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길을 묻다: Q2
스페인은 제게 크게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스페인의 문화나 음식을 많이 접했고, 집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한 사람이 두명이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와 누나가 언젠가부터 스페인어를 배우러 다녔습니다. 어린 제 마음에는 같이 가자고 하지 않아서 감사했습니다. 그때는 언어를 다양하게 하는 것에 대해 중요함도 몰랐고 관심이 없었나 봅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쉽기도하고 왜 스페인어를 배우게 되었는지 궁금해집니다.
Sean: 스페인어는 왜 배우기 시작했나요?
Tony: 누나의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나랑 같이 보내는 시간도 줄고 서로 어색해지는 것 같았어. 그래서 같이 할 수 있는 활동을 계속 제안했어. 다른 것은 별 반응이 없었는데 스페인어를 배우자니까 좋다고 했어. 아마 직전에 다녀온 스페인 여행에서 좋은 인상이 많았나봐. 그때만 해도 토요일에 일을 했는데, 매주 토요일에 일 마치고 강남역에 가서 같이 공부하고 밥 먹고 오는 걸 6개월 정도 했어. 나도 스페인에 자주 출장가고 여행 다니면서 배우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는데 스페인어를 알고나니까 세상이 다채로워 보여. 영어로 접근 하는 게 달의 앞면이라면, 스페인어는 그 뒷면 같아. 내가 모르던 세상을 많이 보게 되었고, 이탈리아어나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같은 언어도 비슷한 점이 많아서 대강 이해가 가능해졌어. 스페인어를 배우는 거는 정말 재밌었지.
(릴스 영상)
그러고 보니 아버지가 스페인어를 배우면서 영어에 대해 더 이해하게 되었다고 하신게 생각이 납니다. 그 때 스페인어를 공부했다면 제 영어 성적이 조금은 올랐을까요? 이렇게 오랫동안 스페인에 있을 줄 알았다면 조금 더 공부를 해서 “Cerveza por favor(맥주 주세요)” 말고도 다른 말을 배울 걸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