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순수한 이타주의는 존재할까요?
행복은 상대적인가 절대적인가와 함께, 학창 시절 술자리에서 종종 나왔던 대화 주제입니다. 누군가를 도와서 내 맘 편해지기 때문에 도와주는거라면, 여기에도 어딘가 이기심이 숨어있는거 아닌가하는 논지죠.
이런 인간의 본성에 대한 철학적 주제에도 이제 답을 할 수 있는 경지가 된게 신기합니다.
Robert Cialdini, Douglas Kenrick, Steven Neuberg, 2015
(원제) Social psychology
'이것이 당신을 더 스마트하게 할 것이다'에서 하위자아와 단원적 마음에 대한 짧은 글을 쓴 켄릭에 끌려 그의 책이 없나 찾아봤습니다. 치알디니와 함께 쓴 책이 있길래 냉큼 읽었습니다.
사람들의 생각, 감정, 행동이 어떻게 다른 사람으로부터 영향을 받는지, 사회심리학의 최신 연구를 정리했습니다. 행동의 동기, 자신과 사회에 대한 이해, 자기 제시와 설득, 사회적 영향력과 관계 맺기, 친구, 사랑, 친사회적 행동과 공격성, 편견과 고정관념 등 다루는 주제가 다양합니다. 그럼에도 우리 삶과 밀접하게 닿아있습니다.
책은 다소 길지만 재미있게 읽힙니다. 몰라도 사는데 지장 없지만 알면 살아가는데 도움되는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예컨대, 설득은 태도의 변화고 사회적영향력은 행동의 변화라는 점이 그렇습니다. 듣고 나면 그럼직 하지만, 미리 알고 있으면 도움되는 부분이 있지요.
이를테면, 태도는 정확한 정보나 내적 일관성, 사회적 승인이나 수용이 필요할 때 변화가 유발됩니다. 이 점을 참고하면 설득의 포인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한편 태도를 거치지 않고 바로 행동을 변화시키려면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을 만지작 거릴 수 있습니다. 동조, 순종, 복종 등입니다. 전통 심리학에서도 태도변화를 통한 행동 변화가 기본이고, 행동 변화를 통한 태도변화가 발생하는 인지부조화 정도의 간단한 연결고리를 알고 있었지만 이젠 관점이 넓어집니다.
사회심리학의 중요한 결론은 사회적 동기입니다. 사회적 유대와 지지, 사람과 세상을 더 잘 알기위한 정보의 갈망, 사회적 지위의 획득과 유지, 나와 내 친한 집단을 보호하려는 욕구 그리고 후손을 위한 짝찾기입니다. 이 다섯가지 추동력을 깊이 이해하면 세상을 더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겁니다.
이 책의 재미난 점은, 우리가 경험적으로 알고 있던 이야기들의 원리나 기제를 잘 설명해준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거안사위(居安思危)는 동서고금의 지혜입니다. 사회심리학의 교훈도 그러합니다.
행복할 때는 어림법(휴리스틱)을 많이 쓴다. 따라서 경계심과 조심성이 줄어듬을 유의하라.
또 이런 말이 있지요.
Don't make promises when you're happy,
don't reply to anything when you're angry,
and don t make decisions when you're sad.
화가 날 땐 관련된 부정적 기억, 감정, 행동이 동시에 발화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그때 하는 행동과 결론은 편향을 갖기 쉽습니다. 슬픈 때는 신중해지므로 결정은 매우 보수적이기 쉽지요.
누가 지켜 볼때 성과가 더 좋아질까요 나빠질까요? 자기가 익숙해서 잘 하는 일은 남이 볼 때 더 잘합니다. 그러나 익숙지 않은 일은 누가 보고 있을 때 더 못합니다. 대략 이해가지만 심리학적 실험을 통해 증명이 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실험이 좋은건 추가의 정보를 알아 내기 쉽기 때문이죠. 예컨대, 익숙지 않은 일도 반려동물이 있으면 더 잘한다고 합니다. 즉 평가받지 않고 순수한 지지만 받는 경우 성과가 올라갑니다. 따라서 가족이나 내집단의 응원은 일을 잘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하겠죠.
첫머리 이타주의에 관한 사회심리학의 결론은 이러합니다.
남을 도울 때 대체로 유전적 이득, 사회적 지위 또는 자아상이나 본인의 정서관리라는 목적을 가지고 돕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순수한 이타주의적 도움의 증거도 발견되고 있다. 조망수용(perspecive taking)이라는 확장된 자아감각이다.
즉 남과 나를 동일시하는 호모 사피엔스의 비효율적 코딩이 결과적으로 종의 안위와 종속에 도움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이 유전자가 면면히 살아있어 돕고 지내기 쉽다니 재미납니다.
Inuit Points ★★★★★
꽤 방대한 분량입니다. 켄릭과 치알디니의 조합은 좋습니다. 공동저작이란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조화롭게 적었습니다. 책에선 심리학의 수사관을 언급합니다. 목격자가 많이 있지만 사건을 통째로 아는 목격자는 없는, 그래서 목격한 내용을 토대로 사건을 구성하는게 심리학의 임무라고 합니다. 실험심리학과 유전심리학이라는 각자의 전문성을 잘 조화시켰습니다. 물리학으로 보자면, 분자적 거동과 거시물리적 거동을 따로 관찰하다가, 양자적 발견이 추가되어 대통합 이론을 만들어낸 국면과 유사합니다.
더 발전을 하겠지만, 이미 훌륭한 '최신 인류 매뉴얼'입니다. 즐겁게 읽었고 별 다섯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