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awny Taewon Kim Sep 06. 2020

재택이지만 괜찮아 (3)

내가 2차 대유행에 대처하는 법

원망스럽고 한숨 나오지만 다시 또 재택근무모드다. 언젠간 끝나겠지만 하루이틀 뭉게면서 버틸 일도 아니다. 그래도 지난 재택 때 고통스럽게 배웠으니 이번엔 크게 세가지는 고쳐 보고 있다. 


1. 매일 밤 운동하고 자기

자기 전 실내자전거를 타는데, 하루에 다 못 태운 칼로리 소모가 목적이다. 덤으로, 침대에서 유튜브, 틱톡 보다가 늦게 잠드는걸 방지하기도 한다. 다음 날 꼭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면 자기전에 딴짓을 많이 하게 되고, 수면의 질이 안좋게 일어나면 다음 날 컨디션도 나쁘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운동으로 땀 흘리고 씻은 후, 전자책을 보면 잠도 금방 오고 푹 자게 된다.

이보다 잘 잘 순 없다

2. 아침 산책하기

이건 칼로리 태우는 운동목적보다, 앞서 말한 relaxed flow를 위해서다. 파워 워킹 정도의 페이스로 음악을 들으면서 10분 정도 걸으면 대개 그 상태에 진입한다. 그냥 물, 풀, 바람, 하늘을 보며 생각 없이 걷다보면 순간 풀지 못한 문제나 중요한 일의 목록이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아직 익숙지 않아서 큰 소득 없이 들어오는 날도 있는데 조바심 내지 않고 있다. 

'지속하면 나아지겠지, 운동이라도 됐으니까.' 

유일한 문제는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메모해야 하는데, 메모장과 필기도구를 들고 산책하긴 힘들다. 애플워치를 이용해서 음성메모를 한다. 

3. 잘라가는 독서

전엔 주중의 루틴이 확보되어 있으니, 주말에 독서 시간을 집중 배당했다. 덕분에 주중-주말 모드 전환의 대구분자 역할도 했다. 재택을 하다보니, 삶과 일, 공적 시간과 사적 시간이 연속체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독서를 하루의 구분자로 쓰기로 했다. 오전의 90분 크런치, 오후에 90분 두 타임 이렇게  연속으로 이어진 시간을 만들고 여기에 성과를 내야 하는 일을 배정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보상처럼 책을 읽기로 했다. 더 일할 수 있으리란 순진한 생각을 버리고 그 시간이라도 지키기로 했다. 재택은 인내의 시간이다. 

독서는 다양한 종류의 책을 돌아가며 읽는다. 마치 지적인 친구들과 수다 떨던 코로나 이전의 시간처럼 폭넓은 주제를 음미하려 노력중이다.  


마치며

이랬든 저랬든, 재택근무란게 오프라인 모드가 익숙한 우리 사회엔 도전이다. 어쨌든 언택의 시대는 와버렸고 그래도 생산성을 유지해야하는 건 지식근로자의 신성한 정체성이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내가 지난 1차 대유행 때 실패했던 부분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고치고 있는지 그 과정을 공유하고자 했다. 각자는 각자의 문제가 있을테고, 생각의 실마리를 푸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글을 시작했다.  


반대로 내겐 운좋게, 아직까지 문제가 안된 부분도 있다는 점을 글쓰며 깨달았다. 예컨대 정서적 유대다. 가족과는 수시로 재미난 수다를 떨고, 친구, 선후배랑도 메시지, 전화 등으로 끊임없이 연락이 오고 가니 그 부분의 갈증은 덜하다. 물론 만나서 떠들고 밥먹느니만은 못하지만, 정서적 고립감은 없어 다행이다.  


어쩌면 내 진짜 메시지는 이걸지도 모르겠다.

다들 잘 버티고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몸도 마음도. 
매거진의 이전글 재택이지만 괜찮아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