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제가 다닐 때 쯤 고등학교 교육의 문제점은 모든게 단순하고 선명하다는 점입니다. 그리스 철학이라치면,
에피쿠로스 = 쾌락주의
스토아 = 금욕주의
끝.
그러다보니 친구가 뭔가를 아끼거나 참으면 '스토아냐? ㅋㅋㅋ' 놀릴때 말곤 써먹을 곳도 없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Lives of the stocics: The Art of Living from Zeno to Marcus Aurelius
Ryan Holiday, 2020
고대 그리스 철학이 현대의 경영자들에게 인기가 있다길래 궁금증이 일어 집어든 책입니다.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는 로버트 그린의 제자라는, 뜬금없고 인상적인 타이틀을 달고 있는 작가입니다. 뭔가 깊이를 이룬 사람이라기보단 글재료를 잘 매만지는 능력이 있어보입니다.
책은 스토아의 창시자 제논에서 시작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까지 26인의 스토아 철학자의 열전을 시대순으로 엮었습니다. 그중 아우렐리우스 같은 황제도 있고, 키케로, 소 카토, 세네카 등의 로마 정치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배운 점은 스토아 철학이 로마의 정가에 면면히 흘러갔다는 점입니다. 아우렐리우스가 갑자기 어느날 필 받아 고문헌을 뒤져가며 스토아 공부를 한게 아닙니다. 이미 그의 주변엔 이미 탁월한 스토아 학자가 널려 있었습니다. 마르쿠스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에픽테토스만해도 그의 강의 필사본을 입수해 열공을 했다고 합니다.
스토아철학이 로마로 전해진 계기는 디오게네스 덕입니다. 당시 몰락한 아테네는 신흥강자 로마에 거액의 빚을 졌습니다. 빚을 탕감받으려고 사절단을 가장한 철학자 무리를 로마로 보내 변증을 합니다. 이때 디오게네스의 탁월한 높이의 사유와 논리에 반한 로마는 그의 학문인 스토아 철학을 열렬히 받아들입니다. 이후로 로마의 우수한 자제들은 스토아를 배우고, 장성하여 정계에 입문하고, 결국 스토아 철학이 정가의 주류가 됩니다.
처음에 키케로나 세네카가 나올때 저는 의아했습니다. 스토아와 딱 연관성이 느껴지진 않는 인물들이었으니까요. 이들은 공부로서의 스토아를 익혔지만 실천으로의 스토아는 등한시했습니다. 아 세네카의 한가지는 빼고요. 그는 스토아 가르침에 따라 과식과음을 절제했는데, 로마의 양대 진미인 굴과 버섯도 멀리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세네카는 제자이자 폭군인 네로 황제에게 종국엔 미움을 받아 독살 당할 뻔 합니다. 음식을 절제하는 습관 때문에 한번의 죽음은 면했지만, 두번째로 강요한 자결은 피하지 못합니다. 세네카는 먹는거 빼곤 스토아의 가르침대로 살지 않은 죄값도 있을겁니다.
지혜(prudence), 절제(temperance),용기(fortitude), 정의(justice)라는 플라톤의 사주덕이 스토아의 기본 덕목입니다. 앎에 그치는게 아니라 실천에 방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소 카토는 '마음에 카토하나는 정해라', (부정을 청탁하면) '카토가 동의하지 않을걸세.' 같은 절제와 정의의 상징이 되었겠지요.
아우렐리우스를 제외하면 제가 가장 인상깊게 본 사람은 에픽테토스입니다. 노예 신분으로 주인에게 학대당해 다리를 절게 되어도 끝내 의연한 그의 삶은 흠모할만합니다.
인생이 연극이라치면 내가 맡은 배역에 충실히 살고 대본을 쓴 극작가가 기쁘면 될 일이다. 배역이 마음에 드네 아니네 투덜댈 필요가 없다.
외부의 힘이나 우연이 너를 불행하게 만들지 못한다. 너 스스로가 너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을 뿐이다.
Inuit Points ★★★★☆
읽으면서 스토아의 사상이 동양의 유가와 매우 닮았다고 느껴졌습니다.
맹자의 부동심도 느껴지고, 개인의 절제와 수양으로 시작해 정치적 철학으로 채택된 점도 유사합니다. 인간이 진화함에 따라 이성이 발달하면서 유전적 본능과 사회간 화해를 이루는 지점에서 찾아낸 비결이라 유사할까 싶었습니다. 재미났고, 별 넷 주었습니다.