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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wny Taewon Kim Feb 25. 2024

의식을 찾아서

2023 연말연시 독서 대모험


연말이면 어떤 주제를 염두하고 책을 읽습니다.


이번엔 의식(consciousness)에 대해 궁구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뇌과학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참에 물리적 뇌에서 한차원 상부로 올라간 의식을 알아보려 노력했습니다. 의식은 환원론적(reductionism)으로 설명하기 불가능하다 여겨졌지만, 그래도 환원적 관점이 무얼까 공부해 봤어요. 책은 몇 개의 리스트로 출발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게 되었습니다.  


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  ★★★★☆

인지조절의 구체적 뇌내 메커니즘을 설명합니다. 의식은 행동을 유보하는 뇌의 독특한 기능이 관찰자인 자기 자신에게 보여지는 실물감입니다. 


알아차림의 알아차림 ★★★☆☆

의식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명상(meditation)을 살펴봤습니다. 읽어보니, 과학의 언어를 쓰지 않지만, 명상의 고수는 의식의 존재를 어렴풋이 알아냈었구나 싶었습니다. 알아차림을 알아챈다는게, 의식을 뇌내 일개 프로세스로 인식함을 뜻합니다. 과학자들이 2020년 무렵 발견한 이야기를 천년전부터 누군가는 해킹해서 사용했다는 이야기죠. 


내가 된다는것 ★★★★★

의식의 물적 토대에 관해 가장 정확히 알려준 책입니다. 지각은 제어된 환각(controlled hallucination)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합니다. 사물성을 전제하지 않는제어되거나 제어하는 환각을 의식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그 의식이 사물화되면 그게 자아(self)라 말하죠. 이 책으로 나머지 책을 일관되게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

'내가 된다는 것'이 너무 어려워, 좀 쉽게 써진 책을 읽었고, 매우 재미났습니다. 의식 자체를 파고들기보다는 뇌의 각 부분의 역할과 상호 얽힘, 그리고 가소성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결국 의식의 토대지요. 


기계의 반칙 ★★★☆☆

AI 개발 이야기에서, 의식의 그림자를 짚을 수 있을까 기대했습니다. 제 기대에는 미달했지만, 자체로 재미납니다. 구름을 그려 달을 나타내듯 하나 배운건 있습니다 현재 AI는 의식을 모사하는 과정이 그저 미진한게 아니라, 고의로 배제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AI는 의식이 생기기 어렵고, 인류를 노예로 만들 의지를 갖진 못합니다. 반면, 은밀한 형태로 인류를 하부화할 순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엔드 오브 타임 ★★★★☆

물리학자가 물질적 관점으로 의식을 우주적 시공간에서 설명하는 책입니다. 의식의 물질적 토대는 빅뱅 이후 CHONPS 6개원소가 엔트로피와 진화라는 두 법칙으로 예측엔진이 된 정도로 이야기합니다. 뇌과학자들의 견해와 일치하며, 더 통찰적이진 않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거대한 에너지를 소비해서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기계란 점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 작은 깨달음은 결코 작지 않아요. 하잘것 없기도 하지만, 그래서 이 우주적 시공간 상의 우리 작고 소중한 인식과 느낌이 얼마나 귀한지도 깨닫게 됩니다.  


각권을 이렇게 모아서 보면 또 다른 관점을 얻게 됩니다.  

결국 의식은 물리와 생리의 부산물이다. 
하지만, 강한 존재감은 실재하니, 실존적이다.
결국, 핵심은 어찌 (행복하게) 잘 살거냐의 문제이고,
의식을 물적 관점으로 바라보면 새로운 통찰이 생긴다.
환각일지언정, 귀하고 쓰임새 있는 이 능력인 의식.

이 의식을 귀히 다루는게 중요하구나. 

이 또한 환원주의에서 떠오른 창발적 통찰(emergent insight)일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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