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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wny Taewon Kim Nov 14. 2020

축구는 왜 포스트시즌이 없을까

운에 대처하는 자세에 관하여

가을이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시작되었고, 축구 K리그도 마무리 단계다.

가을야구는 야구팬의 즐거움이자 시즌의 백미다. 그런데 축구는 좀 다르다. 한 시즌을 완주한 후 1위를 한 팀에게 바로 우승 타이틀을 준다. 1위 결정전은 없다. 왜 그럴까.

흥행과 수입 면에서 포스트 시즌은 매우 중요하다. 넉아웃 시스템이라 매 경기가 절박하다. 실은 K리그도 포스트 시즌 토너먼트를 했었다. 미국의 흥행 공식을 차용한야구로 프로스포츠를 접한게 한국이다. 축구라고 그 쉬운 공식을 버릴 수 있었을까. 6위도 1등이 될 수 있는 동화 같은 일이 언제라도 벌어질 수 있다고 여겼다. 그 사건 전까지는.


한편 35억명의 팬을 지닌 세계 1위 스포츠의 각국 축구 리그들은 포스트 시즌이 없다. 축구판에선 한 시즌을 견디며 승점 쌓고 선두를 지킨 팀만이 왕관을 쓸 자격이 있다고 본다. 단판승부의 재미를 위한 토너먼트 대회는 컵 대회라고 별도 운영한다.


우리나라의 축구도 6강 플레이오프에서 순수 리그제로 바꿨는데, 2007년 5위가 토너먼트를 통해 1위를 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동화가 현실이 되었는데 뭐가 문제일까. 


일견 단순한 포스트 시즌 운영에는 깊은 진리가 담겨있다. 리그 운영원칙이란 어떻게 가장 강한 팀에 우승 타이틀을 줄지를 푸는 문제다.

많이 알려졌지만, 스포츠는 실력과 운의 조합이다. 축구와 야구는 운의 영향이 꽤 큰 종목이다. 아이스하키는 운의 영향이 더 크다. 반면 테니스는 실력의 비중이 훨씬 높다. 바둑과 체스는 거의 실력이 다라고 할 만큼 운의 영향이 작다. 이때, 운의 영향이 큰 종목은 표본을 증가시키면 실력에 수렴한다.


이러면 게임의 규칙이 좀 더 잘 보인다. 야구는 144경기의 긴 시즌을 통해 보다 강한 팀을 선정한다. 그 우열에 기반해 여러 차례 플레이오프를 통해 실력에 상응하는 최종 순위를 준다. 월드 시리즈, 한국 시리즈가 7차전을 하는 이유이다. 즉, 흥행을 위한 플레이오프를 하더라도, 여러번 할 수 있으니 운의 영향을 줄이면서 돈도 벌 수 있다.


하지만 축구는 한경기 체력 소모가 커서 주당 2게임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일부 대회만 결승을 두번 하지 대개 결승은 단판이다. 이러면 표본수가 작으니, 운의 비중이 커질 수 밖에 없고 진짜 실력 있는 팀이 타이틀을 가져가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 매우 쉽다. 라이트 팬에겐 이런 의외성이 짜릿한 재미를 주고 짐짓 미디어의 주목과 돈을 벌어줄 수는 있다. 허나 진짜 팬은 공정하지 못하다 생각하게 되고 장기적으로 신뢰, 브랜드, 애호도가 감소하게 된다. 탑 리그 프로 축구가 포스트 시즌을 운영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포츠와 상관없는 우린, 그래서 뭘 어쩔까.

세가지다. 첫째, 내게 중요한 사건에 운과 실력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스포츠, 사업, 투자는 운의 비중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체스, 드로잉, 연주, 공부는 실력의 비중이 높다.


둘째, 내 실력을 스스로 알아야 한다. 주식 투자를 한다치면 사고 파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혹 좋은 수익률을 얻었다면 내 투자 아이디어가 통했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이 중 얼마나 운의 영향을 받았는지 냉철히 따져볼 수 있어야 한다. 아니면 성공의 공식을 과신하고 후에 크게 망하는 지름길을 포장한 셈이다. 회사 업무도 마찬가지다.


셋째. 실력의 영향이 큰 분야라면 노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운의 영향이 큰 분야라면 과정을 통제할 수 있는지 항상 생각하라. 운을 내 편으로 할지 배제할지의 판단이다. 만일 내 실력이 낮다면 시행 수를 줄여라. 실력이 좋다면 표본을 늘려라. 실력 있는 사람이 회사의 업무를 한다면, 여러 차례 책임을 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배제될 정도의 큰 실패는 막고 성실함과 신뢰감으로 평판을 쌓자. 한번에 대박 성공을 이룬다기보다, 몇 번 더 시도할 수 있는 사회자본을 쌓겠다는 마음이 중요하다. 실력이 있다면 업무 결과가 당신 실력에 결국 수렴하기 때문이다. 아니라면? 같은 일을 두 번 맡지 말지어다. 운이 연달아 오려면 정말 큰 운이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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