복잡하게 느껴지고필요한 정보는 부족한 것 같고해야할 공부나 읽을 자료는 점점 가지를 치고, 그러니 다시 시간은 현저히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이제 주말 지나 새 주가 되면 한층 곤란해집니다급하고 명료한 일들은 계속 생기고, 미완의 모호형 업무 계속 머릿속에 맴돌고 마음  구석에서 가르릉 불편하게 합니다결국  정도의 아이지만, 성미만 돋구며 시간 보내면 중간보스급으로 커져버립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의 제목을 스냅샷 잡아둬라.


정확히 표현하면 define  하라는겁니다만 저렇게 표현하는게 와닿습니다모호한 일의 특징이 그렇습니다일이 비선형입니다새로 얻은 정보로 기존 정보나 가설을 되먹임하거나, 수행중 타인과 커뮤니케이션 해야하고,  결과가 다시 프로젝트의 할일목록과 우선순위에 변경점을 발생시킵니다복잡계의 성격을 띕니다게다가 대개 마감 기한도 유동적인 경우가 흔하죠.


그래서 정의하는게 중요합니다.

첫째, 결승선을 정해라. 이건 어디쯤에서 끝낼지의 문제입니다어느 정도의 모양새면 성공일지를 정해둡니다제출할 상사나 수령자가 있으면 편합니다. 물어봐도 되고, 상상도 쉬우니까요. 그게 아니라면 과거 경험이나 주변 동료와 이야기해봐도 좋습니다. 중요한건 이걸 적어 놓으란겁니다. 적지 않으면 곧장 구석에 빠져 헤멥니다. 종착지는 랜드마크 역할을 줘야합니다.


둘째, 프로젝트 제목을 정해라. '신기능 계획' 이런식으로 제목을 정하면 이미 망한겁니다. 범위가 좁더라도 가장 구체적인 언어로 적어야 합니다. 나중에 고친다 생각하고 (제대로 진행되면 반드시 고치게 됩니다. 처음보다 더 알게 되니까요.) 좁게 적습니다. 제일 좋은건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때 떠오른 그 느낌, 그 문장입니다. 'MZ를 타겟으로 하는 새로운 상품라인은 최소 어떤 기능을 가져야 할까? 그걸 누구에게 물어볼까?' 정도 착상을 날것으로 적고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괜히 남들 보기 좋게, 내 스스로 멋있어 보이게 하이컨셉으로 뭉뚱그리는 순간 괴물은 초대됩니다. 


셋째, 중간 마감을 정해라. 일의 완성 이전, 나만의 중간 마감을 정해야 합니다. 시간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결과물의 진척도여도 됩니다. 소설의 완성이 아닌 챕터 마감 정도로 분할하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회고하고 전체목적에 합치하는지 따져봅니다. 가급적이면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습니다. 다음 챕터를 위한 진척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또한 의구심에서 좀 더 자유로우면 집중도 좋아집니다.


이게 복잡한  잘하는 방법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스스로 복잡해지고 내 자신감 떨어지지 않게 해야합니다. 커지지 않게 고정하고 분할하여 정복합니다. 복잡성을 단순성의 조합으로 치환하는 스킬을 사용합니다이건 연습으로 가능합니다.


이번 내용은 좀 깁니다. 글로 쓰다보니 뜻이 잘 전달되었을지, 도움이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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