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기술 기반의 사업부가 대기업 프로젝트를 숨가쁘게 deliver 마쳤습니다. 그 다음 회의에서 향후 방향을 논의해보고 싶다는 사업부장의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렇잖아도 구성원들간 미묘하게 각도와 보폭이 틀어져 있던게 눈에 자꾸 보이던 차라, 잘됐다 싶었습니다. 졸지에 타운홀 미팅이 열린 셈이죠. 오늘은 제가 답한 내용 중 일반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부분을 추려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해 봅니다.
♓ Tony's Point
조직의 정렬은 중요하지만 실전에서는 혼란스럽기 쉽습니다. 속도와 깊이, 매출액과 이익, 고객간 우선순위 등에서 각자 이해도가 다르기 떄문이죠. 이번 레터에서는 어떤 구체적인 대화를 통해 우선순위와 연관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사업부와 전사 관점, 개발과 영업 우선순위, 장기적 대비와 단기적 구현 등에 대한 생각 포인트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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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들. 개발 분야 PM, 사업부장, 영업 팀장, 경영기획 및 전략, & Cx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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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부 체제가 없이 작고 평평한 소규모 조직원
⚓ 심층적 내용
Q] 사업부가 어떻게 변모해 나갈지 구성원 각자의 생각이 다릅니다. 사업부의 vision-mission-goal-objective를 설정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들 하시나요?
Tony] 우선 그런 장기적 안목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줘서 고맙습니다. 좋은 생각 같아요.
하지만, 지금 발제는 사업부 레벨의 걱정이 아니라 코어 엔지니어링 팀의 우려가 깊이 반영된것 같아요. 심층 개발팀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로드맵"과 방향성이 매우 중요하고 그에 따라 준비할 게 많은데 눈 앞만 보고 가는게 불편하니까요. 그래서 이야기 잘 꺼냈어요. 지금 바로 논의해 보죠.
(중략)
반면에, 사업부 수준에서라면 자체의 비전과 미션이 꼭 필요할지는 재고할 필요가 있어요. 독립채산제가 아닌 이상, 전사의 비전/미션과 정렬되지 않은 단독의 비전/미션은 의미가 크지 않습니다. 끈 떨어진 목표(orphan goal)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행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게다가 그 비전/미션을 고수하면 문제는 더 커져요. 정렬이 안 되거나, 전사 자원을 무한히 끌어다 쓰면서 local optimization 으로 귀결되기도 해요.
특히, 사업부란건, 고객군을 염두에 두고 구성한 조직이라 고객의 세그먼트나 숫자, 규모가 바뀌면 그에 맞춰 진화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가변적 조직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그래서 통상적인 비전 프레임웍이 바라보는 지평보다는 짧은 임무를 수행하죠.
그래서 제안해 주신 중에서는 goal과 objective에 우선 치중해 논의하고, 기술 로드맵은 기술적 비전과 로드맵으로 따로 빼서 보는게 어떨까 싶어요.
Q] IPO관련해서 저희 사업부가 어떻게 기여할지 감이 잘 안잡힙니다. 깊이 개발을 해야하나요, 빨리 매출을 만들어야 하나요. 어떻게 방향을 잡을지 참석자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Tony] 전 IPO가 졸업식 같은, 그냥 하나의 life event라고 봅니다. 즉 회사의 본질은 지속 가능한 사업이고, 우리 X사업부는 그 중 주요 기술과 대형 고객을 책임지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이미 충분해요. 그 중 가시적으로 나온 성과를 IPO 준비단계나 이후에 활용은 하겠지만, IPO 자체를 위해 사업부가 따로 할 건 없어요. 그보다는 기술과 사업의 연속성에만 신경 써주시면 IPO는 경영 쪽에서 알아서 할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그리 깊이 생각해주어 고맙네요.
Q] 그럼 지속가능성과 연관되어 저희 고민을 말씀 드릴게요. 매출의 양도 중요하고 질도 중요한데, 하나를 택한다면 어딜 신경써야 할까요?
Tony] 와. 그렇게까지 전사 차원에서 같은 눈높이로 고민해주어 정말 고마워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원론적으로는 양도 질도 다 잡자고 말하고 싶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요.
지금 우리는 사업 초기 단계잖아요? 이 경우, 매출의 양이란게 우리가 조절하고 자시고 할게 없습니다 그저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딸딸 긁어 모으는게 최상인 셈이죠.
그리고 매출의 질, 아마 사업부에서 마진을 염두한 것 같은데, 이익도 초기단계에선 독립변수가 아니에요. 프라이스 세팅을 할 수 없기 때문이죠. 물론 매출이 확대되면 NRE 부분이 amortizaton 되면서 마진이 좋아지고, 규모와 학습으로 cost innovation이 가능해지니까 추가적인 이익을 확보할 기회가 있어, 현재 thin margin이라도 저는 별로 걱정하지 않고 있어요.
다만, 매출의 질이 두가지란 점을 강조하고 싶네요. 지금 말한 이익이라는 매출의 질도 있지만, eraning quality라고 하는 매출의 연속성도 중요한 질이에요. 즉 지금 매출이 나다가 곧 떨어진다든지, 매출이 나다말다 하는것도 거시적으로는 매출의 질이 안좋은거에요. 전분기보다 조금이라도 더 늘고, 다음 몇 분기의 매출 모양이 보이면 굉장히 질이 좋은 편이고요.
그런 관점에서 사업부의 임무는 압도적인 엔지니어링 퀄리티를 유지해서 매출의 연속성이라는 질을 확보해 주시는 겁니다. 그러면 영업이나 경영에선 꽤 마음 편히 자신있게 치고 나갈 수 있습니다.
저 말고도 여러 사람이 좋은 의견을 많이 냈고 상당히 의미있는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했는데,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확실성을 용기내어 끄집어 내고 서로 생각을 공유하다보니 좋았습니다. 서로 심리적으로 의지가 되고, 결과로 더 명료하게 같은 지점을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결론
연초, 월초 같이 리추얼에 가까운 이벤트 말고, 어떤 일이 매듭지어지는 등, 의미로 구분되는 시점에 관련된 사람이 다 모여 중기와 장기적 관점에서 의견을 한번 나눠보시는건 어떤가요. 저 회의는 상반기 통틀어 가장 값진 희의였습니다.
이 글은 제 뉴스레터인 Tony in Weekly에 발행된 내용입니다. (구독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