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길을 묻다 Q1
산티아고 순례길.
전역 직후의 여행으로는 잘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제안으로 우리 부자는 제 군생활 동안 이 모험을 준비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이 여행은 전역의 상징이자 군생활의 마무리처럼 여겨집니다.
의미도 크고 기대가 되지만 ‘굳이 저런 고행을 해야 할까?’ 라는 의문도 있습니다. 다른 교통수단이 많은데 매일 같이 걸어 가는 길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이 모험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지를 물어봤습니다.
Sean: 왜 산티아고 순례길을 택했나요?
Tony: 처음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 알게 된 계기는, 산나님의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을 읽은 거야. 언젠가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가면 너무 힘들게 뻔해서 가지 않게 되었어.
너랑 누나를 키우면서 각각 해주고 싶은게 몇 개 있는데, 이번 여행을 너와 몸으로 노는 마지막으로 생각했어. 네가 성년이 되며 꿈을 찾아 떠날 때 같이 고생하고 대화하며 스스로 생각하는 경험을 주고 싶었어.
(릴스 영상)
군생활의 말년은 마냥 기쁠 것 같았지만, 막상 군대에서 사회로 나갈 시기가 되니 그동안 미루고 무시하던 문제들이 다시 찾아옵니다. 고민은 계속하지만 시원한 해결책도, 큰 변화도 없이 시간만 속절없이 흘러 전역을 합니다.
사실 이번 여행은 저에게 가장 필요한 것입니다.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생각하며 나를 이해하고, 동행하는 사람들에게 질문하며 다채롭고 깊이 있는 답을 듣는 것. 아버지와 매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기억에 남을 순간을 만드는 것. 어린 나의 종장이자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 준비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많은 기대와 걱정이 있지만 순례길의 규칙처럼 ‘최소한의 것으로, 최소한의 무게로’ 나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