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스타트업 주니어에게도 해당되지만 막상 하면 꼰대소리 들을 이야기
딸, 직장 초보로 지내기 힘들지?
매일 일찍 일어나 출근하고, 녹초가 되어 퇴근하고,
잠깐 자고 나면 또 같은 하루.
주말은 순삭, 월급은 바람에 스쳐지나가고. ^^
그래도 이제 숨 좀 돌리고 익숙해졌으니, 아빠는 우리 딸이 세가지를 꼭 명심했으면 좋겠어.
첫째, 틈나면 꼭 공부해.
체력 되면 귀가 후 밤에, 주말엔 반드시 일정 시간 내어서 공부해.
책도 읽겠지만, 업무 관련해서 공부해.
아니, 공부하면 다 잘될거야 이런 느낌 아니야. 참고 잠깐 들어볼래?
지금은 찐을 가리는 시대가 되었어. MZ니 quiet quitting이니, great resignaiton이니, YOLO, 워라밸 이런 말은 항우울제에 불과해. 좀 나쁘게 보면 이걸 팔아먹는 사람들에게만 유용한 이야기라 생각해. 저 말들에 동의하고 살면 시대적 평균은 되겠지만 딱 평균만큼만 대접받게 될거야. 특히 요즘 같은 스태그플레이션 시대엔 대접이 양극화가 되어 버려. 모두가 욜로로 가버리니 평균은 흔하고 찐은 귀해서 더 귀한 취급받지.
근데 그래도 그렇지. 갑자기 공부가 왠말이냐고?
축구로 비유해볼게. 유소년 팀에 재능 넘치는 두 선수가 있었어. 한 선수는 경기를 뛰고, '아 내 슛이 중구난방인게 문제구나' 집에 와서 다음 시합 전까지 슛을 연습해. 다음 경기를 뛰고, '아 드리블이 모자라면 제끼지 못하는구나' 드리블을 연습해. 열나 연습해. 또 체력이 모자라면 체력훈련을 해. 이 선수가 계속 이렇게 지내면 나중에 어디 가 있겠니? 맞아. EPL 같은 월클 리그야. 손흥민 선수처럼 말야. 최고의 대우와 존경을 받으면서.
근데 같이 유소년 팀에 있던 다른 친구는 재능만 믿고 살아. 워낙 뛰어나니까 매번 선발 라인업엔 들어가. 그는 경기를 통해 실력이 늘지. 시합 중에 드리블 감각을 익히고 경기를 통해서만 슛이 늘지. 실력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늘어. 떄론 퇴보하기도 해. 왜냐면 매번 선발은 보장되어 있고 재능을 과신하면서 돈도 안되고 주목도 못 받는 방과후 훈련따위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기 떄문이지.
업무도 그래.
딱 회사 근무중에서만 실력을 늘리려면 되긴 하지만 매우 오랜 시간이 필요할거야. 경기 외에서 드리블 연습을 하고 슛감각을 익히는건, 멀리 보면 결코 손해가 아니야.
둘쨰, 공부 말고는 딱 한가지에 투자해. 바로 사람이야.
사람을 많이 만나.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 나눠. 좋은 점 나쁜 점 눈여겨 보며 배워. 한명이 책 여러권만큼 배울 점이 많을거야. 적절한 관계는 배터리를 충전하듯 에너지를 채워줘. 또한 감정과 안정감에도 도움 될 때도 있고,
무엇보다, 의외의 기회나 정보도 관계의 망을 통해 전달된다는걸 꼭 명심해.
행운은 지인의 얼굴을 하고 나타나. 대개 못 알아보고, 지인이 적을 뿐이지.
셋째, 훈장을 달아.
훈장이 무슨 말이냐면 너만의 업적이랄까. 열심히 일해서 실력도 쌓이고 일도 잘하게 되고 관계도 쌓으면 그 자체로 좋아. 난 만족스러울거야. 하지만 너 입장에선 그냥 열심히만 하는건 답답할거야. 마음 속 훈장을 하나 생각해. 내가 매출을 200% 신장시켰어. 내가 쇼츠를 이용한 프로모션 1세대야. 내가 챗GPT로 성공한 카피를 만든 사람이야. 등등이지. 물론 꼭 이렇게 거창할 필요 없어. 그냥 너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업적이랄까 그런 느낌이야.
이건 좋은 이력서를 쓰기 위함이 아니야. 진짜 기회, 좋은 관계가 될 사람을 만났을 때, 짧은 시간에 너를 설명할 그것이 필요할거야. 넌 아직 회사 초짜잖아. 'ㄱ회사에서 개발일 하는 아무개입니다.' 라는 자기소개처럼 지루한 이야기가 없어. 아빠는 지금까지 수천번 들었고 그중 기억나는 사람은 별로 없어.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무엇이 내 훈장일지 생각하는 과정에서 훈련의 단기 목표도 뚜렷해지고 추진력도 더 오래 갈거야.
지금까지 평생 공부 열심히하고 성실하게 잘 살았는데 또 무슨 공부냐, 이게 무슨 챗GPT가 미드저니 그리는 마음 복잡한 소리냐 할 수 있어.
하지만, 이 세가지 명심하고 살면, 달라질 부분이 많을거야. 내말 믿고 해봐.
이 글은 제 뉴스레터인 Tony in Weekly에 발행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