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계획이란
지난 뉴스레터에서 명료형 업무와 모호형 업무에 대한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내 업무를 수행할 때도 모호함이 문제지만,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성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주요 팀장들과 전사 회의를 하는데, 제출한 계획이 이렇습니다.
2Q내 미국 시장 진출
A제품 매출 증대
다음 칸의 진척사항을 살펴 보면 어떤 일이 진행중인지 알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노란 신호등을 켰습니다.
"이건 계획이 아니죠. 그냥 범주에요. 내가 무슨 문제를 풀고 있나가 아니라, 어떤 카테고리의 일을 하고 있는것인지만 말할 뿐이에요."
물론 그렇게 쓴 이유는 짐작이 갑니다. 잘 하고 싶고, 욕 먹기 싫은 두려움이 근저에 있어요. 그래서 타이틀을 최대한 뭉뚱그려 적은 후, 실제 하고 있는 건 세부사항에 적어 두면 항상 '계획'은 실행 중인게 됩니다. 커버리지가 넓고 느슨하여 대충 맞지요. 하지만 문제는 잘 되지 않거나 최적의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슬쩍 덮기가 쉽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지난주 세부에 있어서 제가 기대하던 후속 이야기가 쑥 빠져 버리는 일도 흔합니다.
그래서 저는 말했습니다.
'최소한 저랑 있을때는 아래의 사항을 포함시켜야 계획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전략적 의도(strategic intention)입니다. 이걸 왜 하는지입니다. 저랑 하는 전사회의에 가져올 정도의 토픽이라면 반드시 전사적 목적에 기여해야 합니다. 계획은, 어떻게 전사적 목표에 기여할지를 의도해야 합니다. 의도가 실종된 일들은 대개 분주할 뿐 성과로 이어지기 힘듭니다.
둘째, 종료 기준(exit criteria)이 있어야 합니다. 대개 마감일, 결과물의 필요 요건, 문제에 대한 답의 형태 등을 정해둡니다. 이게 없으면 용두사미 프로젝트가 됩니다. 성패의 판별이 간단해야 합니다. 그러면 성공 가능성이 높을 뿐더러 실패해도 2차적 피해가 없습니다. 배운게 있고, 다른 일을 할 여력을 빨리 갖게 되니까요.
셋째, 자원(resource)입니다. 필요한 인력, 예산, 회사의 특수자산, 외부의 유무형 자산등입니다. 계획에 명시적으로 쓸 필요는 없지만 숙고한 후 계획의 워딩을 작성해야 합니다. 그러면 계획의 중대한 난점을 미리 볼 수 있습니다. 고려하고 있다면 진척사항에서 자주 등장합니다.
마지막이 달성 방법(things to do)입니다. 이게 왜 마지막이냐면 앞의 세가지가 전제되지 않은 방법은 그저 맹목적 시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전략적 의도는 유지되어도 종료 조건이 바뀌거나 자원의 변동이 있으면 방법은 그에 따라 변해도 됩니다. 그런데 앞의 과정에 대한 고민이 없으면 진행이 흩어집니다. 방법이 안통하면 종료기준과 자원을 자꾸 변경하게 마련이고, 나중엔 무슨 목적으로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기 십상이죠.
좋은 계획은 이 네가지 부분에 대한 생각이 간략히라도 안배가 되는게 중요합니다. 지금 무언가를 계획중이라면 한번 이 체계를 따라 생각해보세요.
이 글은 제 뉴스레터인 Tony in Weekly에 발행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